사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시내만 돌아다닐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확실한 목표인 ‘대곡숲’이 있었거든요. 사실 너무 즉흥적으로 찾아낸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의 머리 속에 확실한 이 여행의 목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 버렸어요. 문제는 대곡숲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분명 여기는 한국. 말은 잘 통해요. 길을 물어보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대곡숲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어요. 더욱이 여행이 꼬이려고 작정했는지 대곡숲 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건 행인들 전부 외지에서 사천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신 분들. 목적지는 있는데 길을 못 찾아서 점점 우리의 길은 여행에서 방랑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어요. 친구와 방향 없이 걷다가 마침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