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시장을 두 번 걸었어요. 첫 번째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걸었고, 두 번째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걸었어요. 사진을 한 번 촬영하며 걸은 후 영상을 촬영하니 영상 촬영하기 훨씬 수월했어요. 서울중앙시장 심야시간 풍경 동영상을 촬영한 후 서울중앙시장에서 나왔어요.
"다음에는 황학동 벼룩시장인가?"
서울중앙시장 바로 옆에는 황학동 벼룩시장이 있어요. 서울중앙시장을 구경했다면 황학동 벼룩시장도 같이 가면 좋아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붙어있다시피 하니까요. 서울중앙시장과 황학동 벼룩시장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라고 봐도 되요. 이 중에서 식품, 먹거리 같은 것을 판매하는 시장은 서울중앙시장이고, 중고품을 판매하는 곳은 황학동 벼룩시장이라고 보면 되요. 더 나아가서 황학동 벼룩시장 북쪽 끄트머리 청계천 너머도 어떻게 보면 시장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동묘 구제시장 남쪽 끝자락이 황학동 벼룩시장과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요. 동묘 구제시장은 잡화 중고품 시장이니까 이렇게 보면 동묘앞부터 신당역까지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각 시장이 다 따로 하나의 시장으로 기능하지만, 지역으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에요.
단, 동대문 시장은 이쪽과 묶어서 하나의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요. 매우 가깝기는 하지만 묘하게 안 이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이어진다고 봐도 될 것 같지만 실제 돌아다녀보면 흐릿한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어야 동대문 시장이 나오거든요.
시장에서 나와서 잠시 경로를 고민했어요. 무턱대고 황학동 벼룩시장으로 들어가는 건 좋지 않았어요. 황학동 벼룩시장은 제가 잘 아는 곳이 아니었어요. 황학동 벼룩시장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몇 번 가본 적 없었어요. 황학동 자체가 즐겨가는 곳이 아니었어요. 동대문 동쪽 동묘 구제시장도 그다지 자주 가는 곳이 아닌데, 동묘 구제시장에서 청계천 건너 남쪽인 황학동은 더더욱 안 갔어요. 애초에 신당동을 가더라도 신당역 쪽으로는 안 갔어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동대문 야시장을 따라 돌며 광희문 쪽으로 조금 갔다가 돌아오는 정도였어요.
'황학동 벼룩시장이 몇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황학동 벼룩시장은 구역이 몇 개로 나뉘어 있어요. 중고 기계를 판매하는 구역도 있고, 중고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구역도 있고, 중고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구역도 있어요. 그리고 오디오, LP, 골동품을 파는 구역도 있어요. 각 구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 번에 찍으면 영상 촬영하는 저도 재미 없고 보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지루할 거였어요. 가뜩이나 편집 전혀 하지 않고 한 번에 쭉 찍어서 대사, 자막도 없이 그냥 영상 올리는데요. 영상이 재미없는 건 둘째치고, 황학동 벼룩시장은 너무 오랜만에 와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어요. 대충은 알고 왔지만 각 구역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정확히는 몰랐어요.
"황학동은 적당히 하나만 찍어야지."
너무 욕심부릴 필요 없었어요. 나중에 낮에 와서 구경하고 시장 지리를 완벽히 파악하고 나서 이후 다시 찍어도 되었어요.
서울중앙시장에서 나와서 길을 건넜어요.
"영미상가? 뭐지?"
서울중앙시장에서 황학동 벼룩시장 방향으로 나와서 길을 건너자 매우 허름한 입구가 있었어요. 입구 위에는 '영미상가'라는 글자판이 붙어 있었어요.
"한 번 가볼까?"
영미상가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 근방은 나름 뉴스, 언론사 기사에 잘 등장하는 곳인데 영미상가만큼은 접하지 못했어요. 황학동 벼룩시장에 영미상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입구에는 커다란 양은 대야와 분꽃이 있었어요. 시작부터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오르게 했어요. 어렸을 적 씨앗 모을 때 분꽃 씨앗도 모았어요. 쭈글쭈글하고 작은 콩알만해서 정로환 같은 환약 같았어요. 비비탄 대신 사용하기에는 너무 컸어요. 새까맣고 쭈글쭈글한 분꽃 씨앗은 특별한 인상은 없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씨앗 수집이 잠시 취미로 열풍이 불 때 거의 모두가 수집하는 씨앗이었어요.
커다란 양은 대야는 요즘 흔히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어요. 차라리 빨간 고무 대야가 더 잘 보이구요. 이런 건 대야보다는 다라이라고 해야 더 현실감있어요.
황학동 벼룩시장 영미상가 옆으로는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 방향을 보니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있는 구역 같았어요.
주방 집기가 한쪽에 쌓여 있었어요. 일본풍 등갓이 매달려 있는 가게도 있었어요. 일본 식당 등갓이 매달려 있는 곳은 낮에 영업시간일 때 무엇을 파는 곳인지 궁금했어요.
황학동 도깨비시장 영미상가 옆에 있는 골목은 매우 좁았어요. 황학동 도깨비시장 영미상가 옆쪽에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나올 거였어요.
빈 스티로폼 박스가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그냥 중고제품 파는 골목인가?"
심야시간에 돌아다니며 본 황학동 벼룩시장 영미상가 모습은 식당가 같기도 하고 중고품 파는 곳 같기도 했어요.
영미상가 골목길 앞에 높은 롯데캐슬 베네치아 아파트가 보였어요. 이쪽부터 왕십리까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새로 떠오르는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될 거라는 기대감 가득한 글이 꽤 많아졌어요.
"여기는 지금 일해?"
영미상가 골목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가게가 나왔어요.
혹시 식당이면 여기에서 야식을 먹기로 했어요. 어떤 가게인지 살짝 들여다봤어요. 식당은 아니었어요. 안에서는 튀김을 만들고 있었어요. 튀김을 튀겨서 다른 곳에 납품하는 가게 같았어요.
'지금 새벽 3시인데...'
낮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거에요. 새벽이어도 그다지 안 놀랐을 거였어요. 그러나 이때 시각은 새벽 3시였어요. 새벽 3시인데 벌써부터 튀김을 튀기고 있었어요. 방금 막 가게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제가 오기 전부터 불이 켜져 있었고, 튀김을 튀기고 있었어요.
튀김을 낱개로 판매하는 가게 같지는 않아서 그냥 지나쳤어요. 영미상가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여기는 황학동 벼룩시장 식당가인 모양이다."
황학동 도깨비시장 영미상가를 다 걸었어요. 전부 걸으며 본 결과, 여기는 황학동 벼룩시장의 식당 거리 같았어요. 식당이 아닌 가게들도 보였지만, 식당이 많아보였어요. 아마 낮에 오면 사람들이 여기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였어요.
서울특별시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 영미상가에서 나왔어요. 뒤를 돌아 영미상가를 바라봤어요. 매우 좁은 골목길에 숨겨진 공간처럼 생겼어요. 영미상가는 지도에도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 곳이었어요. 지도에서 영미상가를 검색해봤지만 제대로 된 검색 결과는 없었어요. 전혀 몰랐던 곳을 우연히 발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