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크 언어를 공부하다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우즈베크어, 키르기즈어, 카자흐어 등에서는 동작의 상태를 표현하고 의미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동사를 사용해요. 하지만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등에서는 보조동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보조동사는 한국어에 없는 개념이 아니에요. 동사 중 원래 의미가 아니라 다른 동사와 같이 사용해 의미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사를 의미해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아요.
1. 숙제를 해서 갔다.
2. 일을 진행해 가고 있다.
첫 번째 예문의 '가다'는 우리가 아는 사전적 의미의 '가다'로 사용한 경우에요.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를 나타내고 있어요. 그러나 두 번째 예문의 '가다'는 '가다'의 사전적 의미와는 의미가 달라요. 일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거든요. 두 번째 문장의 '가다'를 사전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이렇게 두 번째 예문에서 사용한 것 같은 경우가 바로 보조동사로 사용한 경우에요.
이렇게 보조동사로 사용하는 동사는 우리말에도 여러 가지 있어요. '해오다', '해가다', '해버리다' 등등 꽤 많이 존재해요.
같은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이지만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등에는 보조동사가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이들 언어에도 보조동사가 존재하기는 해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터키어 현재시제 접사로 알려진 iyor 는 우즈베크어, 키르기즈어, 카자흐어 등에서 현재 진행을 나타내기 위해 ib동부사+보조동사 형태로 표현하던 것이 음운변화 및 축약을 거쳐 하나의 시제접사화된 경우에요. 우즈베크어, 키르기즈어, 카자흐어에서는 '가다, 서다, 눕다, 앉다' 동사를 ib동부사와 같이 써서 '~하고 있다' 의미를 나타내거든요. 이것이 터키어에서는 iyor 형태가 되어 하나의 시제접사화된 것이에요. 현재 터키어 iyor는 하나의 시제접사화되었기 때문에 그 어원을 찾아 가른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어요. 결국 시제를 표현하기 위해 다시 iyor를 써야 하니까요. 이것은 아제르바이잔어 ir, 투르크멘어 ýar 도 마찬가지에요. 원래는 ib동부사+보조동사 형태이지만 현재는 하나의 시제접사화된 경우에요. 2시제 이론으로 표현하자면 상 접사가 된 경우라고 보구요. (참고로 동사의 상이란 '동작 상태'로 이해해도 되요)
터키어 보조동사로는 -(y)Abilmek, -(y)Ivermek, -(y)Agelmek, -(y)Adurmek, -(y)Ayazmak, -(y)Akalmak, -ip gitmek, -(y)Agörmek 이 있어요.
01. -(y)Abilmek
- '할 수 있다'는 의미에요. 상당히 잘 쓰는 표현이자, 여러 튀르크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예) Her gün çikolata yiyebilirim. 나는 매일 초콜렛을 먹을 수 있다.
02. -(y)Ivermek
- '갑자기 ~하다'라는 의미에요.
예) O anda odaya bir adam giriverdi. 그때 방으로 한 사람이 갑자기 들어왔다.
03. -(y)Agelmek
- '습관적/관습적으로 ~하다'라는 의미에요.
예) Onlar yıllardır Noel'i kutlayagelmişlerdir. 그들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 또는 행위가 과거에 시작되었고, 말하고 있는 동안 계속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해요. 이 경우는 '~해오다'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예) Bu, öteden beri devam edegelmektedir. 이것은 오래 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04. -(y)Adurmak
- 주로 이동 동사와 결합해 사용하며, 동작이 진행중임을 의미해요. gitmek, yürümek, koşmek 등과 결합해요.
예) Sen yürüyedur, ben sana yetişirim. 너는 걷는 중이야, 나는 너를 따라잡을 거야.
- 종종 명령형으로 사용해요. 이 경우는 '계속 ~해라'라는 의미로 사용해요.
예) Siz oynayadurun. 너희들은 계속 놀아라.
05. -(y)Ayazmak
- 동작이 거의 발생하려 했음을 의미하기도 해요. 주로 부정적인 경우에 사용해요. 이 경우는 '~할 뻔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예) Kazada babam da öleyazdı. 사고로 내 아버지도 사망하실 뻔 했다.
예) Yürürken düşeyazdım. 나는 걸을 때 넘어질 뻔했다.
06. -(y)Akalmak
- 동작이 진행중임을 의미해요. bakmak, donmak, şaşmak 과 결합해서 사용해요.
예) Donakaldık. 우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07. -ip gitmek
- 동작이 지속되는 상태로 전환되었거나, 불연속적인 상태로 지속됨을 의미해요. 이 경우는 '~해가다'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예) Unutulup gitmiş bir isimdir. 잊혀져가고 있는 한 이름입니다.
예) Yaşamınız böyle sürüp gidiyor. 당신들의 인생은 이렇게 지속되어간다.
08. -(y)Agörmek
- 긍정으로 사용할 경우, 동작의 진행을 의미해요. 이 경우는 '~에 열중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예) Raşit mektubu yazagörürken kapı çalındı. 라시트가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부정으로는 (-mAyAgörmek 형태) 주로 명령형에서 사용하며, 안 좋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주의하라는 의미로 사용해요. 이 경우는 '~하려고 하지 마라', '~해보지 마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예) Başınız uzun süre ağrımayagörsün. 오래 고민하지 마세요. (오래 고민해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