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타지키스탄에 여행갔을 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몇 명 만나보았어요.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은 페르시아어권 국가이고, 실제로 교류도 꽤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에요.
희안한 것은 이 여행 당시, 타지키스탄 사람들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서로 별 문제 없이 말을 잘 하고 잘 알아듣는다고 이야기하고, 실제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었어요. 자기들끼리는 그냥 다 같은 말을 쓴다고 했어요.
이것이 단순한 개인적 경험은 또 아닌 것이, 이쪽 언어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어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무슨 말 쓰냐고 물어보면 '페르시아어 많이 사용해' 라고 말한다는 것이에요. 파슈토어 아니면 이란어를 사용한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어는 다리어와 파슈토어랍니다. 페르시아어는 국어가 아니지요.
그러면 대체 이런 일은 어떻게 해서 발생하게 된 것일까요?
일단 파슈토어와 다리어는 서로 많이 다른 말이에요. 같은 인도유럽어족의 인도이란어파에 속하기는 하는데, 그 인도이란어파에서 다시 서로 다른 파에 들어가요. 아무리 같은 어족이라 해도 파가 갈려 있다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가까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요.
예전에는 '아프간 페르시아어'라고 불렀는데 1964년부터 '다리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리고 이란 페르시아어와 아프가니스탄 다리어의 차이는 방언 차이라고 해도 정말 차이가 별로 없지요. 이란어와 타지크어 관계가 방언적 차이라고 한다면, 이란어와 다리어의 차이는 정말 방언 중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방언 수준이에요.
일단 두 언어에서 쓰는 문자는 다음과 같답니다.
일단 페르시아어 문자.
다리어 문자.
출처는 http://www.omniglot.com/ 에요.
그리고 두 언어의 차이는 다음과 같답니다.
1. 페르시아어에서는 "ē" 와 "ī" 는 "ī"로, "ō" 와 "ū" 는 "ū"로 합쳐졌는데, 다리어에서는 아직도 이 발음들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유와 사자는 페르시아어 및 다리어에서 شیر 로 쓰는데, 페르시아어에서는 우유, 사자 모두 /šīr/ 로 발음합니다. 그러나 다리어에서는 /šēr/ 는 사자이고, /šīr/ 는 우유입니다. 그리고 '빠른' 이라는 의미의 زود 에서 장모음과 '강한' 이라는 의미의 زور 에서의 장모음은 페르시아어에서는 /ū/ 로 발음되지만, 다리어에서는 زود 는 /zūd/, زور 는 /zōr/ 로 발음됩니다.
2. 고대 이란어에서 이중모음 "aw" 와 "ay" 는 현대 이란어에서 각각 [ow], [ej]로 되었지만, 다리어에서는 현재도 [aw] 와 [ay] 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란어에서는 [ow] 는 일상 회화에서 [o]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고, 단모음 [u] 와 합쳐지는 경향이 있지만, 다리어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3. 단모음 /i/ 와 /u/ 는 이란어에서 [e] 와 [o]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으나, 다리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4. 자음 و 는 이란어에서 [v] 로 발음되나, 다리어에서는 여전히 [w]로 발음되고 있습니다. 다리어에서는 오직 유성 자음 앞에 [f]가 올 때 [f]의 이음(의미적 차이는 나지 않으나 약간 다르게 들리는 음소의 음)으로 [v]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5. 이란어에서는 ق [ɢ]와 غ [ɣ]의 발음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다리어에서는 아직도 두 발음은 엄격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6. 이란어에서는 어말의 "a" (ه-) 는 [e] 로 발음됩니다.
7. 이란어에서는 어말이 아닌 a 단모음은 [æ] 로 발음됩니다.
8. 다리어에서는 어말 모음이 아닐 때, [æ]와 [e] 는 구분됩니다. 그러나 이란어에서 어말 모음이 아닌 [e] 는 [æ] 의 이음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어휘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요. 이러니 국가 설명만 보면 아프가니스탄은 다리어를,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국어로 사용하는데, 실제 두 국가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대화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