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아직도 안 끝난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세계 - 가을 멜론편

좀좀이 2012. 10.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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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멜론에 관한 글을 이미 몇 차례 올렸어요. 하지만 아직도 멜론 이야기가 안 끝났어요.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은 다양한 멜론의 나라랍니다.


지금은 가을 멜론이 나오고 있어요. 이것도 거의 끝물이죠. 겨울 멜론도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말 보기 어려운 편이에요. 저도 2월에 초르수 바자르에서 파는 것을 본 게 전부. 겨울 멜론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사서 먹어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저 역시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이름을 물어보고 사진을 잘 남기고 하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때만 해도 '듸냐'가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한 종류인 줄 알던 무지하고 미개한 원시인 시절. 저 이야기 우즈베키스탄 현지인에게 이야기했다가 현지인이 깔깔거리며 뒤집어졌었어요. 우즈베크어 '코분'이 러시아어로는 '듸냐'라구요. 즉, '듸냐 = 코분 = 멜론'이지, '듸냐'가 멜론 종류의 이름은 아니었던 것. '우즈베키스탄 듸냐 좋아요'라고 말한다면 그냥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멜론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 물론 멜론들이 맛있기는 하나, '지뢰 같은 놈'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살 때 '아오리, 부사, 홍옥' 처럼 사과 종류의 이름을 알아놓는 것이 좋은 것처럼 우즈베키스탄도 멜론 종류 이름을 몇 개 알아놓는 것이 시장 갔을 때 편해요.


5월부터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종류는 대충 아래 두 글을 참고하시며 보시면 되요.


1. 봄철 멜론 : 한달락 (http://zomzom.tistory.com/331)

2. 2. 여름 멜론 : 오비 노보트, 샤카르 팔락 등등... (http://zomzom.tistory.com/456)


가을 멜론은 종류가 많지 않아요. 여름 멜론에 소개한 멜론과 중복되는 것도 있고, 가을철에 나오는 멜론도 있죠. 참고로 가을 멜론은 당도가 여름 멜론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크기도 매우 큰 놈 투성이라서 혼자 먹기 좋은 놈은 거의 없어요. 작고 아담한 사이즈 (1.5L 콜라 패트병 크기부터 그보다 작은 것들) 찾기 많이 어렵구요.


1. Kampir chopon





- 이것은 위에 있는 여름 멜론 글에서 설명했었죠.


- 이건 지뢰입니다. 처음 먹었을 때에는 이게 갓 나온 멜론이라 맛이 별로인가 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맛이 제일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그냥 '이놈 맛이 원래 이렇게 맛이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당당히 '지뢰'라고 추천해요. 정말 맛 없는 멜론을 드셔보고 싶다면 이걸 드세요. 생긴 만큼 맛이 없어요. 다른 멜론 종류 이름들을 외우기보다 이것만 모양을 기억하시는 것을 추천해요. 이놈만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은 맛을 보장하거든요. 이 멜론의 맛은 '새콤달콤한 오이' 맛입니다. 향도 오이향이 나고, 맛도 오이맛인데 약간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요. 정말 야채와 과일의 경계선에 서 있는 녀석.


2. Shakar palak




- 이것 역시 위에 있는 여름 멜론 편에서 소개했던 놈이에요.


- 이것은 지금도 나오고 있어요. 맛은 매우 괜찮은 편. 그냥 믿고 먹는 놈이라 할 수 있어요. 적당히 달아요. 그리고 이 멜론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가장 잘 알려진 중앙아시아 지역 멜론 형태에요. 중앙아시아 관련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공중파 TV도 여러 번 탔었죠. 정말 믿고 먹는 놈이라는 설명 외에는 그다지 특별히 설명할 구석이 없는 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냥 무난하면서 '너무 달고 맛있어!'라고 오비 노보트를 못 먹어본 초심자용 멜론이에요.


3. Xorazm qirqma


이름에 원래 특별한 뜻은 없어요. qirqma 자체가 사전에 '멜론 종류 중 하나'라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qirqma 에는 다른 뜻도 있으니, 그 뜻은 바로 '나무 토막'. 그러므로 해석을 이상하게 하면 '호라즘 나무토막'.




- 이것은 작은 놈을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어요. 일단 큰 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박보다도 훨씬 크고, 보통 크기라고 해도 우리나라 가장 큰 수박과 맞먹는 크기. 그래서 혼자 먹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에요. 사진 속 멜론은 시장에 있는 멜론 전부 들쳐보며 겨우 찾아낸 제일 작은 크기.


맛은 그냥 무난한 단맛. 그냥 먹을만 해요. 여기 처음 와서 먹는 멜론으로 먹는다면 대만족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름 멜론을 먹고 이것을 먹는다면, 그리고 오비 노보트를 먹어본 사람이 먹어본다면 무언가 약간의 실망이 따를 만한 단 맛이에요. 흔히 생각하는 멜론 맛과 비슷해요.


밤에 먹기 위해 자르고 사진을 찍어서 조금 붉게 나왔어요. 원래 색은 초록빛이에요. 저런 누런 빛 아니에요.


4. Gulobi


이것 역시 원래 특별한 뜻은 없어요. gulobi 역시 사전에 '늦게 익는 멜론 중류 중 하나'라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gulob는 '장미수'(장미 잎에서 얻은 특수한 액체)라는 뜻이고 gulobi의 다른 의미는 '장미수 빛'이라는 뜻이에요.




- 이것 역시 호라즘 크르크마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멜론. 사진을 찍은 작은 놈 역시 시장 멜론 상인들과 씨름하며 가장 작은 것으로 달라고 몇 번씩 주문하고 멜론 쌓여 있는 것을 들쳐 보고 겨우 찾은 것. 이 정도 크기는 거의 없어요. 즉, 이것 역시 혼자 먹기 매우 어려운 멜론. 제가 사온 것은 이 멜론이 나온 이후 가장 작은 크기였고, 작다고 하는 게 호라즘 크르크마처럼 엄청 커서 혼자서 절대 다 못 먹을 크기에요.


맛은 딱 참외맛. 맛도 향기도 딱 우리나라 참외맛이에요. 당도도 단 맛이 진한 참외 정도에요.


5. Rais qirqma


이것 역시 이름 자체에는 원래 큰 뜻이 없어요. 굳이 해석을 하자면 rais 는 아랍어원의 우즈벡어로 의미가 '우두머리'에요. 즉, 이상하게 억지로 해석을 해 보면 '우두머리 나무토막', 또는 '대장 나무토막'.



정말 가장 작은 놈을 운좋게 발견해서 들고 왔어요. 그래서 이 크기가 참 만만해 보이는데...



옆으로 보면 역시나 큽니다.



- 이게 얼마나 작은 것을 제가 집어왔냐 하면, 길이가 이것의 2배 크기인 놈들도 있어요. 가을멜론은 정말 캄프르 촙폰, 샤카르 팔락 외에는 다 크기가 괴물급. 제가 집어온 것은 당연히 제일 작은 놈이에요. 사진에서 콜라 1.5L 패트병보다 작다고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저는 정말 왜소한 녀석으로 들고온 것이고, 보통은 저거보다 훨씬 커요. 거대한 멜론 사진이 없는 이유는 그것을 혼자 다 먹어치울 방법이 아예 없어서 안 사기 때문이구요. 이 멜론은 표면에 깊은 골이 있기 때문에 칼로 썰어 먹기 조금 힘든 편이고, 껍질도 단단한 편이에요. 맛은 적당히 먹을만한 맛이에요. 향도 그냥 보통. 호라즘 크르크마, 굴로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골라도 대충 비슷한 결과가 나와요.


가을에 우즈베키스탄 오셔서 멜론 드시고 '좀좀이 이 자식, 뻥쳤구나!'라고 하지 마세요. 가을 멜론은 당도가 여름 멜론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목이 타는 단 맛'을 자랑하는 오비 노보트는 아예 없구요.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아직도 멜론이 나고 있다는 것 정도가 신기한 일이랄까요. 그래도 달콤한 맛을 자랑하므로 가을에 오셨다고 멜론을 외면하지 마시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꼭 드셔보세요. 나중에 혼자 한 통 사서 다 먹겠다고 할 때 혼자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멜론은 멜론계의 최고 지뢰 - 할머니 목동 (캄프르 초폰) 뿐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해야 했던 숙제'로 올리고 있는 여행기인 우즈베키스탄 여행에서 부하라에서 멜론을 잘라먹는 새로운 방법을 보고 그 방법으로 잘라먹고 있어요. 예전에는 멜론을 반으로 자른 후 다시 먹기 좋게 잘랐는데, 요즘은 멜론 중간까지만 자른 후, 먹을 조각만 잘라서 먹고 있어요. 이러면 절반~절반 더 먹고 나서 가운데에 씨가 그대로 남는데, 이것을 칼로 긁어내고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속 잘라먹는 것. 이렇게 먹으니 훨씬 편하게 잘 먹을 수 있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이것들은 손에 즙이 뭍어도 그다지 미끈거리지 않다는 거에요. 오비 노보트는 목이 타는 단 맛만 자랑하는 게 아니라 손에 즙이 뭍으면 마치 풀 뭍은 손을 물로 닦아낼 때 그 미끈거림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얘네들은 당도가 낮아서 그런지 손에 즙이 뭍었을 때 그런 미끈거림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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