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인터넷으로 서울 여기저기를 검색하며 갈 만한 곳을 찾아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요즘 서울에서 유명한 핫플레이스로는 힙지로 소리 듣고 있는 을지로가 있어요. 을지로는 을지로 양 옆으로는 대형 빌딩이 많아요. 그리고 골목 들어가면 조그마한 공장이 많이 있어요. 을지로와 종로 사이 지역은 길이 매우 복잡하고 좁아요. 이쪽은 저도 가끔 헷갈리곤 하는 곳이에요. 을지로 골목길에는 인쇄공장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쇄공장만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주변 지역에 뭐가 있는지 저도 정확히 다 알지는 못 해요. 아주 유명한 만선호프 거리, 혜민당&커피한약방 카페, 감자탕 맛집 동원집 정도만 알아요. 을지로 일대를 많이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전히 을지로 일대에 대해 매우 잘 안다고 자부하지는 못 해요.
검색하며 갈 만한 곳을 찾다가 을지로를 검색했어요. 을지로에는 을지로 일대 지상 구역도 있지만, 을지로 지하상가도 있어요. 을지로 지하상가는 거의 가본 일이 없었어요. 바깥 돌아다니는 것만 해도 재미있고, 을지로는 횡단보도 통해서 길 건너가기도 좋거든요. 그래서 굳이 귀찮게 계단 오르내리며 지하상가로 들어갈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어요. 을지로 지하상가를 전체 다 한 번에 걸어본 것도 매우 최근 일이었어요.
"을지로에 이런 카페가 있다고?"
을지로를 검색하다가 매우 신기하게 생긴 카페를 하나 발견했어요. 발견한 카페는 매우 올드한 분위기였어요. 카페가 아니라 다방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카페였어요.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카페를 왜 지금까지 몰랐는지 의아했어요. 블로그, SNS 같은 것을 많이 하다 보면 관심이 없어도 핫플레이스에 대해 대충은 알게 되거든요. 그런데 딱히 본 기억이 없는 카페였어요. 심지어 돌아다니면서도 못 본 카페였어요.
카페 사진을 보면 요즘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카페 안에도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사진 찍고 영상 촬영하는 사람 매우 많게 생긴 카페였어요. 일부러 레트로 풍으로 꾸민 카페가 아니라 진짜 오래된 카페였어요. 그러니까 이건 진짜였어요.
"이게 어디 있는 카페지?"
찾은 카페 이름은 시티커피였어요. 시티커피 위치를 찾아봤어요.
"이래서 못 봤구나!"
시티커피는 을지로3가역 을지로 지하상가에 위치한 카페였어요. 을지로3가역은 제가 이용하지 않는 역이에요. 을지로3가역 일대를 지상에서 돌아다니기는 많이 돌아다녔지만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3가역으로 간 적은 없었어요. 아무래도 의정부 살다 보니까 어지간하면 1호선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2호선으로 환승하려고 하지 않아요. 1호선 타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까지 가서 2호선으로 환승해서 을지로3가역 갈 바에는 1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게 저한테는 더 낫거든요. 종로3가역에서 을지로3가역까지는 고작 300m 정도에요. 길도 매우 쉬워요. 그러니 을지로3가 갈 거라면 의정부에서 1호선 타고 서울 가는 저는 시청역 가서 환승할 게 아니라 종로3가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게 훨씬 덜 귀찮아요.
"여기 언제 가지?"
을지로3가역 을지로 지하상가 카페 시티커피를 가보고 싶어졌어요. 언제 갈 지 고민했어요. 가보고 싶기는 한데 이 카페 하나만 가려고 서울 가기는 귀찮았어요.
"나중에 기회 있겠지."
그렇게 시티커피를 기억해놓고 기회 되면 가기로 했어요.
며칠 전이었어요. 밤새 서울을 돌아다니며 혼자 영상 촬영하며 놀다 보니 동이 텄어요. 스타벅스 환구단점에서 음료를 마시며 쉰 후 다시 나와서 걷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을지로를 따라서 동대문 쪽으로 걸어가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자주 걸어다니는 을지로라서 이번에는 을지로 지하상가를 걷기로 했어요. 을지로 지하상가로 들어가서 동대문 방향으로 걸어가던 중이었어요. 을지로3가역까지 왔어요. 을지로3가역에서 조금 걸어가자 시티커피가 나왔어요.
"시티커피다!"
가보려고 기억해뒀지만 잊고 있었던 시티커피였어요.
'여기 지금 갈까, 말까?'
이미 카페 한 곳을 다녀왔어요. 스타벅스 환구단점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되었어요. 카페를 두 시간 채 안 되어서 두 곳 가지는 않아요. 스타벅스 환구단점을 다녀왔기 때문에 또 카페 가서 뭔가 마시기는 조금 망설여졌어요.
갈 구실은 찾으면 된다.
이왕 온 김에 촬영해놓은 영상을 모두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시간을 보내면 될 거였어요. 집에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려고 하면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려요. 저는 가뜩이나 3G를 사용하고 집에서 인터넷을 전용선으로 사용하지 않고 테더링으로 사용중이라 짧은 영상 하나 올리는 것도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영상 촬영한 것을 다 업로드하고 가면 집에 가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고 고생할 일이 없었어요. 구실은 만들면 그만이었어요.
"가보자."
이왕 왔는데 가보고 싶었던 시티커피 카페를 가보기로 했어요. 시티커피 안으로 들어갔어요.
시티커피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사진과 메뉴였어요. 커피가 무려 2천원이었어요. 카페에서 앉아서 마시는데도 2천원이었어요. 메뉴판이 레트로 컨셉이 아니라 진짜 오래된 카페라고 말해주고 있었어요.
시티커피 냉장고에는 외국 여러 나라의 지폐가 붙어 있었어요. 지폐 중에는 우리나라 1000원, 10000원 구권도 붙어 있었어요.
시티커피는 카운터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좌석이 있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아직 아침 10시 채 안 된 시각이었어요. 시티커피 안에는 어르신 몇 분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어요.
시티커피에서는 카운터에서 빠다코코넛 같은 과자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토스트와 커피를 같이 주문하면 3천원이었어요. 카운터 뒷편 카페 집기류를 보면 많은 시간이 느껴졌어요. 카운터 및 카운터 뒷편에 있는 집기류 모두 여기가 오래된 카페이고 레트로 풍이 아니라 레트로 그 자체인 카페라고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어요.
저는 커피와 토스트를 주문했어요. 가격은 3천원이었어요. 주문 후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시티커피는 셀프 서비스였어요. 음료와 음식이 나오면 본인이 직접 가져가야 했고, 다 먹은 후에는 본인이 식기를 카운터로 가져가서 반납해야 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커피와 토스트가 나왔어요.
외관은 평범한 커피와 토스트였지만, 오래된 아침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커피와 토스트였어요.
먼저 커피부터 마셔봤어요.
클래식 블랙 커피!
커피는 진하지 않고 연한 편이었어요. 맛은 블랙 커피 맛이었어요. 쓴맛이 살살 느껴졌고, 천천히 마시며 시간 보내기 좋은 맛이었어요. 진하고 독한 맛과 향을 좋아한다면 묽고 연하다고 안 좋아할 수도 있는 맛이었어요. 시티커피에서 제가 주문해서 받은 커피는 커피 이름을 '블랙 커피 클래식'이라고 붙여야할 것 같은 맛이었어요. 진짜로 '올드'한 맛이었어요. 한편으로는 번잡한 도시 속 삭막한 지하상가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맛이었어요. 커피는 왠지 신문을 펼쳐서 읽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어요.
토스트를 먹기 시작했어요. 토스트는 외관만 보면 토스트기에 구운 평범한 식빵이었어요. 그러나 토스트는 겹쳐진 부분에 버터가 잘 발려 있었어요. 고소하고 달콤한 버터향이 토스트에 촉촉히 잘 스며들어 있었어요. 토스트 자체의 고소한 맛과 빵맛이 잘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빠다코코넛 과자 먹는 맛도 동시에 느껴졌어요.
서울 핫플레이스 을지로 힙지로 을지로3가역 을지로 지하상가 카페 시티커피는 레트로풍이 아니라 레트로 그 자체인 카페였어요.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였고, 요즘 카페들 중 아주 색다른 카페였어요. 나중에 을지로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갈 만한 카페를 찾는다면 여기를 찾아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