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근처는 정말 많이 안 바뀐 동네에요. 가장 큰 변화라면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이 입체 차로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랄까요. 예전에는 차와 사람이 사이좋게 철길 건널목을 건넜지만 지금은 사람만 철길 건널목을 건너요. 그거 외에는 외대앞역에서 외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길에 건물 몇 개 증축되었다는 것 정도.
그러나 요즘 외대 앞을 가면 예전과 좀 변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 이유는 맥도날드가 있기 때문이에요. 정확히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00년대 초에는 외대 정문 근처에 패스트푸드점이 있었는데 망했고, 그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이쪽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없었어요. 그런데 외대쪽 갈 때마다 맥도날드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그 동네 살던 그때와는 많이 변했다고 느껴요.
외대와 경희대는 실상 붙어 있지만 좀 많이 달라요. 외대 앞이 싸고 양 많은 식당이 많았다면, 경희대 앞은 비싼 맛집이 많았어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경희대쪽이 외대쪽에 비해 번화가이기는 해요.
이번에 외대쪽 놀러가서 원래 이 식당이 아니라 예전에 보쌈정식 먹던 식당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식당이 없어졌고, 어느 식당에서 먹을까 하다가 문득 '아지매 식당'이 떠올랐어요.
"여기 아직도 있네!"
아지매 식당. 이건 양 많고 가격 저렴한 외대 앞에서도 특히 양으로 유명했던 곳이었어요. 제가 이 식당을 애용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 이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제육쌈밥, 제육덮밥, 그리고 참치김치볶음밥이었어요. 제육쌈밥과 제육덮밥의 차이는 거의 없었어요. 제육쌈밥은 2인분, 제육덮밥은 1인분이 가장 큰 차이였고, 고기맛은 똑같았어요. 그냥 1인분용이 제육덮밥, 2인분용이 제육쌈밥이라고 받아들여도 무방했어요. 참치김치볶음밥은 보통 '참김'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양 많은 이 식당에서도 양 많기로 유명한 메뉴였어요. 기본적인 양도 많은데, 주인 아주머니께 많이 달라고 하면 진짜로 더 많이 주시는 메뉴로, 많이 먹는 사람의 기준이 되기도 했던 메뉴였어요. 여자들은 둘이 하나 시켜서 나누어먹었고, 남자들은 이거 하나 먹고 배가 불렀어요.
2층에 있는 가게로 올라가는 입구에 메뉴 사진이 붙어 있고 입간판도 서 있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점이었어요. 예전에는 이런 거 없었어요.
몇 년만에 왔는데 식당은 그대로였어요. 그냥 벽에 붙어 있는 메뉴 같은 게 조금 달라진 정도였어요. 이 식당이 언제 개업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10년은 훨씬 넘은 식당 맞아요. 주방 구조도 예전과 똑같았어요.
저는 참치김치볶음밥을 시켰고, 친구는 순두부를 시켰어요.
순두부에 딸려 나온 밥은 요즘 보기 힘든 꽉꽉 눌러 담은 밥이었어요.
순두부는 맛이 괜찮았어요. 특별히 강조된 맛은 없었고, 속에 부담주지 않고 먹기에 좋았어요. 친구가 양이 많다고 남겼기 때문에 절반은 제가 먹었어요.
이것이 참치김치볶음밥. 양이 적어보이게 담겨 나왔어요. 그러나 계란 후라이 2개가 특별히 모양 잡지 않고 그냥 쫙 펴져 있는데 그 옆으로 밥이 삐져나와 있어요. 예전에 많이 달라고 하면 왼쪽 빈 공간까지 밥이 꽉 차 있었어요.
밥 높이가 맘스터치 햄버거만큼 높았어요.
그래, 이 양이야!
여기 참치김치볶음밥이 유명했던 것은 맛 때문은 아니었어요. 맛 자체는 집에서 해먹는 참치 김치 볶음밥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크게 개성있거나 너무 맛있어서 '맛집' 칭호를 달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맛은 아니었어요. 이게 유명한 이유는 바로 양. 집에서 떠서 눌러 담는 공기밥 2공기 정도의 양이었어요. 당연히 어지간한 여자는 혼자 먹기 벅찬 수준이었어요. '아, 잘 먹었다' 생각이 들었을 때가 절반 조금 넘게 먹었을 때였어요.
그래도 이거 다 먹고 친구가 남긴 순두부까지 다 먹어대는 제 자신을 보며 아직 예전처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고기부페 가서 예전처럼 먹지 않고 나와버리다보니 예전처럼 많이 못 먹는 거 아닌가 했거든요.
저는 여기 음식 맛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막 튀는 맛있는 맛은 아니라 맛있다고 장담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양이 많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참치김치볶음밥 가격은 5천원이에요. 5천원으로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가서 먹어볼 가치가 있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