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항상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었어요.
왜 청량리에서 동대문 사이는 물가가 이상할 정도로 저렴할까?
청량리부터 시작해서 동대문에 도착하기까지 주변을 잘 보면 너무 저렴한 값에 물건들을 팔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진짜 불량품을 떼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렴한 것들도 종종 보이고는 하지요.
이 궁금증에 대한 단서는 뉴스를 통해서였어요. 썩 좋은 내용의 뉴스는 아니었는데, 그 뉴스에 '청량리에는 영업직원들이 할당받은 물건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시장이 있다'는 내용이 나왔던 것이죠.
생각해보면 청량리에서 동대문 사이에 재래시장들은 있지만, 대규모 도매점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쪽 상인들이 각자 물건을 알아서 떼어 온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들이 흔해야 하니까요.
이쪽 어디엔가 물건을 정말 싸게 파는 곳이 있을 것이고, 청량리~동대문 가게와 상인들은 여기에서 물건을 떼와서 팔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확인하게 된 것이었어요.
그래서 모처럼 청량리 시장을 둘러보러 갔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먼저 청량리에서 눈여겨 보아두었던 식당으로 갔어요.
이 가게를 눈여겨 본 이유는 바로 사진 우편 하단에 걸려 있는 광고 때문이었어요.
점심특별메뉴 통닭정식 특가 8500원!
사진을 보니 진짜 닭이 밥이 있어야할 자리에 덜렁 올라가 있어서 보자마자 웃었었어요. 그리고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가 보았어요.
맛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저 다섯 가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오른쪽 아래에 있는 닭고기 수프였어요.
배를 채우고 청량종합도매시장을 찾아갔어요.
"여기를 지금까지 왜 몰랐지?"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이라면 정말 질리도록 많이 지나갔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 자체가 청량리 너머에 있다보니 여기는 버스로 많이 지나가곤 했지요. 걸어서 돌아다녀본 적도 있었구요. 하지만 여기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 이유는 이 시장 앞에는 청과물 가게들이 있어서 그냥 청과물 시장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쳐버렸기 때문이었지요.
가게마다 잔뜩 쌓여있는 박스.
이왕 온 김에 참치캔을 살까 생각했어요. 참치캔은 유통기한이 기니까 많이 사서 쟁여놓아도 별 문제될 것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밥 반찬으로도 먹고, 라면 먹는 김에 하나 까먹기도 하고, 간식으로도 먹고...이래저래 많이 먹는 것이라서 참치캔 정도 사가면 딱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참치캔은 48개...
도매시장이라 파는 단위가 아예 달랐어요. 참치캔 48개를 쌓아놓으면 먹기야 다 먹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집에까지 들고 가는 것이 문제. 결국은 차를 끌고 오든가, 여럿이서 나누어가질 것을 생각하고 오지 않으면 큰 재미는 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서울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제가 모르던 곳이 많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