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뭐라카네 (2008)

뭐라카네 - 03 경상남도 진주

좀좀이 2011. 11. 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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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계획이 크게 뒤틀리는 바람에 진주 올 때 들고 온 여비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다리는 알이 배었지만 친구를 향해 괜찮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참아야했죠.


전날 지리산을 보고 친구는 지리산에 꼭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국립공원에 전화를 해 보았어요.


지리산이 어제 폭설이 내렸어요. 그래서 아이젠과 스틱, 고글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아이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 아이젠을 구입해서 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아이젠에 스틱, 고글이라면 돈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내일 어디 가지?”

나 산이 너무 좋아졌다.”


친구가 산에 대한 열정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4일간 친구 방에서 뒹굴거리고 하루 여행갔다가 내려갈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저의 열정보다 친구의 열정이 더욱 커졌습니다. 친구는 전에 아는 분께 소개받은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의 명산부터 시덥잖은 산까지 거의 전부 올라와있었고, 직접 다녀와서 남긴 감상평도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1위였고, 한라산은 2위였습니다. 친구가 산을 찾아보는 동안 저는 방에서 뒹굴면서 놀았습니다.

와룡산 어때?”

백양산도 좋네.”

친구는 정말 여러 산들을 찾아냈어요. 그러나 모두 제 마음에 드는 산은 없었습니다. 사실 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의 관심은 등산보다는 산이 있는 곳에 관심이 쏠려있었어요.


남해 금산 좋네?”


친구가 진주에서 가기 좋고 평가도 좋은 산을 열심히 찾아 목록을 만들다 남해의 금산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남해? 경남 남해?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 계절학기 때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때는 2007년 여름. 저에게는 대학 다니는 동안 ‘19학점 징크스가 있었어요. 19학점을 신청하면 꼭 학점을 망쳤습니다. 19학점은 군대 가기 전에 딱 두 번-1학년 1학기와 2학년 1학기에 신청했어요. 1학년 1학기 때는 자다가 한 과목 시험 못 들어가는 바람에 F를 받고 3.28/4.5를 받았고, 2학년 2학기 때는 불어 4학점짜리 수업에서 D+이 나오고 나머지 믿었던 불어 과목 3개에서 전부 B+이 뜨는 바람에 3.39/4.5를 받았습니다. 8학기 졸업을 하려면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 반드시 한 번은 19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모두 17학점으로 끝내버린 상황. 그래서 4학년 2학기에 19학점 신청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그렇게 듣지 않으려고 했던 계절학기를 처음 신청했어요. 그나마도 졸업시험 날이 계절학기 수강신청일이라서 나중에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신청해 듣는 수업이었습니다. 우연히 제 동기도 그 수업을 듣고 있었고, 그래서 다행히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 동기가 남해에 있는 무슨 산이 참 쉬운데 좋다고 저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 동기가 추천했던 산이 바로 남해 금산?


YTN에서 한국의 명산시리즈로도 남해 금산 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틀어보았어요. 정말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 남해 금산 가자.”

친구와 저는 바로 남해시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홈페이지는 매우 잘 구성되어 있었어요. 남해에는 금산 외에도 볼만한 곳이 매우 많았습니다. 금산을 올라갔다가 남해를 구경하고 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해는 제가 가기엔 그다지 좋은 곳에 있는 곳이 절대 아니었어요. 일단 저의 고향은 제주. 귀향 후에는 공항이 있는 곳인 진주나 부산이라면 갈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외 경남 지역은 가기 매우 불편해요. 갈 일이 발생할 확률도 거의 0이었어요.


일단 갈 곳이 정해지자 친구와 은행을 향해 걸어갔어요. 목표는 국민은행. 오늘도 걸었어요. 또 걸었어요. 걸어야 다리가 풀린다지만 걸으니 다리가 아팠어요.



오늘도 우리는 남강을 도하한다!



남강에 오리로 추정되는 생명체 집단 출현!



남강 한 가운데에요. 강의 하단에 있는 검은 점들은 오리로 추정되는 부유중인 생명체.

은행에서 돈을 찾고 나니 역시 고기가 땡겼습니다. 확실히 전날 열량 소비가 너무 많았어요. 입에 고기가 짝짝 달라붙을 거 같았어요.

고기부페 가자.”

그러나 진주에 올 때마다 가던 고기부페는 문을 없어졌고, 주변에 고기부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진주성 쪽으로 많이 갔기 때문에 다른 길로 집을 향해 걸어갔어요. 진주시청 앞도 지나갔습니다.. 오른쪽은 진주시 의회이고 왼쪽은 진주시청이라고 했습니다.



진주시의 노을을 보며 걸었어요.



강에서 떠다니고 있는 오리로 추정되는 생명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가깝고 많이 있었는데 사진 찍으러 강으로 내려가자 모두 날아가 버렸어요.



남강 사진이에요.


집에 돌아오자 친구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여자친구는 4학년 1학기때 진주에 와서 마산에 들렸을 때 한 번 스쳐지나가며 본 적이 있었어요. 친구가 마산 왔다고 해서 여자친구와 잠깐 인사만 하고 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사실 제대로 함께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 친구의 여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진주 사투리 정말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한데요?”

사실 저는 진주 사투리가 독특하다는 것을 그다지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군 생활을 대구에서 했기 때문에 대구 사투리는 조금 오랫동안 들었지만, 그 외 경상도 지역 사투리는 친한 동기가 부산 사람이라 부산 사투리를 좀 들어본 것 외에는 거의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하물며 경상도 지역 내의 사투리들을 섬세하게 구분해낼 정도의 조예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여자친구의 발언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보통 경상도에서는 뭐라카노라고 하는 걸 진주에서는 뭐라카네라고 해요. 그거 진짜 간지러워요.”


푸학!


표준어와 서울말보고 느끼하다는 표현은 지방 사투리 화자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제 머리 속에서는 경상도 진주 말이나 부산 말이나 마산 말이나 창원 말이나 그게 그것. 하동이라면 좀 특이해요. 하동 사투리는 진짜 독특한데, 하동 외에는 뭐 그다지 큰 차이를 못 느껴요. 그런데 뭐라카노뭐라카네에 대한 친구의 여자친구의 재연 및 평가는 입에 물은 맥주를 뿜어낼 뻔 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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