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어를 배우다보면 '멜론'이라는 단어는 저절로 배우게 되요. 그만큼 멜론이 많이 나거든요. 맛도 좋구요.
요즘 시장에 멜론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외국 나와서 유제품을 빼고 신기한 거 있으면 먹어보아야하기 때문에 과감히 또 사왔어요.
우즈벡어 교재를 보면 멜론은 '코분' qovun 이라고 나오는데 일단 지금 나와 있는 멜론은 세 종류에요. 왼쪽부터 한달락, 디냐, 코분이에요. 세 개가 이름이 달라요. 한달락 보고 코분이라고 해서 문제될 건 없지만 한달락 먹고 나서 '코분 먹었어요'라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사진 가장 오른쪽 큰 놈을 먹은 줄 알아요.
먼저 한달락
과육은 초록색+살구색.
식감은 별로 없음. 정말로 흐물흐물해요. 물론 포크로 찍어먹을 수는 있을 정도지만요.
맛은 엄청나게 달고 (세 개 중 가장 단 맛이 강함) 신 맛이 조금 있음.
향은 별로 없음.
과육도 많지 않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걸 최고로 침.
다른 종류의 한달락
이건 크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한국에서 파는 멜론과 같은 놈.
단, 맛은 한국 것보다 2배 달고, 향은 한국 것보다 1.5배 강해요.
식감은 꽤 좋은 편. 과육이 어느 정도 단단하지만 입에서 녹는 느낌이 들어요. 딱 메로나 먹는 기분.
그리고 한달락과 달리 과육이 많아서 먹을 게 좀 있어요.
그리고 코분
이제 나오기 시작했어요. 한달락, 코분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직 제대로 된 놈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냥 일찍 나와서 사왔음.
우즈베키스탄에는 겨울에도 코분이 나와요. 겨울에 잠깐 겨울 코분이 나와요. 제가 먹었던 겨울 코분은 지자흐에서 나온 코분이었고, 사진 속 이번에 사온 멜론은 타슈켄트시에서 나온 멜론이에요. (참고로 타슈켄트 시도 있고, 타슈켄트 주도 있어요.)
이놈은 아직 제대로 익은 놈도 아니고 제대로 큰 놈도 아닌 듯. 겨울 코분보다 크기도 작고 맛도 확실히 덜 달고 아직 풋풋한 맛이 많이 있었어요.
6월 18일.
올로이 시장에서 한달락, 멜론을 팔고 있어서 또 먹으려고 한 개씩 다 사왔다.
지난 번에는 한달락 작은 게 8000, 속이 푸른 한달락 작은 게 10000 (그래도 한달락보다는 훨씬 컸다)이었는데 이번엔 한달락 엄청 큰 게 7000, 속이 푸른 한달락 엄청 큰 게 7000까지 떨어졌다. 첫물은 비싼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과일값이 확실히 팍팍 떨어지더라. 살구도 그랬고, 멜론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한달락은 우즈벡 사람들이 모두 추천하는 과일이고, 상인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옆에 있는 디냐는 마구 까내린다. 한달락 최고, 아 닥치고 최고. 속이 푸른 한달락? 저건 좋은데 한달락한테는 안 되지. 이러고 간다. 그래서 그런지 도도한 한달락은 1000숨 밖에 안 떨어졌고, 디냐는 무려 3000숨 폭락했다.
이렇게 사온 놈들이 제일 위의 사진에 나온 놈들이다. 한달락, 속이 푸른 한달락 단면은 지난 번 먹은 것이고, 이번에 사온 것들은 완전한 공 모양. 가로, 세로 높이 모두 비슷한 크기. 세 개 들고 오는데 엄청 무거웠다.
일단 코분 시식. 맛은 그냥 그랬다. 후숙이 덜 된 건지, 아직 첫물이라 그런 건지 단 맛은 의외로 떨어졌고, 풋풋한 맛이 강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먹었던 멜론보다는 압도적으로 달지만, 경쟁자가 엄청 단 한달락과 속이 푸른 한달락이라서 밀려버렸다.
점심으로 코분을 먹고, 한달락과 속이 푸른 한달락은 다음날 먹기로 했다.
6월 19일
"어이쿠! 뭔 꼬리꼬리한 냄새야?"
아침부터 된장국 썩은내가 집에 진동을 했다. 급히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어떤 집이 아침부터 된장국 썩히는 거야?"
그런데 주변에 사는 사람은 다 러시아인, 아니면 우즈벡인이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러시아인들. 그 사람들이 아침부터 된장국 진하게 끓여먹을 리는 없고...분명 식재료 썩는 냄새는 아니었다. 이 꼬릿꼬릿한 냄새는 분명히 된장국 냄새...그것도 좀 상한 듯한 것을 마구 졸이는 냄새였다. 그런데 우리집에서는 된장국 냄새가 날 수가 없는데?
아침부터 냄새의 주범을 찾아 냉장고며 찬장이며 다 뒤져보았지만 범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잠깐 나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왔다. 오늘 점심은 어제 사온 한달락과 속이 푸른 한달락. 그새 집안에서는 그 꼬릿꼬릿한 냄새가 다시 집에 진동하고 있었다.
냄새는 한달락과 속이 푸른 한달락 쪽으로 갈 수록 진해졌다. 부엌 창문을 열고 냄새의 주범을 찾아 코를 벌름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범인은 너다!"
한달락에서 나는 냄새였다. 썩은 건 아니고 하도 달아서 단 냄새가 그렇게 꼬릿꼬릿한 냄새를 풍겼나보다. 속에서는 별 냄새가 없고 단맛만 엄청 강한데 이걸 밀폐된 공간에 두니 꼬릿꼬릿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분명 시장에서는 별 냄새가 없고 단 냄새만 났는데, 그건 악취는 다 바람에 날아가서 없었던 것 같다.
결론 : 한달락은 사오자마자 바로 먹고 껍질을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집에서 꼬릿꼬릿한 된장국 냄새 난다. 냄새는 껍질에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