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12 -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탄고도1330 3길 천포리 신동읍집하장, 예미리 예미농공단지, 예미역 구간

좀좀이 2023. 3. 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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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안녕!"

 

운탄고도1330 3길 영월-정선 경계를 넘어서면서 운탄고도1330 3길 영월 구간이 끝났어요. 이제부터는 정선군 구간이 시작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걷기 여행 길에서 정선군 구간은 3길 끄트머리부터 6길 시작 부분까지에요. 운탄고도1330은 강원도 정선군 남부 끄트머리 지역을 지나가요. 정선군 구간도 운탄고도1330에서 상당히 긴 편이에요. 그리고 정선군 구간도 전구간 완공되었어요.

 

강원도 정선군 태백선에 있는 기차역으로는 예미역, 민둥산역, 사북역, 고한역이 있어요. 이 중 운탄고도1330 도보 여행 코스에서 관련있는 기차역으로는 예미역, 사북역, 고한역이 있어요. 민둥산역은 운탄고도1330과 별로 관련없는 역이에요. 민둥산역에서 운탄고도1330 트래킹 코스까지 거리가 꽤 멀어요. 예미역은 운탄고도1330 3길의 종점이자 4길의 시작점이고, 사북역은 대중교통 중 하나인 기차를 통해 운탄고도1330 5길 시작점 갈 때 가야하는 역이에요. 고한역도 마찬가지로 운탄고도1330 6길 시작점 갈 때 대중교통 중 하나인 기차로 가려고 하면 가야 하는 역이에요. 사북역과 고한역은 운탄고도1330과 거리가 꽤 있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사북역, 고한역으로 가야 해요.

 

반면 예미역은 운탄고도1330 3길 종점이자 4길 시작점이기 때문에 예미역으로 바로 가면 되요. 운탄고도 3길 걷기를 끝마치고 예미역에서 기차 타고 떠나도 되고, 운탄고도 4길 걷기를 시작하기 위해 예미역으로 가도 되요. 정확히 예미역이기 때문이에요.

 

영월군-정선군 경계를 넘었지만 딱히 영월군에서 정선군으로 넘어왔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별 감흥 없었어요. 풍경이 갑자기 확 바뀌지 않았어요. 풍경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요. 달라진 것도 하나도 없어보였어요. 그저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어요. 경계 하나 넘었다고 갑자기 영월 산이라고 뾰족하고 정선 산이라고 뭉툭해질 리 없었어요.

 

"예미를 또 가네."

 

2022년 8월 31일에 예미역에 갔었어요. 강원도 친구에게 네가 가본 곳 중 가장 시골이 어디였냐고 물어보자 강원도 친구가 예미역이라고 했어요. 예미역에 뭐 있냐고 물어보자 아무 것도 없다고 했어요. 강원도 친구 말에 '예미'라는 곳이 너무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강원도 친구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생긴 곳을 가봤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워서 예미는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예미역에 한 번 가봤어요.

 

2022년 8월 31일에 예미역에 갔을 때만 해도 여기에 다시 올 일은 제 인생에 다시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인생에 다시 없을 일이라고 여겼던 예미역 재방문이 불과 두 달 채 안 되어서 벌어질 거였어요. 지금 무조건 예미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 완주 욕심 때문이 아니었어요. 여기에서 대중교통으로 벗어나려면 좋든 싫든 무조건 예미역 가서 기차를 타야 해요.

 

석항역 저탄장

 

석항천 너머로 석항역 저탄장이 보였어요. 규모가 상당히 컸어요.

 

"여기는 탄가루 안 날리나?"

 

저탄장이 있던 지역은 한결같이 옛날에 탄가루가 많이 날려서 고생했다고 해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검은 탄가루가 풀풀 날리니 도처가 거무튀튀한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밖에 빨래를 널어놔도 바람 한 번 불면 다시 새까매졌다고 해요. 왠지 이 동네도 그랬을 것 같았어요. 주민분이 계시다면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저 혼자만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정선 운탄고도 표식

 

"리본은 여기 왜 매달아놨어!"

 

전봇대에 운탄고도1330 표식 리본이 매달려 있었어요. 여기에 운탄고도1330 표식 리본 없어도 길 헤밀 일이 없었어요. 석항천 따라가고 있는데 여기에서 엉뚱한 곳으로 가봐야 어디로 가겠어요. 석항천 건너는 다리도 없었어요. 맞은편은 석항역 저탄장이라 신발 벗고 바지 걷어부치고 석항천을 건너간다 해도 길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길로 가자니 거기는 차가 쌩쌩 달리는 38번 국도였어요. 여기가 운탄고도 8길도 아니고 방향도 국도 타고 걸어가야 할 방향도 아니었어요.

 

결정적으로 카카오맵이 있었어요. 여기는 통화권 이탈지역이 아니었어요. 석항삼거리까지 잘 왔다면 38번 국도로 들어가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극히 낮았어요. 운탄고도1330 3길 정선군 구간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천포리 신동읍집하장을 지나 예미리 예미농공단지를 거쳐 예미역으로 가는 구간이었어요. 카카오맵으로 대충 보면 왠지 38번 국도 타고 걸어야할 것처럼 생겼지만, 지도를 조금 확대해서 보면 중간에 석항천 건너는 다리가 하나 있어서 그 다리 건너가서 걸어가면 되었어요.

 

"이 차단기는 뭐지?"

 

운탄고도 차단기

 

길 중간에 차단기가 닫혀 있었어요. 차단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차단기를 넘어서 계속 걸어갔어요.

 

석탄의 길 2부 12 -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탄고도1330 3길 천포리 신동읍집하장, 예미리 예미농공단지, 예미역 구간

 

"이 뻘건 옥수수밭 뭐야?"

 

옥수수밭에 누가 붉은 물감을 잔뜩 뿌려놨어요.

 

"이거 병든 옥수수인가?"

 

누렇게 마른 옥수수잎과 옥수수 자루는 많이 봤어요. 이렇게 붉게 물든 옥수수잎과 옥수수 자루는 처음 봤어요. 가을이 옥수수밭에 장난 제대로 쳐놨어요.

 

강원도는 역시 옥수수야.

옥수수의 땅 강원도.

감자국은 가라, 옥수수국이다.

 

강원도 여행을 몇 번을 오는데 감자밭을 본 적이 없어요. 딱 한 번 봤어요. 춘천 박사마을 곰핫도그 갔을 때였어요. 박사마을 곰핫도그는 핫도그 반죽에 곰취를 넣어서 유명해요. 그런데 곰핫도그 가게 옆은 곰취밭이 아니라 감자밭이었어요. 그때 본 감자밭 외에는 감자밭을 못 봤어요.

 

강원도는 감자를 많이 생산해서 별명이 감자국인데 감자밭은 제게는 진귀한 존재였어요. 별명이 감귤국인 제 고향 제주도는 정말로 지천이 감귤밭에 감귤 수확철이 되면 도처에 감귤이 넘쳐나서 정말로 감귤국인데 강원도는 왜 감자국인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특히 강원도 남부는 감자보다는 오히려 배추에 진심인 지역이었어요.

 

그러나 확실히 강원도 여행 가서 옥수수는 매우 많이 봤어요. 강원도는 아무리 봐도 옥수수에 진심인 지역이었어요. 조그만 텃밭에 옥수수 재배하는 거야 남쪽 끝 제주도부터 북쪽 강원도까지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는 해요. 그래도 강원도에서는 옥수수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보였어요. 역시 강원도는 옥수수에요. 옛날 공중전화카드 중 강원도 지역 카드에도 옥수수 카드가 있었어요. 1996년 5월에 발행된 발행번호 MO9605226 강원도 옥수수 공중전화카드가 있어요. 하지만 강원도 감자 공중전화카드 같은 건 없었어요.

 

강원도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강원도 감자에 대한 자부심은 별로 못 느꼈어요. 하지만 강원도 사람들은 옥수수 이야기할 때 갓수확한 옥수수를 바로 쪄먹으면 뉴슈가 없어도 그렇게 달 수 없다고 자랑하곤 했어요. 저는 당연히 옥수수 찔 때 뉴슈가를 팍팍 넣어야하는 줄 알았는데 강원도 사람들은 그건 너네 옥수수 맛없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강원도 전설의 명작에 전국민이 사랑하는 소설 김유정의 봄내골에서 점순이는 주인공에게 감자를 주며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느 집엔 이거 없지?'라고 했어요. 그러나 제가 만나본 강원도 사람들은 감자로 자랑하는 게 아니라 옥수수를 자랑하면서 '너 강원도 옥수수가 맛있단다. 느 동네엔 이거 없지?'하는 뉘앙스였어요.

 

점순이는 감자 주면서 말했지만 강원도 사람들은 찐옥수수 안 줬어요. 이로 미루어봤을 때 점순이는 감자보다 옥수수가 더 귀한 거라 옥수수 대신 감자 줬을 거에요. 옥수수 줬다가 어머니가 옥수수 갯수 세어보고 하나 비면 점순이 추궁하고 등짝을 빗자루로 때렸을 거니까요.

 

내가 동해시 갔을 때 북평시장에서 내 돈 내고 찐옥수수 사먹었어요. 확실히 강원도 옥수수가 맛있었어요.

 

"여기 돌이 왜 이렇게 까매?"

 

석항천

 

석항천 옆 돌이 모두 윗부분이 까맸어요. 누가 탄가루를 문대서 칠해놓은 것처럼 검었어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운탄고도1330 3길 이정표가 나왔어요.

 

운탄고도 여행

 

"잠깐, 이정표 뭐야?"

 

이정표에 적혀 있는 내용을 봤어요. 제가 걸어온 방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동읍집하장이 있고, 길을 가던 방향으로 진행하면 예미농공단지가 나온다고 나와 있었어요.

 

"신동읍집하장이 어디 있었지?"

 

설마 무심코 지나간 비닐하우스 있고 가건물처럼 생긴 그거?

 

걷다가 비닐하우스 있고 가건물 같이 생긴 건물 몇 채 있는 곳을 봤어요. 별 거 아닌 거 같아서 지나갔어요. 사진을 찍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게 신동읍집하장 같았어요. 거기 말고는 신동읍집하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었어요.

 

강원도 여행

 

"발 너무 아프네."

 

다리 아픈 것보다 신발 때문에 발이 많이 아팠어요. 예미역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그러나 점점 지쳐갔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이 힘든 것이 아니라 신발이 아직 발에 안 맞아서 힘들었어요.

 

강원도 사과나무

 

"저거 사과나무 아냐?"

 

사과나무 같았어요.

 

감자 대신 사과?

강원도는 프랑스 문화권이야?

 

프랑스어에서 사과는 pomme 이고 감자는 pomme de terre 에요. 프랑스어 감자 pomme de terre를 직역하면 '땅의 사과'에요. 프랑스에서 감자가 도입되었을 때 사람들이 감자를 안 먹으려고 해서 이름을 저렇게 붙였다고 해요. 보여야할 감자밭은 안 보이고 사과나무가 보였어요. 강원도 삼척, 동해에서 사과나무가 꽤 보여서 놀랐었어요. 감자밭은 안 보였구요. 프랑스어로 사과는 pomme 이고 감자는 pomme de terre라서 사과나무를 열심히 심는다?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강원도가 프랑스 문화권이라 감자 대신 사과를 심어놨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1960년대에 광부들은 독일로 파견갔으니 여기는 프랑스보다는 독일과 관련이 있어도 있을 지역이었어요.

 

2022년 10월 20일 오후 1시 13분,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천포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천포리 버스 정류장

 

비석이 있었어요.

 

강원도 정선군 천포리

 

"예미역까지 얼마 안 남았겠지? 가서 쉬자."

 

아마 거의 다 왔을 텐데 예미역까지 가서 쉬기로 했어요.

 

정선군 도로

 

운탄고도1330 이정표가 계속 나왔어요.

 

정선 운탄고도

 

정선군 운탄고도1330

 

강원도 운탄고도

 

"이런 건 망경대산에 잘 해놓으라구!"

 

사람 약올리는 거 같았어요. 망경대산에서 운탄고도1330 이정표 이상하게 되어 있고 잘 안 되어 있어서 계속 찝찝했고, 결국 한 번은 길 잘못 들어갔어요. 이런 이정표 없어도 되는 길에 이정표가 너무 잘 되어 있었어요. 여기는 심지어 카카오맵도 필요없는 곳이었어요. 카카오맵 안 보고 예미역으로 가려고 해도 도로표지판에 예미역 나와 있고 헷갈릴 길도 없어서 문제 없이 갈 수 있는 구간이었어요.

 

여기 영월 아님.

정선군임.

 

아, 맞네...여기 정선군이네...

 

설마 정선군이라 이렇게 잘 해놓은 건가? 궁금해졌어요. 쓸 데 없이 너무 잘 되어 있는 운탄고도1330 이정표 때문에 약이 오르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망경대산 구간은 영월 구간이고 여기는 정선 구간이었어요.

 

예미오거리까지 거의 다 왔어요. GS25 편의점이 있었어요.

 

"조금 쉬었다 가자."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팠어요. 이제 진짜로 다 왔어요. 기차 시간까지 널널했어요. 너무 많이 남아서 문제였어요. 예미오거리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올지 잠시 고민했지만 밥은 태백시 가서 먹기로 했어요. 편의점 가서 코카콜라 500mL 한 통을 사서 나왔어요.

 

콜라를 마시는 동안 대절 버스 한 대가 왔어요. 학생들이 우루루 내렸어요. 학생들이 버스 타고 어디 놀러갔다가 오는 모양이었어요. 학생들은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콜라 한 통을 시원하게 비웠어요. 남은 길은 코카콜라의 힘으로 걷기로 했어요.

 

2022년 10월 20일 오후 1시 32분, 예미오거리에 도착했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오거리

 

 

예미오거리에 있는 아리아리 정선 조형물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지난번에 예미역에 왔을 때였어요. 그때 친구가 계속 차를 운전하면서 사진 찍고 싶은 곳 있으면 차를 세워주겠다고 했어요. 함백 갔다가 예미역으로 와서 예미오거리로 갈 때 예미오거리에 있는 아리아리 정선 조형물 사진만 찍게 차 좀 잠깐 세워달라고 했어요. 친구는 차 세울 곳 마땅치 않다며 그냥 달렸어요. 차 세울 곳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그냥 자기가 빨리 영월 가고 싶어서 그랬던 거였어요. 알지만 그냥 넘어갔어요. 어쨌든 그래서 그때는 예미오거리 아리아리 정선 조형물 사진을 못 찍었어요.

 

"예미 우체국에는 엽서 있을 건가?"

 

예미우체국에 우편엽서가 있다면 제게 엽서를 한 통 부치고 싶었어요. 예미 소인이 찍힌 엽서도 나름 가치가 있을 거였어요. 예미리에서 온 귀한 엽서니까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예미우체국에 들르기로 했어요.

 

예미리에 있는 우체국의 이름은 예미우체국이 아니라 신동우체국이었어요. 신동우체국으로 갔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신동우체국

 

"안녕하세요. 우편엽서 있나요?"

 

직원분이 우편엽서가 있는지 다른 직원께 물어봤어요. 우편엽서를 찾아보더니 없다고 했어요.

 

"우편엽서요? 여기에는 지금 없구요, 함백에 스무 통인가 남아 있다고 했었어요."

"함백이요? 조동리요?"

"예. 거기는 전에 있다고 했었어요. 함백우체국에 전화해서 물어봐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인사드리고 나왔어요. 신동우체국에도 우편엽서는 없었어요. 함백우체국에는 있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고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주냐고 하셨어요. 그러나 함백우체국은 조동리에 있었어요. 예미역에서 함백우체국까지는 멀었어요. 예미역에서 함백우체국까지는 도보로 2.5km였어요. 예미역까지 돌아와야 하니 함백우체국 다녀오려면 5km를 걸어야 했어요. 지금도 발이 너무 아파서 당장 신발 벗고 주저앉고 싶은데 5km를 추가로 걸어가는 건 무리였어요. 다음날 일정이 없다면 이왕 왔는데 가자고 갔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음날은 이날 걸은 길보다 훨씬 긴 운탄고도1330 9길을 걸어야 했어요.

 

신동우체국에서 나왔어요. 바로 옆 예미천주교회로 갔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성당 예미천주교회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성당 예미천주교회는 이번에도 문이 걸어잠겨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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