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끝없는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세계

좀좀이 2012. 9. 2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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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즈베키스탄 멜론과 관련된 글을 썼어요. (http://zomzom.tistory.com/331) 이때는 우즈벡어도 지금보다 훨씬 못 했고, 무엇이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심지어는 '듸냐'가 그냥 멜론 - 즉 우즈벡어로 'qovun'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이때 '디냐'라고 썼던 것 역시 '한달락'의 일종. 한국 멜론과 비슷한 것으로 조금 늦게 나오는 종류래요. 제가 얼마나 무지하고 우즈벡어를 못 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이 글도 어쩌면 저의 일기이기 때문에 수정도 안 하고 방치중이에요. 참 부끄럽기 그지없지만요.


우즈베키스탄 여행 다녀오신 분들 글을 보면 우즈베키스탄 멜론이 종종 등장해요. 그런데 이 멜론에 대해서는 우즈벡어인 '코분', 또는 러시아어인 '듸냐'라고만 적을 뿐이라는 것이에요. 우즈벡어나 러시아어나 둘 다 잘 모르는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길다란 멜론 이름이 '코분', 또는 '듸냐'라고 알기도 해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냥 다 '코분'이라고 하구요. 외국인일 경우에는 그냥 러시아어로 '듸냐'라고 말해줘요. 우즈벡 사람들 중에서도 멜론 종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라고 귤 종류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즈베키스탄 멜론은 그렇게 허술하고 쉬운 놈이 아니라는 것.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종류는 정말로 많아요. 저도 처음에는 저 위의 글처럼 딱 세 종류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천만의 말씀. 우즈베키스탄에서 제가 본 멜론 종류만 지금까지 9종류. 이 중 이름도 못 알아내고 먹어만 본 종류만 2종류에요. 한국 멜론과 비슷한 멜론도 늦게 나오는 한달락이라고는 하는데 아마 분명히 다른 이름이 있을 거에요.


이 나라에서 멜론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멜론 종류가 정말로 많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멜론 종류에 따라 생김새도 아주 확연히 다르구요.




보이시나요? 뒤에 쌓여 있는 수박 외에는 전부 멜론이에요. 저런 경우에는 적당히 'qovun bering!' 이라고 말하기도 난감한 상황. 물론 적당히 종류를 가리키며 그거 사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여름에 이렇게 거리에 수박과 멜론을 쌓아놓고 파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요즘은 이렇게 거리에 쌓아놓고 파는 장면이 흔히 보이지는 않는답니다.


지금 나오는 멜론은 5종류, 또는 그 이상이에요. 이번에 소개할 멜론 종류는 지금 나오는 멜론들이에요. 참고로 멜론 이름들은 멜론 장수에게 적어달라고 한 것이랍니다. 멜론 장수는 키릴 알파벳으로 적어 주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라틴 알파벳으로 옮겨 적은 거에요.


Obi novvot



novvot는 '설탕과자'라는 뜻이에요. 대체 얼마나 달면 저렇게 이름을 지었을까요?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맛은 그냥 경악할 정도로 달아요. 어느 정도냐 하면 이거 먹으면 목은 타는데 물은 마시고 싶지 않은 희안한 경험을 하게 되요. 이것은 지금 끝물. 이 종류는 8월이 절정이에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이 멜론은 여기 와서 거진 20통 사 먹었어요. 정말 이번 여름 우즈베키스탄에서 저의 주식과 같은 역할을 했던 녀석. 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무겁답니다. 당연히 겉에서는 너무 달아서 나는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구요. 빨리 먹고 빨리 쓰레기를 치우는 게 제일 좋아요. 이 녀석은 은근히 잘 나가요. 현지인들이 사가는 것은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지만, 은근히 은근히 팔리면서 정말 많이 팔려요. 즉 안 팔리는 거 같은데 잘 팔리는 종류라는 뜻이죠.


Shakar palak



번역하면 설탕 덩굴. 이것은 아직 직접 먹어보지 못했어요. 외관은 일단 '우즈베키스탄 멜론'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멜론의 생김새에요. 아마 이것도 엄청나게 달겠죠. 앞서 본 Obi novvot 처럼 강력하고 과격하게 단 맛을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달았으면 이름을 '설탕 덩굴'이라고 지었을까요?


Qizil go'shtli



이름이 웃겨요. 번역하면 '빨간 고기가 들어있는 것'. 일단 생긴 것은 Shakar palak의 변종 아닌가 싶게 생겼어요.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잘 익은 호박빛의 과육. 맛은 먹을만 해요. 향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며, 당도도 앞서 둘보다는 떨어져요.


Ko'kcha



이건 정말 평범한 이름. '파란색'. 사실 ko'kcha 자체가 멜론 종류의 이름이에요. 우즈벡어-우즈벡어 사전에는 그렇게 나와 있어요. 하지만 이 단어를 분석해보면 '초록색의' ko'k 에 접사 -cha가 붙은 형태. 그러고보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ko'kcha masjidi 도 있네요. 타슈켄트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인데 이 모스크 이름을 그대로 번역하면 '멜론 모스크'.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얼핏 보면 Shakar palak 설익은 것 아닌가 싶게 생겼어요.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속도 파래요. 맛은 한국의 머스크 멜론과 비슷한 맛.


Kampir cho'pon



참 이름답게 생겼어요. '할머니 목동'이라는 뜻이거든요. 이것은 정말 얼핏 보아서는 멜론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멜론 장수가 수박과 호박을 같이 파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보통은 야채 가게에서 호박을 팔지만, 수박과 멜론을 파는 장사꾼이 옆에 호박도 가져다 놓고 파는 경우도 볼 수 있거든요. 우즈벡어에는 과일, 야채, 그리고 'Qovun-tarvuz'라는 것이 있어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멜론-수박'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과일도 아니고 야채도 아닌 것 - 즉 수박, 멜론 같은 것을 따로 구분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 '멜론-수박' 류에 호박도 들어가요. 그래서 멜론 장수가 호박을 같이 팔고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답니다. 이것은 겉만 보아서는 멜론보다는 호박에 가까워보여요. 저도 처음에는 무슨 호박 종류인 줄 알았어요. 일단 이름답게 표면은 쭈글쭈글 주름투성이에요.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일단 잘라보면 멜론 종류가 맞기는 해요. 잘라놓고 본 모습이나, 맛과 향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한달락과 비슷했어요. 이것은 나온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맛이 제대로 들지는 않았더라구요. 푹 익으면 아마 한달락과 유사한 맛을 내지 않을까 싶었어요. 참고로 이렇게 생긴 멜론 과육이 한달락처럼 너무 무르면 칼로 자를 때 쉽지 않아요. 껍질을 잘라야 하는데 과육이 찢어져 버리기 일쑤거든요.


Qizil go'shtli, Ko'kcha, Kampir cho'pon 크기를 비교한 사진이에요.



참고로 Ko'kcha 중 가장 작은 녀석을 들고 온 거에요. 세 개 다 후딱 먹어치워야 해서 무조건 작은 걸로만 골라왔거든요. Ko'kcha 는 보통 저 사진 속의 것보다 1.3~1.5배 더 커요. 그런데 크기가 저 정도랍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오시면 꼭 멜론 드셔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멜론을 맛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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