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하동-구례-진주-남해-진주-사천-제주
아침 10시. 오른쪽 무릎 안쪽의 아랫부분이 심하게 아파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누군가 있는 힘껏 꽉 누르는 느낌이었어요. 얼마나 아픈지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보자마자 이제 보통 자다가 잘못 되어서 아프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꾸르륵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계속 누워 있는데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절대 ‘꼬르륵’이 아니었어요. ‘꾸르륵’이었어요. ‘오’와 ‘우’의 미묘한 차이. 두 개가 단지 모음만 차이날 뿐인데, ‘아’와 ‘오’의 차이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닌데 ‘꼬르륵’과 ‘꾸르륵’은 아주 다른 의미에요. ‘꼬르륵’은 몸 안으로 무언가를 초대하고 싶은 의미이고 ‘꾸르륵’은 몸 밖으로 무언가를 내쫓고 싶은 의미.
하지만 무릎이 너무 아파.
분명 꼬르륵이 아니라 꾸르륵이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했으나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파서 가만히 누워있었어요.
꾸르륵!
앞의 ‘꾸르륵’은 기체를 내보내고 싶은 것인지 고체를 내보내고 싶은 것인지 상당히 애매한 소리였지만, 후자의 ‘꾸르륵!’은 분명 고체를 내보내고 싶다는 소리였습니다. 바로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어요. 저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어요.
하지만 비극적으로 저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쉴 새 없이 꾸르륵 소리가 났어요. 화장실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꾸르륵. 꾸르륵.
‘오늘 사천 구경하기로 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를 깨워 일찍 사천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천시로 통합된 삼천포에 있는 와룡산에 갔다가 사천을 조금 구경하고 공항에 갈 계획이었는데 무릎도 아프고 더구나 설사까지...둘 중 하나만 걸려도 등산은 포기인데 두 개 다 걸렸어요. 이것은 완벽한 취소에요. 산까지 업고 간다고 해도 등산 포기, 등산 반대에요. 아침 한 번으로 쉽사리 그칠 것이 아니었어요.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먼저 어제 점심 겸 저녁으로 남해에서 먹었던 돼지 국밥. 이거 먹고 목욕탕에서 설사했어요. 사실 남해에서 돌아온 순간부터 속은 아주 안 좋았어요. 제 국밥 속 고기 또는 수육이 설익은 것 같았어요.
두 번째는 전날 먹었던 땡초김밥. 이거 전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지 매웠어요. 땡초김밥만으로도 상당히 매운데 신라면과 함께 먹었으니 엄청난 매운맛의 상승.
종합해보면 설익은 돼지고기를 먹어 안 좋은 속에 무지 매운 땡초김밥과 신라면의 결합을 뱃속에 우겨 집어넣었음. 이는 곧 자살행위. 대장 청소가 땡기지 않는 이상 할 짓이 아님.
사천에 가서 구경 좀 하고 갈지 바로 공항으로 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친구가 학교 들렸다가 사천 가자는 말에 모두 잊고 친구 말에 동의했어요.
친구가 학교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친구 지인들이 바글바글. 순식간에 친구의 만남의 광장 개설. 저는 예전에 왔을 때 친해진 친구의 대학 동창과 함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여기에서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화장실이 급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속이 편한 것은 아니라서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화장실에 가면 가만히 앉아있다 나오고, 화장실에 안 가면 속이 불편한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천행 완행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사천행 완행버스는 첫날 내렸던 개양 시외버스정류장 대각선 맞은편에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친구와 잡담을 하는데 갑자기 신호가 왔습니다. 주변에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어요. 난감한 상황. 더욱이 신호와 딱 맞추어서 버스가 왔어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위급한 신호는 아니었다는 것. 약 10여분 걸린다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신호였습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최대한 본능적 욕구에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했어요. 창밖을 보며 친구와 잡담하는 데에 정신을 집중시켜 무사히 15시 20분에 사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사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왜냐하면 시외버스터미널에는 화장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화장실이 ·1층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층은 어떻게 올라가는지 찾을 수 없었어요. 사실 정신적 여유가 2층으로 가는 길을 찾고 시외버스터미널 내부를 찍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습니다.
“농협 가자.”
“시간 없으니까 사천에 가서 농협 들리자. 사천에 농협 있겠지?”
“사천에 농협 많아.”
학교에서 농협을 들려야겠다는 친구의 말에 사천 가서 농협을 들리자고 한 저의 말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은행에 가면 화장실이 있을 거야!
거리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 화장실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당구장이 있는 건물과 은행, 우체국. 농협에 가면 화장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천의 어디에 농협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한 번 주위 둘러보자.”
사천시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애매한 지도를 들고 길을 찾던 친구가 한 번 둘러보자는 말에 그냥 길을 걸으려는데 바로 코앞에 농협이 보였습니다.
살았습니다!
친구에게 농협의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말하고는 농협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러나 농협 안에서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공황상태. 이제 인내심의 한계에 거의 도달했어요. 바로 그 순간.
“거울 옆에 화장실 있다.”
친구의 말 덕분에 살았습니다. ‘화장실 어디 있나요?’라고 물어보기 위해 주위 사람에게 다가가려던 찰나에 친구가 화장실을 찾아낸 것이었어요. 바로 달려갔습니다. 천국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농협의 대각선 맞은편에는 친구가 좋아하는 사탕 뽑기 기계가 있었습니다. 친구가 보더니 막대사탕은 없고 전부 통에 들은 껌과 초코렛이라서 쉽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가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하나도 못 건졌습니다. 아까 친구의 학교 갈 때에도 했는데 그때는 친구는 하나 건지고 저는 하나도 못 건졌기 때문에 다시 도전해 보았어요. 한 개 건졌습니다. 1천원에 6판이었는데 2천원 투자해서 얼추 1500원짜리 은단 껌 통 하나를 건졌어요. 아직 500원 적자. 한 판만 더 하면 2개는 건질 수 있는 모습. 그래서 한 판 더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2개가 떨어져야 하는데 하나가 옆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한 개 건졌어요. 3천원 투자해서 3천원. 본전.
다시 친구의 도전. 친구가 하나를 건졌어요. 그런데 하나가 떨어져야 하는데, 정말 한 번 밀어주기만 하면 떨어지는 것인데 기계가 제멋대로 서 버렸어요.
이 기계 완전 사람 낚는 기계다!
갑자기 뒷목이 땡기기 시작. 죽 쑤어서 남 좋은 일만 한 형상. 말 그대로 1천원 넣자마자 1개가 나오게 된 거에요. 다음 사람이 200원 투자해서 시작하자마자 아무 노력 없이 1개 건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견딜 수가 없어서 바로 1천원 투입. 투입하자마자 한 개가 그냥 떨어졌어요. 이거 완전 고단수에요. 완전 사람을 낚을 줄 알아요. 이때부터 분노 모드. 3판은 제가 하고 나머지 3판은 저보다 잘 뽑는 친구가 하는 식으로 해서 6천원 투자해서 4개 뽑았어요. 한 개가 1500원 정도 한다고 하니 본전치기. 이 동안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일단 친구가 돈을 넣었을 때에 친구가 뽑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4개는 저의 것. 그러나 착한 저는 초콜릿 1통만 다 먹고 저금통으로 쓰기 위해 가지고 나머지 3개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고 하는 친구. 친구 주머니에는 껌이 3통. 걸을 때마다 절그럭 절그럭 껌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어요. 저는 느긋하게 초콜릿 통을 뜯어 하나 꺼냈습니다.
물컹과 찐득
아주 이상한 촉감이었습니다. 안을 살펴보았어요. 초콜릿이 다 녹아서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놈의 기계가 사람을 두 번 낚아!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놈은 일단 다 먹었어요. 벽에 붙은 초콜릿을 손으로 만지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초콜릿 통은 그냥 버렸어요. 손을 닦으려고 했는데 휴지가 없어서 거리에 꼽혀 있는 교차로 신문을 휴지로 썼어요. 이미 궁상 모드가 시작되었어요.
사천읍 시장을 지나 발 가는 대로 걸었습니다. 길은 친구가 안다고 해서 저는 무작정 따라만 갔습니다.
사천읍 시장을 지나 조금 걸어가자 사천 8경 중 하나라는 사천읍성이 나타났습니다. 사천읍성에 올라가는데 다리에 살살 통증이 왔어요.
‘그런데 우리 대곡숲 가기로 한 것 아니었나?’
사천으로 오기 전, 사천에 볼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친구 말에 사천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천에서 볼 것을 검색해 보았어요. 일단 시간과 돈 문제 때문에 삼천포 쪽은 제외하니 정말 그다지 볼 것이 없었습니다. 사실 볼 것은 삼천포 쪽이 더 많아 보였어요. 삼천포 어시장, 와룡산 등등 사천에서 유명하다 싶은 것들 상당수가 삼천포에 집중. 사천에서 볼 만한 것으로는 사천읍성과 사천향교, 그리고 대곡숲이었어요. 사천시 홈페이지에서 대곡숲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숲으로 선정되었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에 대체 어떤 숲인지 정말 궁금해서 꼭 가보기로 계획했어요. 분명 농협 앞에서 우리는 대곡숲으로 가기 위해 걷고 있었어요. 친구와 계속 대곡숲 가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 앞에 나온 것은 사천읍성이었습니다. 사천읍성도 보면 좋겠다고 친구와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원래 계획은 대곡숲을 본 후에 사천읍내로 돌아와 사천읍성을 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어요.
그러나 좋은 것이 좋은 것. 이왕 사천읍성 앞에 왔으니 사천읍성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사실 나름의 가치관에 의한 판단 같은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냥 눈 앞에 사천읍성이 나타나자 대곡숲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린 것뿐이었어요. 이미 화엄사 10분 관광으로 더 엉터리 같은 여행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 화엄사에서 10분 동안 열심히 안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을 만큼 찍었어요. 비록 4사자 3층 석탑을 빼먹었지만 화엄사를 10분 만에 다 보기는 했어요. 화엄사 여행을 통해 10분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날림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현재 목적은 사천 관광. 제가 타야할 비행기는 19시 20분 진주, 사천 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 오늘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건네주고 그것을 친구가 동영상으로 만들어 전송해주기 위한 시간을 얼추 30분 잡으면 늦어도 18시 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사천읍성에 있는 500년이 넘은 나무. 옆의 사람이 나무 거의 옆에 있어요. 얼마나 큰 지 보여주기 위해 제가 나무를 껴안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것은 미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간 무지막지하게 큰 나무. 보자마자 ‘저건 꼭 찍어야한다!’라는 묘한 의무감이 들게 만들 정도로 큰 나무였어요.
사천읍성에서 바라본 사천시의 풍경입니다. 날씨가 돌아다니기 너무 좋은 날이었습니다. 2월 말에 서울로 가느라 옷을 매우 두껍게 입고 별다른 옷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겨울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어요. 더욱이 저는 검은 정장바지에 등산화에 베이지색 오리털 파카라는 완벽한 부조화 패션. 이미 제가 내려왔을 때부터 따뜻하기는 했지만, 이날만큼은 덥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어요. 사천읍성에서 내려다보는 사천시의 모습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천읍성에 있는 나무로 만든 터널입니다. 여기에서 친구와 사진찍고 노는데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간 별로 없지 않냐? 대곡숲 가야 하는데 이렇게 여기에서만 계속 놀아도 돼?”
그러나 이미 대곡숲은 저의 머릿속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상태. 사천읍성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사천 읍내를 더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어요. 그래도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대곡숲은 가야했고, 길을 찾아 걸어가다가 사천시 홈페이지에서 사천읍성 소개 사진에 나오는 정자를 발견했습니다.
정자 정면입니다. 돌하르방 둘이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왜 돌하르방이 여기 있는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돌하르방 둘은 저를 놀라게 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정문으로 오는 길에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500년이 넘은 커다란 나무에서 나무로 만든 터널을 거쳐 걸어가다보면 정자가 보여요. 그리고 그 길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이런 탑이 있는 작은 연못과 마주하게 되요. 뒤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정자에요. 이 연못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정자에 갈 수 있어요.
일단 이 연못. 상당히 뭔가 이상해요. 여기에 왜 연못이 있는지 그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드는 연못이에요.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전혀 풍경과 어울리지 못하는 연못이에요. 위에 올라가서 보면 좋을 것 같지만 벽과 너무 찰싹 붙어있어서 위에 올라가서는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탑. 연못에 왜 탑이 있는지 그것도 의문. 연못이라는 세계 자체에 대한 의문 속에는 그 연못 속에 존재하는 탑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또 존재하고 있어요. 왜 연못 속에 탑이 들어앉아 있지? 주위의 분수가 탑을 향해 난사하는 구조도 아니에요. 그런다고 해서 연못의 너비와 탑의 높이가 조화로운 것도 아니에요. 이건 누가 보아도 아주 신경을 긁는 모습이에요. 더욱이 왕 부실해보여! 기단부까지 다 드러나서 밀면 그냥 넘어질 것 같아요. 차라리 탑의 아랫부분을 물에 잠기게 만들었으면 그나마 약간 봐줄만 할 것 같은데 이건 그 누가 보아도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존재이에요.
돌하르방이 연못에 자빠져있다!!!!!
이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 ‘돌하르방, 왜 여기 드러누워 계세요?’ 라고 직접 물어보고 싶어요. 돌하르방에게 마구 마구 물어보고 대답을 할 때까지 돌멩이를 잡히는 대로 던져서 돌하르방의 대답을 꼭 쟁취해내고 싶어요. 돌하르방, 여기에서 무슨 봉변을 당하셨어요? 아니면 돈을 잃었는데 사람들이 신경을 안 써 주어서 배 째라 드러누우신 거에요? 아니면 여기가 끝이 없다는 물장오리 분화구인줄 알고 위에서 다이빙 했다가 뒤로 자빠져서 뇌진탕 혼수상태이신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사천 관광 오셨다가 정말 사천이 마음에 들어서 드러누우신 것인가요? 그 어떤 가설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돌하르방이 이렇게 연못에 자빠져 있기 위해서는 일단 이 돌하르방이 제주에서 사천으로 와야 해요. 즉, 누군가 구입을 했다는 거에요. 누군가 심심해서 대충 아무 돌이나 골라잡아 쪼아보다가 실패해서 연못에 버렸다고 보기엔 일단 너무 커요. 그리고 돌도 분명히 제주도 돌. 그러면 왜 여기에 돌하르방이 자빠져 있는가? 이건 자연스럽게 뒤로 쓰러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요. 원래는 서 있던 돌하르방이 넘어졌다고 보기엔 위치가 너무 안 맞아요. 여기에 왜 돌하르방이 자빠져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자빠졌다고 보기 보다는 누워있다고 보는 편이 훨씬 어울렸어요.
이 연못은 돌하르방이 만든 돌하르방의 집이다!
사천에 거주하는 주민 누군가가 이 돌하르방을 사서 왔는데, 대자연이 그리웠던 돌하르방은 밤에 몰래 가출한 거에요. 그리고 돌아다니는데 난생 처음 보는 사천이어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사천읍성의 정자를 보자 삼무공원의 정자를 떠올리며 밤새 연못을 파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드러누운 거에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사실 이 연못에 돌하르방이 누워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 제주도의 상징물인 돌하르방이 서 있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누워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즉 이 상황도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도 말이 안 되는 거에요.
내부의 나선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도착한 정자 정상에서 본 사천의 모습입니다. 정자에서 내려와 다시 대곡숲을 찾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천읍성 안에서 한 번 헤맬 뻔 하다가 겨우 길을 찾아 나오려는 순간 정말 제가 좋아하는 모양의 집을 발견했습니다.
저 이런 집 정말 좋아해요! 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이고 마루도 있는 좀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집에서 살고 싶어요. 거기에 집 뒤에는 텃밭까지! 텃밭에 무언가를 키우며 밤에 마루에 앉아 별을 보며 정말 너무 제 마음에 꼭 드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천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풍경이 너무 많아서 너무 즐거웠어요. 아예 사천을 하루 코스로 잡아서 올 걸 생각하며 후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