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가기 전 달력을 보았다. 오늘은 1115년 6월 23일. 이제 시험이 딱 일주일 남았구나. 심장이 굳어간다. 단단해져서 아래로 떨어져 내릴 것 같다. 일주일. 저 시험이 끝나면 나의 이번 학기도 끝난다. 시험을 치루는 것은 안 두렵다. 그 이후가 두려운 것이지. 지금은 택도 없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매일 수업에 들어가지만, 시험이 끝나면 그 희망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거다. 희망이 사라지고 보지 않으려 애쓰던 현실만 남겠지. 이렇게 눈을 비비며 아침에 학교를 향해 걸어갈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시험이 끝나면 다음 학기에도 이렇게 아침에 걸어서 학교를 갈 수 있을지 결정이 날 거다. 나도 알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이제 곧 여기 올 거라고 신호를 보낼 즈음에야 다시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