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서울에 있는 말레이시아 식당은 명동에 있는 캄풍쿠 레스토랑이에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 모처럼 명동으로 갔어요. 동대문에서 일이 있어서 동대문으로 갔다가 바로 집에 들어가기는 싫고 길 좀 걸을까 하다보니 명동까지 가게 되었어요. 명동 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였어요. 대부분 관광객이었어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이 많이 보였어요. 겨울철이 되면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관광을 많이 와요. 한류 열풍도 있지만,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매우 생소한 날씨라서 그런 거 같아요. 실제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겨울에 한국 오면 눈 보고 매우 좋아하더라구요. 아주 오래 전, 베트남 북부 산지에 눈이 내린 적이 있대요. 그러자 베트남 사람들이 눈 구경하러 갔다고 베트남인 친구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어요. 그것 말고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이 꽤 있었어요. 그들은 눈 보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더라구요. 스키장 가는 경우도 많구요.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보니 말레이시아에서 온 관광객이 꽤 많이 보였어요.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말레이시아 무슬림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났고, 잘 보인다는 점이에요.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인들은 주로 이슬람을 믿어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구요. 제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만 해도 말레이시아 국적 손님들이 잘 오곤 했지만, 이때는 주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 즉 화교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이슬람을 믿는 말레이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으로 오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명동 거리에서도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말레이시아 무슬림들도 명동 거리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말레이시아 무슬림 관광객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사실 말레이시아 무슬림(말레이인)과 인도네시아 무슬림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아요. 솔직히 저도 거의 구분 못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 온 동남아시아 무슬림 관광객 대부분이 말레이시아 무슬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비자' 차이에 있어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한국 입국시 무비자에요. 입국심사에서 말레이시아인들을 까다롭게 잡는다는 말도 아직 못 들어봤구요.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가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비자는 받기 쉽지 않구요. 그래서 관광객 중에서 동남아시아 무슬림이라면 대체로 말레이시아인이에요.


이 뿐만 아니라, 우리는 죄다 '중국인 관광객'이라 보는 사람들 중에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 즉 말레이시아 화교들도 꽤 많아요. 개인 여행자라면 중국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보다 타이완, 홍콩, 말레이시아에서 오는 중국계 사람들이 더 많을 거에요. 중국인들이 개인 단위로 우리나라 관광 비자인 C-3 비자 받는 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관광 서비스 계통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하는 것들은 대체로 말레이시아인들에 맞추어져 있어요.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다 모처럼 예전 전광수 커피가 있던 길로 걸어올라갔어요.


"어? 말레이시아 식당 아냐?"


말레이시아 식당


이름부터 캄풍쿠 Kampungku 였어요. kampung 은 말레이어 및 인도네시아어에서 '마을'이라는 뜻이에요. 뒤에 붙은 ku 는 '나의' 라는 뜻이구요. '캄풍쿠'를 해석하면 '내 마을'이라는 뜻이에요.


'여기 뭐지?'


할랄 식당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말레이시아 식당이라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에 인도네시아 식당은 여기저기 있어요.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곳곳에 있거든요. 꼭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대상이 아니라도, 워낙 인도네시아 발리 가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아서 발리 여행의 추억을 다시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요가 조금 있어요. 반면 말레이시아는 페낭, 코타키나발루가 유명하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체류중인 말레이시아인들이 인도네시아인들처럼 많지 않다보니 말레이시아 식당은 거의 안 보여요. 게다가 말레이시아 음식과 인도네시아 음식 중 비슷한 것도 여럿 있다보니 말레이시아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고국의 맛을 느끼고 싶으면 인도네시아 식당 가곤 해요.


'한 번 가볼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마침 저녁을 먹어야 했어요.


'여기는 말레이시아 음식 맛 제대로 낼 건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둘 다 가봤어요. 나시 고렝 같은 음식, 삼발 같은 소스는 두 나라 다 비슷했어요.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어요. 인도네시아 음식이 더 매웠고, 말레이시아 음식이 생선 냄새가 더 강했어요. 그 정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어요. 마치 가능하냐고 물어볼 때 말레이시아에서는 boleh, 인도네시아에서는 bisa 를 즐겨 쓰고, kampung 을 말레이시아에서는 '캄풍'에 가깝게 발음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깜풍'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처럼요. 두 나라 말이 비슷하나 100% 같지 않은 것처럼, 음식도 비슷하나 100% 같지는 않았어요.


명동 말레이시아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직원이 메뉴판과 주문을 표시하는 판을 갖다 주었어요.


'그냥 무난하게 먹을까?'


말레이시아 나시 고렝


무난한 선택이라면 나시 고렝. 나시 고렝 캄풍 Nasi Goreng Kampung 가격은 7500원이었어요. 그래서 일단 나시 고렝 깜풍을 선택했어요.


음료 중 무엇을 고를까 쭉 보았어요. 말레이시아 하면 밀크티, 밀크티 하면 알리티! 말레이시아 밀크티 파우더는 품질이 엄청나게, 그리고 굉장히 뛰어나요. 말레이시아 밀크티 파우더 타서 먹다가 일본 것 먹으면 바로 맹물이라 버려버리게 되요. 타이완 것조차 말레이시아 밀크티 파우더 앞에서는 설탕물에 불과해요. 밀크티 파우더에서 Made in Malaysia 는 무조건 믿고 먹어도 된다는 품질 보증 마크 같은 거에요. 베트남 여행 가면 커피를 사오는 것처럼, 말레이시아 여행 가면 밀크티 파우더 사와서 선물로 주는 게 좋아요. 말레이시아 식당에 온 이상 밀크티가 있다면 꼭 마셔보고 싶었어요.


밀크티


밀크티가 있었어요. 밀크 홍차라고 되어 있었어요. 가격은 3000원이었어요. 그런데 더 궁금하게 생긴 게 있었어요.


장미 밀크티


그것은 바로 Air Bandung - 아이르 반둥이었어요. 한국어 메뉴판에는 '밀크 로즈'라고 되어 있었어요. 가격은 역시 3000원이었어요.


아이르 반둥 마실까, 밀크티 마실까 그것이 문제로다.


'반둥'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유명한 휴양 도시 중 하나에요. 세계사 공부할 때 꼭 한 번 듣고 외우게 되는 도시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색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어요. 진한 분홍색 음료. 이런 색이 나면 보통 극단의 선택. 운 좋으면 진짜 맛 없는데 폭삭 망해버리는 선택일 경우도 무지 높아요.


아하! 아이르 반둥 주문해서 마시고 밀크티 추가하면 되지?


생각해보니 답은 아주 간단했어요. 아이르 반둥부터 주문해서 나시 고렝 캄풍과 먹은 후, 밀크티를 한 잔 주문해서 마시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어요.


그래서 먼저 아이르 반둥과 나시 고렝 캄풍을 주문했어요.


나시 고렝 캄풍은 이렇게 생겼어요.


서울 명동 말레이시아 할랄 음식 식당 - 캄풍쿠 레스토랑 Kampungku


이거 진짜 맛있어!


우리가 흔히 먹는 볶음밥보다 더 고소하고 맛이 다채로웠어요. 그리고 멸치 튀긴 조각이 올라가 있어서 고소한 멸치 볶음 맛이 잘 느껴졌어요. 멸치 볶음은 씹을 때마다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 내어 식감에서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나시 고렝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몇몇 있지만, 여기 나시 고렝은 그런 식당들 나시 고렝보다 더 맛있었어요. 맛집이라 해도 되는 맛이었어요. 가격도 7500원이니 매우 괜찮은 편이었구요. 양은 공기밥 하나보다 조금 많은 편이었어요.


이것은 아이르 반둥이에요.


아이르 반둥


이 매혹적인 맛은 뭐야!


입안에서 장미 한 송이가 팍 피어오르는 느낌이었어요. 달콤한 맛에 진한 장미향이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아주 어렸을 적, 샴푸 향이 너무 좋아서 샴푸도 달콤하고 맛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샴푸 거품을 입에 넣어보았다가 너무 써서 물로 막 입을 헹구어내었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바로 그 어렸을 적 제가 '향기로운 샴푸는 단맛이 날 거야'라는 환상을 완벽히 채워주는 음료였어요. 진한 장미향에 달콤한 맛이었거든요.


참고로 아이르 반둥 Air Bandung 은 우유에 장미 시럽을 넣어 만든 음료로,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에서 라마단 이프타르때 즐겨 마시는 음료라고 해요.


매우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 후,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말레이시아 밀크티


이것조차 대박이란 말인가!


사실 이건 별 기대 안 했어요. 왜냐하면 3천원에 무슨 맛이 나겠냐고 기대 자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밀크티는 무조건 믿고 마시는 것이거든요. 밀크티 세계에서 샤넬, 루이비통 같은 존재가 바로 말레이시아 밀크티니까요. 당연히 맛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모든 밀크티 중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맛이었어요. 홍차 향기에 진하고 달콤 씁쓸한 맛의 조화. 커피 중독자라도 이걸 마시면 커피를 끊을 수 있는 맛. 완벽했어요. 밀크티만 따로 밖에서 팔아도 진짜 잘 팔릴 맛이었어요. 우리나라 밀크티 전문점에서 파는 밀크티보다 이게 더 맛있었어요. 심지어 공차조차도 이 밀크티 앞에서는 그 자리가 위태로울 지경이었어요.


모두 다 매우 크게 만족스러웠어요. 계산하고 나올 때 아주머니께 물어보았어요.


"여기 와서 밀크티만 주문해서 마셔도 되나요?"

"예, 되요."


이걸 대박 밀크티 카페라고 해야 하나 말레이시아 음식 맛집이라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되었어요. 나시고렝, 아이르 반둥, 밀크티 모두 맛도 매우 훌륭했고 가격도 상당히 좋았거든요. 가격 대비 만족도만 놓고 보면 사실 밀크티가 가장 뛰어났고, 그 다음 아이르 반둥이었어요. 그래도 여기는 식당이니 그냥 얌전히 말레이시아 음식 맛집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명동에서 밀크티 한 잔 마시고 싶거나, 입에서 장미가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거나, 말레이시아 음식이 먹고 싶다면 캄풍쿠 레스토랑이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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