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라마단이 돌아왔어요.
올해 라마단은 작년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죠. 그 이유는 월드컵. 월드컵에 출전한 팀들 중 아랍 선수들이 딱 라마단에 걸리면서 단식을 어찌 할 지에 대해 고민이라는 뉴스가 올라왔던 적이 있었어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라마단을 맞아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성원으로 갔어요.
(작년 방문기 : http://zomzom.tistory.com/731)
작년에는 너무 늦게 갔다가 밥만 먹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작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했어요.
참고로 이번 라마단은 매우 힘든 라마단이랍니다. 하지가 지나자마자 라마단이 왔기 때문에 금식해야 하는 시간이 매우 길지요.
이 예배 시간표에서 날짜 바로 옆에 있는 'FAJR' 부터 오른쪽에서 두 번째 칸에 있는 'MAGRIB'까지가 단식 시간이랍니다. 2014년 7월 6일은 새벽 3시 24분부터 저녁 7시 58분까지 금식 시간이지요.
모스크에 가면 이런 라마단 달력을 받을 수 있답니다.
위의 것보다는 보기가 좋지요.
종각에서 친한 형과 만나 405번 버스를 타고 이태원으로 갔어요. 한강진에서부터 차가 많이 막히기는 했지만 일찍 출발한 덕분에 늦지 않게 모스크로 갈 수 있었답니다.
모스크 입구에는 이렇게 방문시 옷차림 주의점이 나와 있어요. 여기에 여성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는 것이 권장사항이랍니다. 모스크를 방문할 때 여성은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의 예의입니다. 물론 밖에서 그냥 훑어보고 가는 것이라면 스카프까지 할 필요는 없고 저기 나와 있는 주의점만 잘 지키면 되지요.
참고로 현재 이태원 모스크 내부 예배실은 비무슬림은 출입할 수 없답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예배실 입구에서 모스크 내부에서 예배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인 미흐랍은 볼 수 있답니다.
모스크에 도착했더니 이미 이프타르 준비가 끝나 있었어요.
이렇게 자리가 깔려 있고, 거기에 음식들이 놓여 있고, 사람들도 앉아 있었어요.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은 우유를 따르며 가벼운 요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흰 접시에 들어 있는 것은 대추야자랍니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전혀 없었어요. 모두가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드디어 아잔이 울려퍼졌고, 사람들은 간단히 바나나와 대추야자, 우유를 먹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도 있지만, 접시에 놓고 남은 대추야자는 큰 쟁반에 담아서 한 곳에 두고, 거기서 집어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답니다.
무슬림분들께서 제게도 대추야자를 권하셔서 먹어보았어요. 확실히 예전 근처 가게에서 샀던 대추야자보다 질이 좋았어요. 부드럽고 달콤한 맛!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추억의 맛이었어요. 그리고 먹으면서 예전 아랍에 잠시 있었을 때 이거 신발 바닥에 붙으면 껌보다 떼기 고약했던 것이 생각났답니다. 아랍에서는 흔한 먹거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귀한 먹거리이지요.
아잔이 울려서 간단히 요기를 한 무슬림들이 우두를 하고 예배실로 몰려갔어요.
드디어 마그리브 예배다!
라마단 사진이라 하면 사실 모스크 주변에서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는 장면이 아니지요. 바로 많은 사람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지요.
작년에는 너무 늦게 가서 보지 못했지만, 올해는 충분히 볼 수 있었어요.
딱 저 문 앞까지는 갈 수 있어요. 신발 너머 양탄자부터는 당연히 신발을 벗어야 하구요. 하지만 이 마그리브 예배 때만큼은 그냥 신발 바깥에 서 있는 것이 예의랍니다. 이유는 곧 나와요.
라마잔, 미흐랍을 향해 마그리브 예배를 드리는 무슬림들. 2014.07.05 서울 이태원 이슬람 성원
모스크 내부는 무슬림들로 꽉 들어찼고, 입구 양탄자에서도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많은 무슬림들이 동시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라마단때 마그리브 예배를 보고 싶다면 신발이 쌓여 있는 곳 밖에서 보는 것이 좋답니다. 저 양탄자 위에서까지 예배를 드리거든요.
무슬림들은 예배를 드릴 때 꼭 어깨를 붙이고 예배를 한답니다. 어깨를 떼고 예배를 드리면 그 틈으로 악마가 들어올 수 있다고 해요. 그러므로 안에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내부가 꽉 찼다는 이야기이지요.
드디어 예배의 마지막, 좌우로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예배가 끝나자 무슬림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무슬림들은 혼자 예배를 드리더라도 반드시 예배 마지막에는 좌우로 인사를 드린답니다.
이렇게 잠시 텅 비었던 자리에는
어느덧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시 자리를 꽉 채웠어요. 그리고 식사 (이프타르)가 시작되었지요.
저도 내려가서 식사를 받았답니다.
식사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두 가지에요.
1. 고맙다고 인사를 하되 고개를 숙이지 말 것.
- 원래 무슬림들끼리는 고개 및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살짝 굽혀서 인사를 하지만요) 이렇게 고개 및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절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렇게 절하는 것은 오직 유일신 알라께만 하는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되 고개는 숙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오른손으로 받을 것.
- 이슬람에서 왼손은 불결한 것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손입니다. 그래서 주로 오른손으로 물건을 주고 받지요.
올해도 비리야니였어요. 이번에 먹은 것은 닭고기 비리야니였지요. 왠지 작년보다는 양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식사 자리가 대충 정리되는 분위기에서 사원 한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어요.
그 이유는 커피 및 차를 마시기 위해서였죠. 커피 및 차도 무료랍니다.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 성원에서는 방문하는 모두에게 식사와 차를 무료로 대접하지요.
이렇게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답니다. 무슬림 여러분,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라마단 보내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