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시려고 편의점에 갔어요. 편의점에 혹시 프링글스 새로운 맛이 나온 것이 있나 둘러보았어요.
"이건 한정판인가?"
아주 기괴한 맛인 프링글스가 있었어요. 그 프링글스 통을 보자마자 이것은 한정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정상적인 맛으로 나온 것 같지 않았거든요. 무슨 콜라보라고 이상한 맛끼리 결합한 과자가 많이 나왔다지만 프링글스 너마저 이러기냐는 생각이 들게 생긴 맛이었어요.
통을 집어들고 한정판이라고 적혀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이건 왜 한정판이 아니지?"
이름만 보아서는 딱 한정판으로 나와야 맞게 생긴 프링글스인데 정작 통 윗쪽에 'LIMITED EDITION 한정판매'라고 적힌 사각형이 보이지 않았어요.
"통 만들 때 한정판 라벨 인쇄하는 거 까먹은 거 아냐?"
통을 들고 꼼꼼히 여기저기 잘 살펴보았지만 '한정판'이라는 문구는 없었어요.
"한정판인데 한정판 인쇄하는 거 까먹었나..."
아무리 보아도 정식 버전으로 출시할 맛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만간 가게 진열대에서 사라질 프링글스 같아서 일단 한 통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원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집에 돌아오니 프링글스를 먹기 귀찮아졌어요. 그보다 일단 잠을 자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방구석에 놓고 잠을 잤어요. 그때부터 프링글스의 방치가 시작되었어요. 방구석에 있기는 하고 눈에 잘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그 통을 뜯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더욱 놀라운 일은 편의점 갈 때마다 그 프링글스가 계속 판매중이라는 사실이었어요. 통 디자인할 때 까먹고 빼먹어서 한정판이 안 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정식 제품으로 계속 판매중이었어요. 계속 판매중인 모습을 보자 급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어졌어요. 느긋하게 진짜 먹고 싶을 때 뜯어서 먹자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렇게 방에서 몇 개월 동안 방치되었어요.
"이제는 진짜 먹어치워야겠다."
너무 방치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좀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번에 먹어본 프링글스는 프링글스 치즈버거맛이에요.
프링글스 치즈버거맛 통은 이렇게 생겼어요.
프링글스 치즈버거맛 통은 연한 청록색이에요.
프링글스 치즈버거맛 통에 그려진 그림은 번 대신 프링글스로 만든 햄버거 그림이에요.
'이거 타코 아냐?'
프링글스를 집어넣어서 햄버거 그림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것은 햄버거보다는 타코 같았어요.
통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뒷면에는 성분표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성분표를 보면 역시나 말레이시아 제품이에요.
재료를 보면 건조감자, 팜올레인유, 밀전분, 치즈버거시즈닝 등이 들어갔대요.
치즈버거 시즈닝은 정제소금, 유청, 말토덱스트린, 향미증진제, 양파 분말, 토마토 분말, 설탕, 가수분해대두단백질, 치즈분말, 머스타드 분말, 신도조절제, 식물성유지, 구연산, 젖산, 효모추출물 등이 들어갔대요.
프링글스 통을 뜯자 패스트푸드 매장에 들어갔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올라왔어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어요.
"이거 왜 치즈버거일까?"
프링글스 치즈버거맛도 짠맛이 강했어요. 여기에 치즈향과 시큼한 향이 아주 조금 섞여 있었어요. 중심이 되는 냄새는 아무리 맡아보아도 머스타드 향이었어요.
아주 살짝 신맛 냄새가 느껴지는 머스타드 향이 느껴지는 짭짤한 감자칩. 치즈버거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할 수는 있었어요. 제대로 만든 거 말고 아주 조잡한 치즈버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햄버거 맛보다는 이거 오히려 더 머스타드 맛에 가까워 보였어요. 차라리 머스타드 감자튀김맛이라고 하면 이름과 맛이 더 잘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짭짤하기는 했지만 콜라나 맥주와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릴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