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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뭐라카네 (2008) 7

뭐라카네 - 07 (마지막화) 경상남도 사천

사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시내만 돌아다닐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확실한 목표인 ‘대곡숲’이 있었거든요. 사실 너무 즉흥적으로 찾아낸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의 머리 속에 확실한 이 여행의 목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 버렸어요. 문제는 대곡숲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분명 여기는 한국. 말은 잘 통해요. 길을 물어보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대곡숲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어요. 더욱이 여행이 꼬이려고 작정했는지 대곡숲 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건 행인들 전부 외지에서 사천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신 분들. 목적지는 있는데 길을 못 찾아서 점점 우리의 길은 여행에서 방랑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어요. 친구와 방향 없이 걷다가 마침 봄이다..

뭐라카네 - 06 경상남도 사천

진주-하동-구례-진주-남해-진주-사천-제주 아침 10시. 오른쪽 무릎 안쪽의 아랫부분이 심하게 아파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누군가 있는 힘껏 꽉 누르는 느낌이었어요. 얼마나 아픈지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보자마자 이제 보통 자다가 잘못 되어서 아프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꾸르륵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계속 누워 있는데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절대 ‘꼬르륵’이 아니었어요. ‘꾸르륵’이었어요. ‘오’와 ‘우’의 미묘한 차이. 두 개가 단지 모음만 차이날 뿐인데, ‘아’와 ‘오’의 차이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닌데 ‘꼬르륵’과 ‘꾸르륵’은 아주 다른 의미에요. ‘꼬르륵’은 몸 안으로 무언가를 초대하고 싶은 의미이고 ‘꾸르륵’은 몸 밖으로 무언가를 내쫓고 싶은 의미. 하지만 무릎이 너무..

뭐라카네 - 05 경상남도 남해 금산

내용은 별 거 없지만 사진 대방출이라 이날 하루 이야기를 2부로 나누었습니다. 조금 가자 산장이 나왔고, 정말 아름다운 경치들이 계속 나와서 한참 갔다가 타이밍의 여왕님을 부르러 갔습니다. 그리고 보리암부터 간 후, 보리암에서 이성계가 기도할 때 일어섰다는 바위들을 보았어요. 보리암의 모습이에요. 진짜 멀리서 보기만 해도 너무나 아름다운 절이었어요. 하얀 불상이 바로 금산 보리암의 해수관음상이랍니다. 경치 좋고 절도 예쁘고 정말 아는 말을 다 가져다 붙여도 뭐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보리암과 보리암 근처에 있는 세 명의 바위를 구경한 후, 정상을 향해 출발했어요. 정상에 가는 길은 몇 개 있는데 그 중 보리암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었습니다. 아침 버스기사 아저씨 말 대로..

뭐라카네 - 04 경상남도 남해 금산

하동에서의 쓰디쓴 추억.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하동에서의 추억. 나의 4사자 3층 석탑이여~! 하동-구례 여행까지 계속 일정이 틀어졌습니다. 차라리 한 시간 늦으면 좋으련만 10분 이내의 차이로 차를 놓쳤습니다. 특히 하동-구례 여행에서는 눈앞에서 버스가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어요. ▶◀지못미 이 대사가 나와야할 자리는 아닌 것 같군요. 저희가 버스를 탔다고 해서 버스를 우리가 지키는 것이고, 우리가 버스를 못 타서 버스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상황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하동-구례 여행에서의 문제를 떨쳐내고자 용병을 긴급 투입했습니다. 타이밍의 제왕! 친구의 여자친구는 타이밍의 제왕. 아무리 늦어도 10분 이내의 타이밍을 만들어 차를 놓치지 않는 마이더스의 손? 하여간 이상한 ..

뭐라카네 - 03 경상남도 진주

어제 계획이 크게 뒤틀리는 바람에 진주 올 때 들고 온 여비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다리는 알이 배었지만 친구를 향해 괜찮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참아야했죠. 전날 지리산을 보고 친구는 지리산에 꼭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국립공원에 전화를 해 보았어요. “지리산이 어제 폭설이 내렸어요. 그래서 아이젠과 스틱, 고글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아이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 아이젠을 구입해서 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아이젠에 스틱, 고글이라면 돈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내일 어디 가지?” “나 산이 너무 좋아졌다.” 친구가 산에 대한 열정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4일간 친구 방에서 뒹굴거리고 하루 여행갔다가 내려갈 ..

뭐라카네 - 02 경상남도 하동, 지리산 화엄사

아침 8시 반. 눈을 떴어요. 친구가 자는 것을 보고 저도 다시 잤어요. 그리고 아침 9시. 친구와 사이좋게 기상했습니다. -끗이라능- 정말 끝이었어요. 아침 첫차를 타겠다는 계획은 완전 다 날아갔어요. 하얗게 백지가 되어 버렸어요. 첫차는 9시 20분인가 40분. 그런데 그 차를 타려면 지금 당장 뛰쳐나가도 모자랄 판인데 머리는 완전 초사이어인 머리. 밤새 까치 한 다스가 제 머리를 방문했는지 아주 난리가 났어요. 머리를 감지 않고 나갔다가는 노숙자로 몰릴 지경으로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머리. 이런 머리 스타일은 2300세기가 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유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 하여간 첫차는 무조건 못 타게 되었어요. 씻고 아침 먹고 2번째 차를 타러 갔어요. 두 번째 차는 10시 50분. 그..

뭐라카네 - 01 경상남도 진주

졸업식 때문에 서울에 와서 졸업식을 참석하고 백수의 세계로 진입했습니다. 아직 백수라는 것이 체감이 안 되었어요. 왠지 개학날 학교에 등교해야 할 것 같다는 묘한 의무감이 남아있었어요. 가족들 모두 누나들이 청주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바로 청주로 내려갔어요. 청주에 내려가서 함께 졸업한 공군 위탁장교분께서 직접 공군사관학교를 누나들과 함께 견학시켜주시고, 온 가족이 함께 청남대를 구경하기도 하며 뒹굴뒹굴 거리다가 졸업식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진주에 사는 친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나 이번에 졸업식 끝나면 진주 갈까 생각중이다.” 저는 사실 계획을 그다지 잘 짜는 편이 아니에요. 계획을 짜기 보다는 무심코 던진 말이 계획이 되고 목적이 되는 편이 많은 편이에요. 이번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