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보고 싶어지죠. 사람 사는 곳도 재미있지만 계속 사람 사는 곳만 보다보면 금새 질리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유럽 여행에서는 특히 자연 환경을 보는 코스를 군데 군데 많이 집어넣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유럽 여행을 다니다보면 점점 질리기 시작해요.
처음에야 우리나라와 너무나 많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 구경 자체가 재미있지만 분위기에 적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놈이 그놈이네'라는 생각이 들며 시시해지고 지루해지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동네 성당도 신기해서 열심히 들어가보죠. 왜냐하면 유럽의 동네 성당이 우리나라 명동 성당보다 훨씬 아름답고 웅장한 경우도 많거든요. 확실히 성당 내부의 화려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성당보다 유럽의 성당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기는 해요. 하지만 적응되면 웬만큼 유명하거나 확 눈에 들어오지 않는 한 그냥 '동네 성당이구나' 생각하며 지나가 버려요.
그래서 유럽 여행을 다닐 때에는 자연 환경을 보는 코스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 역시 그렇게 다니지 못했고, 그렇게 여행 일정을 짜는 게 엄청나게 어렵고 경비도 많이 들기는 하지만요.
이번에 소개할 곳은 블루 그로토에요. 아쉽게도 몰타에 산이라고 할만한 게 없다보니 보게 되는 것은 거의 전부 바다 아니면 들판이에요. 그리고 이 블루 그로토라는 곳은 유명하기는 하나 별로 볼 것은 없는 동네에요. 하지만 유명하기 때문에 간단히 소개하도록 할게요.
블루 그로토는 몰타 남쪽에 있는 바닷가로, 스킨 스쿠버를 할 수 있는 곳이에요.
파도가 꽤 센 지역이기도 하죠. 수심도 깊구요.
나름 몰타에서 밀어주고 있는 관광지라서 꽤 잘 알려져 있고 주변에 레스토랑 같은 것도 많지만 가격이 절대 싸지도 않고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막상 가보면 실망을 많이 하게 되는 곳이에요.
오히려 여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시간만 잘 맞추어 가면 이렇게 고양이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사람을 경계하는 놈들도 많지만 경계하지 않는 놈들도 많아서 쉽게 고양이를 만지고 쓰다듬어줄 수 있어요. 여기는 비록 소개를 하지만 정말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은 곳 중 단연코 최상위권에 들어가요. 시간이 넘치지 않으신다면 가지 마세요. 가기는 편하나 시간이 아까울 정도에요. 바다 그 자체가 좋거나 스킨 스쿠버를 해보고 싶으신 분이시라면 추천해요.
블루 그로토에는 숨겨진 미션(?)이 하나 숨어있답니다. 바로 하가르 임 사원이죠.
몰타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유적은 타르시엔 신전이에요. 타르시엔 (Tarxien)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들 중 하나로 기원전 2800년 전에 세워졌다고 해요. 최초로 지어진 건 기원전 31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 198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여기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요. 참고로 저는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타르시엔 신전이 얼마나 볼 것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나 몰타 섬에 사람들이 언제부터 살았는지 답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 정도밖에 몰라요.
타르시엔 사원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지만 하가르 임 사원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어요.
이게 하가르 임 사원이에요. 버스가 하가르 임 사원 근처에 서지 않기 때문에 버스 정거장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해요.
자, 사진을 보시고 돈을 내고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시나요? 저곳을 들어가서 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답니다. 물론 저는 들어가지 않았고, 당연히 돈을 내지도 않았어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사진 속 작게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면 이 유적의 높이를 대충 가늠해 볼 수 있죠.
한 쪽은 진짜 돌무더기랍니다.
저는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서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니에요. 유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유적 안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돌며 유적을 보는 것은 공짜에요. 유적 코 앞까지 다가갈 수는 없지만 들어가지 못하게 쳐놓은 줄을 따라 걸으며 봐도 잘 보여요. 관건이라면 햇볕이 있겠네요. 태양의 위치가 좋지 않다면 눈이 부셔서 못 볼 수도 있으니까요.
사진 오른쪽 아래쪽에 보이는 마을 보이시나요? 저기가 바로 블루 그로토랍니다. 수풀을 헤치며 걸어가면 갈 수 있을 거 같지만 하가르 임과 블루 그로토 사이에는 낭떠러지가 있어요. 그리고 앞서 블루 그로토 사진에서 보았듯 그 낭떠러지를 어떻게 기어 내려가고 기어 올라가서 건넌다고 하더라도 바다가 가로막고 있죠.
블루 그로토와 하가르 임 사원보다는 오히려 하가르 임 사원과 블루 그로토 사이의 절벽 근처를 걸으며 경치를 보는 게 더 아름다워요.
이런 곳을 중급자 코스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나름 잘 알려져 있는데다 원한다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몰타 여행 일정을 짜준다면 중급자 코스 중 가장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끼워넣어 주거나 아예 빼버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