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해야 했던 숙제 - 04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좀좀이 2012. 10. 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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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메 모스크에 가기 위해서는 왕궁에서 나와 큰 길로 간 후, 일단 오른쪽으로 쭉 가야 했어요.




이렇게 NBU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되요. NBU 근처에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왼쪽으로 꺾어 길을 건너 다시 쭉 가면 조메 모스크에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아까 양기 바자르와는 전혀 다른 모습.


'여기 사람들 다 시장 갔나?'


이건 정말 극단적으로 대비되었어요. 양기 바자르에서는 사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졌는데, 지금은 거리에 사람이 안 보여서 일요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 시장도 사람이 없고 거리도 사람이 없다면 토요일이라서 그렇거나, 아니면 원래 사람이 적은 동네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이쪽이 원래 사람들 안 다니는 길은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없다니 참 신기해 보였어요.



"여기도 아쿠아파크 있구나!"


여름에는 아마 사람들로 붐볐을 거에요. 이제 날이 많이 선선해졌어요. 게다가 학교는 개학을 해 버렸구요. 여름에는 저기에 사람들이 가서 놀고 있었을까?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것 같지는 않은데...여름에 사람들이 저 아쿠아파크에 가서 많이 노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주위에 사람이 없었어요.



NBU가 가까워졌어요.


"중국인?"

"한국인이야."


꼬마 하나가 NBU 사진을 찍는 것을 보더니 제게 쪼르르 달려왔어요. 꼬마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는지 어설프게 영어로 말을 걸었어요. 그래서 우즈벡어로 대답했어요. 꼬마는 제게 우즈벡어 아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안다고 대답하자 꼬마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어요.


"여기에서 사진 찍어 줘."

"응."



꼬마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17세기에 지어진 함맘 Hammom. 대중목욕탕이었어요. 별 볼 일 없는 것인줄 알았는데 여기도 나름 가치 높은 유적이었어요. 안에 들어갈 수 있나 문을 열어보았어요. 문은 잠겨 있었어요.


꼬마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꼬마는 웃으며 갔어요. 이 함맘에서 길을 꺾어 횡단보도를 건너 쭉 직진하면 조메 모스크. 꼬마가 간 후, 길을 건너기 전에 함맘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뭔가 밋밋하네."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시 한 장 찍어 보았어요.



"이것도 밋밋하네."


이 채워지지 않는 불만. 싱거운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역시 함맘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것이 정답이구나. 함맘은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에요. 하지만 앞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건물. 그래서 함맘은 위에서 지붕을 내려다보며 찍어야 예쁜 사진이 나와요. 그리고 그렇게 보아야 '이게 함맘이구나' 라는 독특한 감상이 생기구요. 그냥 앞에서 보면 크게 인상적인 모습은 거의 없어요. 이 함맘은 규모가 큰 함맘도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야 큰 목욕탕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살고 있는 제 눈에는 동네 목욕탕 크기.


길을 건너자 맞은편에 또 유적 같이 생긴 건물이 있었어요.



이 건물은 19세기에 세워진 카몰 코즈 마드라사 Kamol Qozi Madrasasi.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문이 잠겨 있었어요.


"안을 볼 수 없을 건가?"


건물을 따라 걷다가 창문을 통해 안쪽을 보았어요. 안을 볼 수 있었어요.



"음..."


그냥 폐허. 겉은 멀쩡한데 속은 정말로 폐허였어요. 복구 작업 중이라고 보아야 하나, 그냥 폐허라고 보아야 하나...그래도 외관 상태가 좋으므로 일단은 복구 작업이라고 해 두었어요.


길을 따라 쭉 걸어가자 조메 모스크가 나왔어요.



여기는 입장료와 사진촬영비를 받는 곳. 입구에서 받는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돌아다니고 사진찍고 있으면 그때 와서 돈을 받아가요. 여기가 돈을 내는 곳이라는 곳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의 모스크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는 것이 돈이 안 아깝다고 말은 못 해요. 그러나 나중에 이 따위 것도 돈을 받는다고 욕을 할 지언정 일단 처음 왔으니 돈을 내고 구경하기로 했어요.



이곳의 특징은 기둥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내부는 식당으로 쓸 계획인 듯 했어요.



그냥 돈을 내지 않고 밖에서 스윽 보고 지나쳐도 크게 아쉬울 거 없는 모스크였어요. 혹시 이것을 먼저 보고 왕궁을 보았다면 감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여기도 어느 정도 화려하기는 했으니까요. 문제는 왕궁을 보고난 후라 이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이 정도 화려한 모스크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구요. 단지 기둥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다른 모스크들과의 차이.


모스크를 보고 노르부타벡 마드라사 Norbutabek Madrasasi 로 갔어요. 이 마드라사는 1799년에 지어진 마드라사. 이 마드라사 주변에 묘소 Maqbara 가 3개 있어요. 이쪽에 가면 한 번에 볼 것 4개를 끝내는 것이에요.


가는 길에 무언가 유적처럼 생긴 것이 있었어요.



설마 함맘인가? 함맘 같기도 하고 마드라사 같기도 했어요. 중요한 것은 이것도 유적일 거라는 느낌이 왔다는 것. 지나가는 길에 알려지지 않은 유적을 하나 발견하다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어요. 이건 거리에서 5000원 지폐 줍는 정도의 기쁨이었어요.


건물로 다가갔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길을 돌아 입구쪽으로 갔어요.




이름도 없고 특별한 표시도 없었어요. 이것이 보수중인 것인지 개조중인 것인지, 아니면 새로 짓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이 골목을 더 뒤져볼까 하다가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여기를 다 못 보고 파르고나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칸드에서 안디잔으로 바로 넘어가는 법도 있었지만 그러면 파르고나를 아예 못 보았거든요. 오늘 어떻게든 코칸드 관광을 끝내야만 안디잔까지 무사히 다 보고 타슈켄트로 돌아가서 기차를 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골목 탐험은 이 정도로 끝냈어요.


노르부타벡 마드라사를 향해 계속 걸어갔어요.



"이건 왜 이렇게 커?"


마드라사가 왠지 궁전보다도 더 커 보였어요. 이 사진은 멀리서 24미리에 x0.7 컨버터 렌즈를 끼워서 찍은 사진이에요. 화각으로 치면 약 17~18mm. 그렇게 찍어도 화면에 가로로 꽉 차는 규모.


이곳과 이 주변에 있는 묘소 3개는 동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후딱 둘러보고 끝냈어요.



내부는 크게 주목할 것은 없었어요.






여기는 정말로 동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빨리 둘러보았어요. 이곳을 둘러본 것보다 동네 주민들과 인사하고 간단히 몇 마디 나누며 대화한 것이 더 인상적인 곳이었어요. 이것은 단순히 왕궁 때문은 아니었어요. 마드라사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무언가 확 와닿거나 끌어당기거나 큰 자극을 주는 것이 없었어요. 코칸드에 왔다면 반드시 가 볼 곳이라 추천할만은 하나,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확실히 인상을 남길 그 무언가가 없는 밋밋한 곳이었어요. 그렇다고 이곳에 무슨 비장하고 슬픈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적이 벌어졌던 곳도 아니구요. 정말 볼 만은 하나 어떤 점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큰 곳'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곳.




그나마 다행이라면 동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이곳을 빨리 돌아서 시간을 벌었다는 것.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코칸드에서 파르고나 가는 버스는 오후 6시가 막차. 이제 슬슬 빨리 둘러보고 갈 때가 되었어요. 남은 것은 바로 구시가지, eski shahar. 그곳에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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