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몰타 방랑기 (2009)

몰타 고급자 코스 - 01. 피싱 빌리지

좀좀이 2012. 5.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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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급자 코스로군요. 게임으로 치면 진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운이 따라주어야만 볼 수 있는 이벤트성 엔딩이라고 할 수 있죠. 마치 대항해시대2에서 새벽 2시에 맞추어서 아이템 가게에 가야만 특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요. 고급자코스에서 소개할 곳은 사실 정말 안 알려지고 숨겨진 비경이라서 고급자 코스가 아니에요. 사실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랍니다.


그런데 왜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을 고급자 코스라고 뻥을 치냐구요? 돌을 던지시기 전에 제 설명을 들어주세요.


고급자 코스에서 소개할 곳들은 딱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별 볼 일 없어요. 즉, 정해진 시간에 가지 않으면 안 간 것보다 못한데 이걸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아무 시간대에나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냥 막 가죠. 그리고 실망해요. 그래도 몰타에 2주~3주 적당히 쉬며 영어 배우러 오는 유럽인들이야 별 상관 없지만 관광객처럼 작정하고 가서 의외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런 경험을 하면 엄청난 실망을 하게 되요.


시간만 잘 맞추어서 가면 되는 일이기는 한데, 몰타의 특성 때문에 시간 맞추어 가기 고약한 곳 두 곳이 바로 고급자 코스랍니다. 그리고 이 두 곳 중 첫 번째는 바로 피싱 빌리지 - 우리말로 직역하면 낚시 마을이에요.


중급자 코스 골든 비치편에서 제가 던진 질문 혹시 기억하시나요?


섬이란 무엇인가?


바로 이 질문이었죠. 몰타가 물이 비싼 건 이해할 수 있어요. 원래 섬에서 '물'을 구하는 것이야 바다가 있으니 어렵지 않지만 '식수'를 구하는 것은 어렵거든요. 섬이라고 하면 보통 물고기를 잡아 먹는 생활을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 먹어야 하는데 물이 귀하니 농사가 제대로 될 리는 없으므로 당연히 물고기를 잡아 먹어야죠. 섬사람들이라고 광합성하는 건 아니에요.


이놈의 섬에는 물고기도 없어!


조개가 없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모래사장이 없으니 조개가 사는 곳도 당연히 별로 없죠. 이건 뭐 이해를 해요. 섬이라고 반드시 해수욕장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해산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물고기는 있어야죠. 그런데 몰타는 물고기도 없어요. 대체 이런 섬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신기할 지경이에요. 정말 섬에 대한 모든 상상과 상식을 다 깨버리는 게 몰타에요.


단순히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는 것을 못 보아서 물고기가 없다고 주장하냐구요? 절대 아니에요. 사실 터키 갈라타 다리에는 물고기가 없게 생겼는데 물고기가 득시글해요. 맨날 이스탄불 주민들이 낚싯대 몇 개씩 들고와서 고등어와 잡고기들을 잡아대고 배들이 지나다니는데도 씨가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잡혀요. 그런데 몰타에서는 간혹가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는데 생선을 잡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바다에서 본 거라고는 해파리와 멸치 비슷하게 생긴 잡고기 뿐이에요.


가게에서도 물고기는 비싸요. 그나마도 수입이에요. 그래서 몰타는 섬이니 물고기는 싸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저도 처음 몰타 갈 때에는 당연히 섬이니 물고기와 해산물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 보니 해산물과 물고기가 절대 싸지 않아서 정말 크게 놀랐어요.


사람들이 물고기를 하도 잡아대서 인근 바다의 생선은 씨가 말라버렸다는 말도 있고,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라 조업권을 다른 나라에 팔아버렸다는 말도 있어요. 하지만 정확히는 저도 몰라요. 하여간 물고기가 귀한 나라에요.


그나마 진짜 잡아온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시장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피싱 빌리지에요.


어시장을 보러 피싱 빌리지에 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요.


1. 일요일에 몰타에 있어야 한다.
2.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피싱 빌리지의 어시장은 일요일 아침에 잠깐 열려요. 문제는 이 피싱 빌리지가 몰타의 남서부 해안에 있고 발레타에서 멀다는 거에요. 그래서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볼 수 있는 곳인데 일요일 아침에는 발레타에서도 벼룩시장이 열려요. 발레타 버스 터미널 옆 - 발레타 버스 터미널에서 발레타 입구를 볼 때 왼쪽에 있는 공터에서 몰타에서 가장 큰 시장이 열리거든요. 발레타 편에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여기도 볼 만해요. 문제는 이것 역시 엄청나게 일찍 끝나요. 정오쯤 되면 파장이에요. 그래서 막상 피싱 빌리지를 보러 발레타 버스 터미널로 아침 일찍 가도 다른 매우 좋은 이벤트가 열려 있어요. 여기에서 선택지는 알아서 고르는 것인데, 여행자가 한 나라에서 일요일을 두 번 맞는 경우는 많지 않죠. 더욱이 몰타처럼 아주 작은 나라라면요. 어학연수로 간 사람이라면 일요일이 한 번만 있을 리 없으니 한 번 작정하고 일찍 일어나서 갔다오면 되지만 관광객이 가기에는 이런 이유로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이에요.


피싱 빌리지는 마르사슐록 (Marsaxlokk)에서 열려요. 저 역시 시간을 못 맞추어서 어시장을 보지는 못했어요.


마르사슐록에 있는 성당이랍니다.



성당은 작지만 내부는 화려하답니다. 만약 성당이 질리지 않으셨다면 한 번 들어갔다 나와도 좋은 성당이에요.


멀리서 본 마르사슐록은 세잔 그림 속 마을의 실사판이에요. 세잔은 일부러 그렇게 그렸겠지만 여기를 보면 정말 보이는대로 그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마르사슐록에는 그냥 시장도 있어요. 그냥 평범한 시장은 굳이 일요일 아침에 맞추어 가지 않아도 볼 수 있어요.


비록 시간을 못 맞추어서 어시장을 못 보더라도 평범한 시장을 볼 수 있으므로 가볼 만 해요.


어구와 어선은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몰타에서는 배 앞머리에 눈을 그려놓아요. 이것은 지중해 일대에서는 널리 퍼져 있는 풍습 같아요. 저 역시 튀니지와 터키에서 이런 눈을 보았거든요. 터키에서는 이 눈을 악마의 눈이라고 한대요. 몰타에서는 이렇게 배 앞에 그려놓은 눈을 '카르타고의 눈'이라고 한대요.


어떻게 보면 아우라보다 여기가 훨씬 예쁘고 좋은 곳이에요. 단, 아우라보다 멀고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어시장' 때문에 고급자 코스랍니다.


외곽쪽으로 걷다 보면 이렇게 수레라고 해야 할지 마차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왕 멀리 온 거 다른 곳도 보려고 한다면 비르제부기아 (Birzebbugia)로 갈 수도 있어요. 이것은 피싱 빌리지에 숨겨진 미션. 특별한 것은 없어요. 아래 사진들은 비르제부기아 사진들이에요.


일단 멀리서 본 비르제부기아는 이렇게 생겼어요.


버스 정거장은 이 성당 근처에 있답니다. 이 성당 역시 예배 시간 외에는 문을 걸어잠가놓는 성당이에요.



비르제부기아는 그냥 조용한 곳이랍니다. 특별한 것도 없구요. 그러나 이왕 마르사슐록 간 김에 한 곳 더 가보고 싶으시다면 가셔도 괜찮아요. 즉, 비르제부기아만 가보자고 하신다면 절대 추천하지 않지만 마르사슐록을 갔다가 비르제부기아를 가신다면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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