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국가 중 타지키스탄은 타지크어가 국어에요. 중앙아시아 5개국 -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중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보통 묶여서 다루어지기는 하나, 나머지 네 국가와 많이 달라요. 왜냐하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튀르크인의 국가이지만, 타지키스탄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타지크인은 튀르크인이 아니거든요. 타지크어 또한 튀르크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어에 속해요. 타지크어는 이란어와 매우 비슷한 편이에요. 실제 이란인과 타지크인들은 자신들 고유의 언어로 대화해도 의사소통이 무리 없이 가능해요. 이것은 두 언어를 비교해봐도 드러나고, 제가 타지키스탄 여행 중 실제 목격한 장면이기도 해요. 이란인, 타지크인 모두 자신들의 언어는 같다고 해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오늘날 이란에서 사용하는 이란어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방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국어인 다리어, 타지키스탄의 국어인 타지크어가 있어요. 이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파슈토어와 더불어 국어인 다리어는 이란어와 비교했을 때 발음적 차이가 약간 존재하고, 차용어에서 약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히 같은 말이에요. 그냥 두 언어가 같다고 봐도 무방해요. 단지 정치적인 이유에서 다른 언어로 구분할 뿐이죠. (이란 페르시아어와 아프가니스탄 다리어 차이 : http://zomzom.tistory.com/875) 사실 다른 언어는 고사하고 방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별 차이 없어요.


그에 비해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어는 이란의 국어인 이란어와 문법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존재해요. 그래서 이건 우리들 기준에서 '방언'이라고 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해요. 물론 타지크어든 이란어든 둘 중 하나만 공부하면 다른 쪽 보는 것에 지장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요.


참고로 아래 사진들 출처는 http://www.omniglot.com/writing/tajik.htm 이에요.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어는 원래 아래와 같은 아랍 문자를 사용했어요.


타지크어 아랍 문자


하지만 타지크어를 표기하기에 아랍 문자는 적절하지 않았어요. 아랍 문자는 어디까지나 아랍어 표기에 맞는 문자이니까요. 아랍어에 존재하지만 타지크어에 존재하지 않는 자음도 있고, 타지크어에는 존재하나 아랍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음도 있어요. 그래서 타지크어를 표기하기 위해 원래 아랍어 문자에 추가로 4글자 더 만들어 32글자를 사용했어요. 이 4글자는 오늘날 타지크어에서 п, ч, ж, г 에 해당하는 자음으로, 이란어에도 똑같이 있어요.


그러나 아랍문자를 차용해 표기하는 타지크어 표기에는 단순히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래처럼 문제가 컸어요. 이것은 사실 오늘날 아랍어 문자를 차용해 표기하는 이란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에요.


타지크어 아랍 문자 문제


초록색 사각형은 t 발음이에요. 똑같은 t 발음을 나타내는 문자가 2개 있어요. 파란색 사각형은 s 발음이에요. 똑같은 s 발음을 나타내는 문자가 3개 있어요. 빨간색 사각형은 h 발음이에요. 똑같은 h 발음을 나타내는 문자가 2개 있어요. 노란색 사각형은 z 발음이에요. 똑같은 z 발음을 나타내는 문자가 4개 있어요.


이렇게 같은 발음인데 여러 문자로 표기되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오직 아랍어원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따로 써야 할 일이 아예 없었어요.


그에 비해 정작 중요한 모음은 또 특별히 표기해주지 않았어요. 아랍어에서 모음 표기를 안 해주는 거야 아랍어가 원래 모음이 단모음 a, i, u, 장모음 a:, i:, u:, 이중모음 aw, ay 밖에 없고 여기에 자음으로 구성된 3어근을 파생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모음 표기가 없어도 읽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지만, 이란어 및 타지크어는 아랍어보다 모음이 더 많고 아랍어와 어족 자체가 달라 3어근을 파생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식으로 단어를 만들지도 않아요. 즉, 실제 말과 표기법 사이에 괴리가 상당히 컸어요.


당연히 문맹률이 높을 수 밖에 없었어요. 문맹률이 반드시 실제 말과 표기법 사이의 괴리 때문에 높아지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보다는 교육 정책과 보급과 큰 상관이 있어요. 아무리 글자가 말을 표기하기 매우 안 좋다 하더라도 보편적인 교육만 널리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문맹률이 하늘 높이 치솟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글자와 말의 괴리가 크면 글자 교육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이 타지크어 아랍 문자는 타지키스탄에서 1929년까지 사용되었어요.


1923년부터 1927년까지 소련 각지에서 아랍 문자로 표기되던 언어들에 대해 문자개혁을 실시해 라틴 문자로 표기하는 정책이 실시되었어요. 소련의 국어가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러시아어인데 비해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 및 라틴 문자 보급이 이루어졌던 이유는 당시 소련 공산당 지배층 내부에 팽배해 있던 러시아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 혁명 기치를 중요히 여긴 레닌의 결정 때문이었어요. 실제로 당시 이런 아랍 문자를 사용하던 언어에 대해 키릴 문자로 문자 개혁을 하고 키릴문자를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레닌은 이것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며 키릴 문자는 오직 러시아어 등 슬라브어에만 맞다고 주장했어요. 이에 대해 레닌이 소수 민족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소련 공산주의 혁명에 대해 '러시아 민족주의 강제 보급'이라는 외부의 음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레닌의 지시로 소련에서 아랍 문자를 사용하던 언어들은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이 실시되었다는 점이에요.


1920년대까지만 해도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어와 이란의 이란어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딱히 없었어요. 1923년에 타지크어 아랍문자를 단순화한 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러다 1926년, 먼저 시범적으로 1926년에 타지크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하기 시작했어요. 이 당시에는 대문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소문자로만 표기했어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카잔과 바쿠에서 열린 튀르크 지식인 회의에서 튀크르어를 라틴 문자로 문자개혁하는 것이 결정되었는데, 여기에서 튀르크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인 타지크어 또한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을 실시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점이에요.


1927년부터 타지크어 라틴 문자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1928년 4월에 타지크어 표기를 라틴 문자로 바꾸는 법이 발표되었어요.


타지크어 라틴 문자


이 라틴 문자는 1940년 타지크어 알파벳이 키릴 문자로 바뀌기 전까지 사용되었어요.


1930년대에 타지크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 타지크어 키릴 문자가 소개되었어요. 1940년, 소련은 타지크어에 대한 문자 개혁을 단행했어요. 이번에는 라틴 문자를 키릴 문자로 바꾸는 문자 개혁이었어요.


당시 키릴 문자는 아래와 같아요.


대문자

А Б В Г Д Е Ё Ж З И Й К Л М Н О П Р С Т У Ф Х Ч Ш Ъ Э Ю Я Ғ Ӣ Қ Ӯ Ҳ Ҷ

소문자

а б в г д е ё ж з и й к л м н о п р с т у ф х ч ш ъ э ю я ғ ӣ қ ӯ ҳ ҷ


1953년, 러시아어에만 있는 키릴 문자 4개 - Цц Щщ Ыы Ьь 가 추가되었어요. 이때부터 1998년 9월 2일까지 특별히 문자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1998년까지 사용된 타지크어 키릴 알파벳은 다음과 같아요.


대문자

А Б В Г Д Е Ё Ж З И Й К Л М Н О П Р С Т У Ф Х Ц Ч Ш Щ Ъ Ы Ь Э Ю Я Ғ Ӣ Қ Ӯ Ҳ Ҷ

소문자

а б в г д е ё ж з и й к л м н о п р с т у ф х ц ч ш щ ъ ы ь э ю я ғ ӣ қ ӯ ҳ ҷ


소련이 멸망하고 타지키스탄이 독립했어요. 타지키스탄은 독립하자마자 내전 상태에 빠졌어요. 이 때문에 타지키스탄에서 살던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로 돌아가버렸고, 타지키스탄은 타지크인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졌어요.


이후 1998년 9월 3일, 타지키스탄 키릴문자 개정안이 확정, 발표되었어요.


1998년 9월 3일 발표된 타지키스탄 키릴 문자 개정안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 먼저 러시아어에만 존재하고 타지크어에 존재하지 않는 문자 - 즉 1953년에 추가된 문자인 Ц Щ Ы Ь 가 타지크어에서 제외되었어요.

2. 문자 이름이 바뀌었어요. ле, ме, не, пе, ре, се, те, фе, хе, че 이런 식으로 바뀌었어요.

3. 알파벳 순서가 바뀌었어요. 과거, 러시아 키릴 문자 뒤에 타지키스탄 타지크어에서만 사용하는 키릴 문자가 추가된 형태였는데, 비슷한 발음끼리 순서대로 나오도록 재정비되었어요.


현행 타지키스탄 타지크어 알파벳은 다음과 같아요.


타지키스탄 키릴


2010년에는 타지크어에서 е ё ю я 를 제외시키자는 제안이 발의되었어요. ё ю я 는 각각 발음이 yo, yu, ya 에요. 굳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는 글자에요. 왜냐하면 й 를 사용해 йо, йу, йа 로 표기해도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왜 е 도 없애자고 하는지 의문인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러시아어 키릴 문자에서 е 는 어두에서 ye, 그 외에서는 e로 발음되요. 즉, е ё ю я 는 йе, йо, йу, йа 로 써도 되기 때문에 없애자는 주장이에요. е 가 없어질지 э 가 없어질지는 더 논의가 되어야겠지요. 그러나 아직은 주장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