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곳은 아우라입니다.
이곳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몰타 지명 읽는 법과 관련해서 몇 가지 설명해드릴 게 있어요.
몰타어는 영어처럼 라틴 알파벳을 써요. 그래서 그냥 읽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게 함정이다 ㅋㅋㅋ
예. 영어를 많이 쓰고 영어처럼 라틴 알파벳을 쓴다고 영어랑 읽는 법이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달라요. 그런데 왜 구경하러 가서 남의 언어 알파벳 읽는 법을 외워야 하느냐하면...
전에 말씀드렸듯이 몰타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아주 많이 쓰지만 모두가 매우 잘 아는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명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좀 있어요. 버스기사가 영어를 잘 알아듣고 친절하고 엉터리로 지명을 말해도 잘 알아들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오히려 난폭 운전에 불친절을 상상하는 게 좋은 여행을 위해 더 낫답니다.
이 글이 외국어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 두 가지만 알려드리자면 Q와 X의 발음을 주의하셔야 해요. Q는 숨을 한 번 참는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예를 들어 'Mqabba'는 '므캅바', '맙바'가 아니라 '임압바'에요. '임'과 압'을 살짝 끊어 읽으시면 되요. 그러면 몰타어의 Q발음을 자연스럽게 하시게 되요. 그리고 X는 영어의 sh 발음이에요. 그래서 'Masaxlokk'은 '마르삭슬록', '마르사클록'이 아니라 '마르사슐록'이에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느냐 하면 이번 편에서 소개할 '아우라'가 Qawra이기 때문이에요. 카우라, 콰우라 아니에요. 아우라에요.
일단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사진부터 보도록 할께요.
이곳의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아우라는 바닷가를 조용히 걸으며 쉬는 동네에요. 굳이 표현하자면 사람 사는 발전된 바닷가라고 해야겠네요. 파처빌 역시 바닷가이기는 하나 거기는 쇼핑과 음주의 장소이다보니 조용히 걷기엔 그다지 좋지 않아요. 그에 비해 다른 해안가는 조용히 걷기는 좋으나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바닷가만 걷다 와야 해요. 그에 비해 이곳은 원한다면 조용히 바닷가를 걸을 수도 있고, 나름대로 번화한 거리를 걸을 수도 있어요.
참고로 정확히 '아우라' 지역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몰타가 워낙 작다보니 앞서 언급한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아우라 및 그 주변 지역을 말하는 거에요.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시청에서 걷다보면 어느새 종로3가까지 가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너무 칼같이 '아우라만 볼 거야!', '셍글리아만 볼 거야!' 이러면 끝없는 실망의 연속이에요. 저 역시 너무 칼 같이 '아우라에 대해서만 쓸 거야!'라고 하면 사진도 올릴 게 없고 글을 쓸 것도 없답니다.
아우라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버스 종점 및 그 주변 지역이고 두 번째는 해안가랍니다.
먼저 버스 종점 및 그 주변 지역을 보도록 할게요.
아우라 버스 종점은 나름대로 큰 편에 속해요. 여기도 파처빌, 슬리에마, 발레타 정도는 아니지만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거든요.
정말 딱 두 번만 타고 싶은 버스에요. 러시아제 버스도 아니고 '소련제' 버스가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는 곳이 바로 몰타에요. 특히 저렇게 생긴 버스는 자리가 극악으로 좁답니다. 캐리어 끌고 타게 생기지가 않았어요. 더욱이 사람까지 많이 타므로 루카 공항에서 내린 후 비싸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추천해요. 재미있는 것이 저 버스가 나름 몰타 관광의 '상징' 같은 존재라서 저 버스 모양의 마그네틱도 팔아요.
몰타인들이 몰타 섬에 얼마 없기는 해요. 성수기에는 관광객이 몰타 국민의 몇 배에요. 하지만 보면 대충 알 수가 있어요. 몰타인들의 특징은 일단 진한 검은 머리.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키가 작으시고 동글동글한 느낌이에요. 위의 두 사진에서 보이는 할머니들이 전형적인 몰타인이랍니다.
이 지역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랍니다. 아파트 자체야 그다지 특징적인 것이 없지만 자세히 보면 아기자기하게 꾸민 집들도 보여요.
이렇게 꾸며놓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며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렇게 버스 종점 근처는 사람 사는 곳이랍니다. 돌아다녀볼 가치는 있어요. 워낙 발레타, 슬리에마에 건물들이 답답하게 지어져 있어서 차라리 여기 아파트들이 더 사람 살만한 곳으로 보이는 느낌도 없지는 않아요.
이제는 아우라의 바닷가를 보도록 할게요.
맨 처음의 사진 역시 아우라의 바닷가랍니다.
아우라에서는 섬이 하나 보여요.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 같아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답니다. 저 섬에 가보기 위해 배를 알아보았지만 배가 아예 없더라구요. 참고로 저 섬은 고조섬이 절대 아니에요. 아우라는 고조섬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랍니다.
바닷가쪽에는 주로 상점들이 많이 몰려있어요. 그리고 관광객도 주로 이쪽에 몰려 있죠. 아우라에 가기 위해서는 굳이 아우라 버스 종점에서 내릴 필요는 없어요. 바닷가에서 내려 아우라 버스 종점으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이 바닷가 근처에 몰타인들의 놀이 중 하나인 봇치 (bo??i)를 하는 곳도 있어요. 이것은 부지바쪽 해변에 있어요.
어른들의 구슬치기에요. 프랑스에도 이것과 비슷한 놀이가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페탕크(Petanque)라고 해요. 프랑스에서는 쇠로 된 공으로 해요. 프랑스에서 이것을 하시며 노시는 분들은 손에 반지처럼 무언가를 끼고 있는데 이 반지에 긴 쇠줄이 달려 있고, 쇠줄 끝에 자석이 달려 있어서 굳이 허리를 굽히고 몸을 숙이고 다리를 굽히지 않아도 구슬을 쉽게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원통형 돌덩이를 던져요. 돌덩이가 땅에 떨어질 때 '퍽' 소리가 나요. 던지는 방법은 프랑스의 페탕크나 몰타의 봇치나 똑같은 방법으로 던져요. 손등을 하늘을 향하게 해서 던진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 직접 보고 '왜 쉽게 던지지 않고 저렇게 힘들게 던질까' 생각하다가 '저게 원래 룰인가 보구나'라고 혼자 결론을 내렸는데 몰타에서 봇치를 보고 왜 저렇게 던지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원통형 돌을 던지는 것이다보니 여러 이유 때문에 손등을 하늘로 향하게 해서 던지게 되지 않았나 해요.
아우라가 볼 게 많고 크게 재미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조용히 여행이나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괜찮은 곳이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