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과 도넛, 호떡을 사고 시장을 또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평범한 건어물 가게.
가지와 호박.
각종 야채.
반찬 가게.
반찬가게를 지나 대장간이 있는 농기구를 파는 곳으로 갔어요.
제주도에서는 호미를 '골갱이'라고 불러오. 골갱이의 골은 원래 아래아인데, 제주도에서는 아래아를 오 비슷하게 발음한답니다. 그래서 아래아 발음을 못하면 '오'로 발음해 버리지요. 제주도 사람인지 확인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훈민정음 서문을 읽게 시키는 것이에요. 제주도 사람이라면 일관되게 아래아를 '오'처럼 읽거든요. 참고로 제주어에서 '호미'는 낫을 가르킨답니다. '지실'이 감자, '감저'가 고구마를 가리키는 것처럼 타지역 방언에서 쓰는 단어가 전혀 다른 것을 지칭하는 경우이지요.
여담이지만 제주어에서는 동물 명칭에 '-이'를 많이 붙인답니다. 예를 들어 병아리는 빙애기, 도새기 및 도야지는 돼지, 송애기는 송아지, 몽생이는 망아지, 강생이는 강아지, 고냉이는 고양이, 베엄이 및 베엠은 뱀, 게엄지는 개미, 중이 및 쥉이는 쥐, 생이는 새, 겡이 및 깅이는 게랍니다. 그리고 독새기는 달걀이죠.
농기구를 파는 가게 뒤에는 대장간이 있었어요.
이렇게 직접 철을 불에 달구어서 망치로 때려가며 농기구를 만들고 있었어요.
대장간까지 구경하고 시장을 나가는 길.
제주도에서는 미숫가루를 '게역'이라고 불러요. 옛날에는 주식처럼 많이 먹던 것이었죠. 제주 미숫가루에는 콩가루를 섞는 경우도 많은데, 콩가루를 섞은 것이 더 고소하고 맛있어요. 우유에 타먹으면 죠리퐁 말아먹고 남은 달콤하고 고소한 우유맛이에요.
이렇게 화초를 파는 가게도 있었어요. 역시나 7월. 여기도 평범했어요.
한쪽에서는 옥수수 수염을 말리고 있었어요. 옥수수 수염을 말리는 것은 어릴 때 간간이 보았어요. 이것이 이뇨작용을 돕는 한약재로 쓴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옥수수수염차'가 나오고 있지요. 한때 이 옥수수수염차에 맛들려서 커피 대신 많이 먹곤 했어요.
그리고 빙떡을 파는 가게도 있었어요. 빙떡은 강원도의 총떡과 비슷한 음식이에요. 이것은 그냥 먹을 때는 특별히 맛잇는 것을 모르겠는데 은근히 여러 개 먹게 되는 제주도 전통 음식이에요.
오일장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예전부터 오일장에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온 김에 막걸리도 시켜먹고, 점심도 먹고, 온 김에 장도 보는 식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지요. 참고로 제주도 막걸리는 좁쌀막걸리인데 타지역 막걸리보다 단 맛이 강해요.
제주시 민속오일장은 이른 아침과 저녁에 붐벼요. 이른 아침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분들께서 가져온 물건을 넘기고 장도 보고 돌아가기 때문에 붐비고, 저녁때에는 퇴근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장을 보고 가기 때문에 붐벼요. 퇴근시간때가 되면 주차할 곳도 없고 차도 미어터지기 일쑤에요. 사람도 미어터지구요.
그리고 명절 직전 장날은 말이 필요없어요. 제주도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있었나 싶을 지경이에요. 명절 직전 장날 서울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미어터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요. 그냥 제주시민 죄다 여기로 몰려온다고 생각하시면 될 정도에요. 물론 명절 직전 장날은 옛말에 '앉은뱅이도 가는 장'이라고 했지만, 명절 연휴 바로 전날이 오일장날이면 그냥 사람에 쓸려다녀요. 저 역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시장 자체도 물건이 엄청나게 풀리는 데다 제주도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떼로 몰리는 광경을 보기 극히 어렵기 때문에 볼 가치는 있지만 사진을 찍고 자세히 구경하기에는 가장 부적합한 때에요.
만약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2일이나 7일로 끝나는 날에 오일장을 구경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