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오늘의 잡담 - 습작 01 (선생과 학생들)

좀좀이 2017. 8.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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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2학년 3반 교실 안,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을 보며 수업을 하고 있다.


나는 철수를 바라본다. 너는 내 말이 정말 지루하다. 어떻게 이렇게 설명을 못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너는 지난주에 학원에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부분을 이미 배웠고, 학원 선생님은 네게 매우 잘 설명해주었다. 너는 지루해하는 티를 내면 자신의 수업태도를 내가 매우 안 좋다고 생각할 거라 생각해 듣는 시늉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제발 수업 좀 어서 끝나라고 빌고 있다. 너는 내가 너를 보고 무엇에 만족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다른 학생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내 고개가 영희를 향해 돌아간다. 너는 내 옷을 바라본다. 너는 내가 왜 맨날 옷을 그 따위로 입고 오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내가 집에 옷이 그것밖에 없어서 맨날 그 옷만 입고 오는지, 같은 옷을 몇 벌씩 사놓고 돌려입는 건지, 빨래를 안 하고 그 옷만 입고 오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너는 내가 제발 옷 좀 사입기를 바라며 내가 너를 아끼고 있는 것 같으니 듣는 척은 해주고 있다. 너는 내가 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를 보며 수업태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모습에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한다.


내 눈동자가 민호를 향해 돌아간다. 너는 수업이 대체 언제 끝날지만 기다리고 있다. 너는 나를 바라보며 제발 수업 좀 빨리 끝내달라고 속으로 외친다. 너의 머리 속에는 온통 수업 끝난 후 매점으로 달려가 빵을 사먹을 생각 뿐이다. 내 머리 위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고 아직도 수업 시간이 20분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다. 너는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다. 너는 내가 떠들어대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고 내가 어서 수업을 끝내고 교실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란다. 너는 배고픔 때문에 고개를 들고 있기도 힘들다. 너와 내가 눈이 마주친다. 내 입을 바라보며 내 입에서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라는 말이 나오기를 말없이 기다린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를 보자는 내 말에 너는 조용히 고개 숙여 한숨을 내쉬며 책장을 넘긴다. 너는 망할 놈이 더럽게 말만 많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내 눈동자는 다시 정 가운데로 돌아왔고, 내 고개는 경숙이를 향한다. 너는 내가 이 교실 학생들 수업 태도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말에 비웃고 있다. 나 혼자 열심히 떠들라고 내 말을 다 흘려듣고 있다. 나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손으로는 구상중인 만화에 등장할 인물의 눈을 스케치하고 있다. 네가 그릴 만화가 매우 재미있고 모두가 좋아해줄 거라고 상상하며 나에게 필기하는 척하면서 계속 네 만화 속 등장한 인물의 눈을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너는 내가 있는 위치에서 너의 책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열심히 듣는 척을 하면서 딴짓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해한다. 너는 '경숙아, 너는 항상 수업 열심히 듣는구나'라는 내 말에 오늘도 나를 잘 속였다고 만족해한다.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 들린다. 나는 교실을 나가 교무실로 가서 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내 오른쪽에 앉아 있는 박선생을 향해 의자를 돌렸다. 너는 내가 내 수업 시간 때 2학년 3반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듣는데 왜 학생들이 성적이 안 좋은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비웃는다. 너는 내가 머저리라고 생각한다. 너는 내 수업 시간때 그 반 학생들이 억지로 듣는 척만 하면서 전부 딴 생각하고 있고 멍때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그것을 눈치 못 채고 학생들이 진지하게 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정말로 믿는 것 같아보여서 속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을 내게 이야기해봐야 내가 안 믿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내게 '김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이 아마 어려워서 그럴 거에요'라고 말한다. 너는 네가 한 말에 내가 위안이 되었다는 듯 내 얼굴의 입꼬리가 위로 살짝 올라가고 미간의 주름이 펴지면서 '그렇겠죠?'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속으로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애들 성적이 형편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2학년 4반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을 보며 수업을 하고 있다.


나는 영호를 바라본다. 너는 어제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래도 이 과목을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듣고 있다. 최대한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몸을 비틀어대며 잠을 쫓아내고 있다. 그러나 너는 내게 너의 눈이 이미 풀렸는데 제발 좀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들으라는 말을 듣는다. 너는 기분이 살짝 언짢아진다. 너는 정말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민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너는 오늘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거리고 머리가 무겁다. 너는 자신이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는 내 수업을 정말로 좋아하고, 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 잘 가르친다고 감탄한다. 너는 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내가 가르치는 것이 다 이해된다. 책상에 엎드려 쓰러져 자고 싶지만 꾹 참으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너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을 본다. 너는 내게 오늘 정말 몸이 안 좋아서 수업을 듣기 어렵지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너는 내게 그 말을 하면 내가 오히려 화를 낼 거라 생각하며 입을 다물어버린다.


나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경수를 쳐다본다. 너는 지금 목도 뻐근하고 등도 아프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내 수업에서 내가 하는 말을 단 하나도 놓치기 싫기 때문에 잠깐만 책상에 엎드려 내 수업을 들으며 필기를 계속한다. 너는 학원을 안 다닌다. 그래서 너 스스로 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내가 가르쳐주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너는 내가 네가 정말 쉽게 잘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내 수업만 열심히 들었을 뿐인데 너는 지난 시험 점수를 매우 잘 받았다. 그래서 더더욱 너는 내 수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시 엎드려 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런데 너한테 잠 좀 자지 말고 일어나라는 내 말을 듣는다. 너는 정말 억울하다. 정말로 안 잤기 때문이다.


나는 창문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은지를 바라본다. 너는 지금 더워서 괴롭다. 너는 이 학교는 왜 한여름인데도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지 정말 불만이다. 너는 너를 괴롭히는 더위 때문에 수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 그래도 이 수업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에 더위를 그나마 이겨보고자 연신 부채질을 하며 부채질이라도 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보며 눈을 찌푸리는 것을 본다. 너는 너무 더운데 내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부채질하고 있는 중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너에게 태도로 지적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속으로만 지금 부채질하는 것은 수업듣기 위한 것이라고 투덜댄다.


종이 울린다. 나는 교실을 나가 교무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내 왼쪽에 앉아 있는 최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너는 왜 2학년 4반 학생들 수업태도는 항상 안 좋냐는 말에 속으로 어이없어한다.


"오늘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날도 덥구요."

"오늘만이 아니에요. 그 반 애들은 항상 그래요."


너는 내가 2학년 4반 학생들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너는 2학년 4반 학생들이 정말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을 안다. 2학년 4반 학생들 중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몇 명 있고, 학생들이 대체로 똑바른 자세로 수업시간 내내 앉아 있기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너는 2학년 4반 학생들을 정말로 사랑한다. 2학년 4반 학생들이 정말 착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내게 바로 그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곧 전에 이 말을 내게 했다가 내가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2학년 4반 학생들이 너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던 것을 떠올린다. 너는 지금 나와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서 내게 '예' 라고 짧게 대답하고 괜히 문제집을 꺼내 뒤적인다. 너는 문제집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에 전혀 관심없다. 너는 단지 나와 지금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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