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사 Marsa는 몰타에서 나름 교통의 요지에요. 그래서 버스를 타고 종종 지나가게 되는 곳 중 하나죠. 몰타의 동부 버스 노선은 전부 마르사를 거쳐가요. 셍글리아, 마르사슐록, 블루 그로토 등 동부에 위치한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르사를 거쳐야만 하죠.
또한 몰타에서 가끔 우편물이 마르사에 있는 우체국에 도착해서 우편물 찾으러 마르사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으렌디, 오르미처럼 '너무나 먼 당신'은 아니에요. 오히려 나름대로 잘 알려진 곳이에요.
일단 마르사는 이런 곳이에요.
마르사에 있는 성당이에요.
교회 주변에서는 이렇게 과일과 야채를 팔아요.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물길도 있어요.
역시나 마르사의 모습이에요.
특색이라면 성당 모양이 몰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당과 모습이 다르다는 것 정도 있어요. 그 외에는 특징이 아무 것도 없어요. 돌아다니기도 안 좋아요. 교통의 요지라서 차가 엄청나게 많이, 그리고 빨리 다녀요. 그래서 볼 것은 없고 정신만 없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오직 이것 뿐만이라면 제가 소개하지 않았을 거에요. 마르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는 바로 이것이랍니다.
이슬람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몰타는 매우 독실한 가톨릭 국가에요. 그래서 정말 성당이 엄청나게 많아요. 어느 정도로 많냐 하면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십자가 보이는 만큼 많아요.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는 몰타에 오면 질리도록 듣게 되요. 성당이 엄청나게 많은데다 시간이 되면 종을 치거든요.
그리고 몰타는 반 이슬람, 반 아랍 정서가 매우 강한 나라에요. 역사적으로 몰타는 기독교와 아랍-이슬람 전선의 최전방 중 하나였어요. 이들과의 전쟁 중 가장 유명한 The Great Siege는 몰타에서 질릴 정도로 많이 접하게 되는 것 중 하나에요. 서점에서든 거리에서든 쉽게 한 번은 접하게 되요. 그 내용이 뭔지는 모르더라도 십자가가 그려진 기사를 보고 대충 이게 이슬람으로부터 몰타를 지켜낸 이야기라는 것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죠. 단, 십자군 전쟁이 아니라 오스만 튀르크와의 전쟁이었답니다.
현재 몰타는 아프리카 및 아랍에서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주요 루트 중 하나에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주요 경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루트이고, 두 번째는 시칠리아로, 세 번째는 몰타로 들어와서 이탈리아 및 유럽 각지로 들어가는 루트에요. 몰타가 EU에 가입한 섬나라이다보니 여기에 밀입국자 수용소도 있고 아랍계 불법체류자도 있고 아랍인들도 의외로 좀 있어요. 그래서 몰타인들은 아랍인과 무슬림들을 매우 싫어한답니다.
그래서 몰타에 모스크가 없어요. 이슬람의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죠. 그런데 마르사에 저게 있어요.
이것은 마르사에서 루카 가는 길에 있어요. 가는 방법은 마르사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서 루카로 가는 버스 길을 따라 가면 되요. 몰타에서 동쪽으로 가신 분들 중 얼핏 이것을 보신 분도 계실 거에요.
딱 봐도 이슬람 냄새가 풀풀 퍼져 나오는 건물이에요.
정문에 가서 보면...
터키군 공동묘지에요.
그런데 터키군 공동묘지가 왜 있지?
몰타에 터키군 묘지가 있는 것 자체가 의문이에요. 저 역시 이 미스테리를 풀지 못했어요. The Great Siege 때 만들어진 무덤은 분명히 아니에요.
묘지 내부는 평범한 공동묘지에요. 하지만 오르미에서 보았던 몰타의 공동묘지와는 확실히 다르죠.
아무리 보아도 몰타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에요. 이게 대체 왜 여기 있을까요?
간혹 이것을 보고 몰타에서 모스크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터키군 공동묘지 Turkish Military Cemetery에요.
몰타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마르사를 소개한 첫 번째 이유랍니다. 참고로 몰타에 모스크가 딱 하나 - 파올라 Paola에 있습니다. 이곳과 더불어 몰타에서 이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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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사가 바로 몰타 마스터 코스의 입구로 이어지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