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은 중앙아시아 및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에서 큰 명절이랍니다. 바로 옛날 달력으로 '신년'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설날과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우리나라 설날은 1월 1일이라는 것이고, 이쪽의 신년은 동지때 밑바닥을 치고 조금씩 길어진 낮과 동지때 최고점 찍고 짧아지던 밤이 같아지는 춘분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랍니다.
이 명절은 고대 이란에서 시작되었으며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명절이라고 해요. 그리고 튀르크 민족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가던 과정에서 페르시아인들에게서 받아들인 명절이지요.
이 명절은 '나브루즈' Navro'z, '노우루즈' Nowruz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요. 원래 이란어인데 이란어에서는 이렇게 쓰죠.
نوروز
이 단어는 두 단어가 합쳐진 단어에요.
نو
이 단어는 이란어로 now에요. 영어의 new와 같은 말이죠. 말 그대로 '새로운'.
روز
이 단어는 이란어로 ruz에요. '날' 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두 단어를 더하면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 되요.
노우루즈 바이람은 3월 21일인데, 국가마다 약간씩 기념하는 날이 달라요.
아프가니스탄 3월 21일
키르기즈스탄 3월 21일
우즈베키스탄 3월 21일
카자흐스탄 3월 21일~24일 (4일간)
타지키스탄 3월 20일~23일 (4일간)
투르크메니스탄 3월 20일~23일 (4일간)
아제르바이잔 3월 20일~26일 (7일간)
이란 3월 20일~24일 (5일간) - 실제로는 2주간
일단 공식적으로는 저렇다는데 우즈베키스탄은 대통령 재량에 따라 더 놀거나 날짜가 조금 변경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노우루즈 바이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노우루즈 바이람이 제대로 기념되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당시 아프가니스탄 거의 전역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 세력이 노우루즈 바이람은 이슬람과 관련 없는 풍습이라고 금지시켰기 때문이었죠. 아프가니스탄에서느 이란처럼 원래는 2주간 노우루즈 바이람을 기념했다고 해요.
노우루즈 바이람은 명절 당일이 되기 한참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요. 최소 노우루즈 바이람이 시작되기 전 수요일인 차하르샨베 수리에는 시작해야 해요.
chahar shanbeh suri 차하르샨베 수리
이 날부터 사실상 노우루즈 바이람의 시작인 셈이죠. 마치 우리나라에서 설날 당일인 1월 1일이 설날이기는 하지만, 그 전부터 슬슬 준비하는 것처럼요.
아프가니스탄의 노우루즈 바이람 풍습은 다음과 같아요.
هفت ميوه
haft mewa 7가지 과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노우루즈 바이람 음식으로 준비하는 건과일 샐러드로 7가지 건과일 및 견과류가 들어가요. 말린 보리수 열매, 건포도,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말린 살구, 아몬드, 호두가 들어가고, 말린 자두가 추가되기도 해요.
سمنو
samanu 사마누
'수말락'이라고도 부르는 음식이에요. 우즈베키스탄의 그 수말락 맞아요. 만드는 방법은 밀 싹을 틔워서 썰어서 물과 함께 솥에 넣고 계속 저으며 끓여요. 그리고 이때 작은 돌멩이 몇 개를 솥 안에 넣고 끓이죠. 그러면 이 돌멩이가 대류 운동을 도와주어서 더욱 맛있는 수말락이 된다고 해요. 이것을 만들 때 설탕을 절대 넣지 않아요. 밤에 천사가 몰래 와서 단 맛을 넣고 간다고 하는데, 이게 단 맛이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엿기름으로 식혜 만드는 원리와 같아요. 다 만들어진 수말락은 달고 걸쭉하답니다.
جشن دهقان
jashne dehqan 농부의 축제
노우루즈 바이람 당일에 열리는 축제인데 요즘은 카불 및 몇몇 대도시에서만 행해진다고 해요.
ميلهى گل سرخ
milei guli surkh 붉은 꽃 축제
이름은 '붉은 꽃 축제'라고 했는데 '노우루즈 꽃 축제'가 더 어울릴 거에요. 봄에 중앙아시아 지역을 붉은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튤립이라고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튤립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답니다. 얼핏 보면 튤립인지 모르게 생겼어요. 마자르 이 샤리프 Mazar-i-Sharif 에서는 40일간 이 꽃 축제가 열려요.
بزکشی
buzkashi 부즈카쉬
머리를 자른 염소를 가지고 하는 스포츠랍니다. 말을 타고 머리를 자른 염소 시체를 서로 뺴앗고 하는 놀이랍니다. 마자르 이 샤리프, 카불,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주로 행해진다고 해요.
جهنده بالا
jahenda bala 마자르 이 샤리프 블루 모스크 참배
마자르 이 샤리프에는 블루 모스크가 있는데, 아프간 사람들에게는 이 묘소가 세계사 시간에도 나오는 정통 칼리파 시대에서 마지막 4대 칼리파인 알리의 묘소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노우루즈 바이람 첫날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고위 지도층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이 블루 모스크에 참배하러 가요.
박태기나무 꽃 찾기
카불 주민들은 노우루즈 바이람이 되면 카불 인근 박태기나무가 있는 곳에 가족들이 놀러가는 풍습이 있다고 해요.
제가 직접 현지에서 본 나브루즈 바이람은 오직 우즈베키스탄 뿐이었고, 그나마도 날이 너무 추워서 망했었어요. 아프가니스탄은 아예 갈 수 없었죠.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여행 동선이 크게 제한되어 버렸답니다. 만약 아프가니스탄만 갈 수 있었다면 한 달 잡고 여행을 했을 거에요. 문제는 이게 안 되다 보니 여행을 나누어 가야 했고, 결국은 이란을 못 갔죠. 아프가니스탄에 빨리 평화가 찾아와 직접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노우루즈 바이람을 보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p.s. 사진은 모두 Google에서 상업적 용도를 포함해 사용, 공유, 수정이 가능한 이미지들을 검색해 가져온 것이에요. 이 글에는 제가 찍은 사진 하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