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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의 이자와 고리대금업의 관계

좀좀이 2013. 3.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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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슬람에서 이자를 받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리고 제게도 '이슬람에서는 이자를 받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가끔 계세요.


그분들 생각이 전혀 이상하거나 틀린 게 아닌 것이, 돈을 빌려주었다면 당연히 무언가 빌려준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한 것이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자'라고 하구요. 이자를 받을 수 없다면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 원금만 받아야 하니 누가 돈을 빌려주겠어요?


그런데 이 이자 - 이슬람 교리에서는 '리바'라고 하는 것은 단지 돈을 빌려주고 돈을 받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답니다. 리바에는 돈을 빌려주고 원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아가는 것 - 즉 원금+이자 형태로 돈을 받는 것 외에도 쟁여놓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도 리바에 해당해요. 즉, 집에 돈이 있는데, 이것을 차익을 노리고 가만히 모셔두기만 하는 것도 리바에 들어간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그러면 대체 돈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카트로 다 날려버리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분명 이슬람을 믿는 아랍 사람들은 무역으로 돈을 벌던 사람들인데 돈을 가만히 저축해놓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돈을 빌려줄 때 이자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하니 대체 그 동네 경제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지요.


그러면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돈을 빌려주면 항상 원금만 받아야 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그러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무역은 어떻게 해요. 지금이야 서양의 룰을 따른다 쳐도,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과거라고 사람들이 무조건 원금만 받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답은 간단하답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면 되거든요. 투자하고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돈을 빌려주면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대신 투자 실패시 원금 보전이 안 된다는 차이가 있지요.


사도 무함마드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리바를 받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견해도 있고, 원래부터 이자는 계속 더러운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게 자연스럽게 교리에 반영되었다는 견해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무역으로 먹고 살던 아랍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이 원활이 도는 것이었고,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으면 그 세계의 경제 자체가 위축되다 못해 망해버린다는 것이었지요.


여기서 조금 이야기를 더 진행해 보자면...


아랍 세계 뿐만 아니라 서양 세계에서도 '고리대금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기독교 유럽 세계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들 - 주로 유대인들이 담당했지요.


그런데 서양에서도 옛날에는 고리대금업의 정의가 아랍과 마찬가지였답니다. 돈을 빌려주고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고리대급업자였죠. 고리대금업이 오늘날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은행 대출'까지도 전부 포함하고 있었죠.


베니스의 상인에서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가 악독하게 그려지기는 하는데, 그 옛날 종교적으로 문제 없이 돈을 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을 생각해 보자면 배가 도착해 물건을 다 처분하고 남은 수익의 일부 지분을 달라고 했겠죠. 그리고 배가 늦어져서 돈을 못 갚았을 때 가슴에서 가장 가까운 살을 내놓으라고 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배가 들어오지 않아 약속된 수익이 나지 않았는데 원금과 배당금을 주어야할 의무가 당연히 없지요.


이런 조건에 부합하게 만약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쓰게 된다면, 아마 이야기는 이렇게 바뀌어야겠죠.


먼저 첫 번째, 계약 자체가 배가 들어와서 물건 다 처분하고 돈을 주어야 하는데 돈을 안 주었을 때라고 바뀌어야 할 겁니다.


두 번째, 배가 하루가 늦든 10년이 늦든 사건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배는 최대한 빨리 들어오고, 물건 처리도 다 빨리 끝나야 합니다. 배가 안 돌아오면 간단히 말해서 '투자 실패'이니까요. 이러면 돈을 갚을 이유가 없어요.


세 번째, 원금과 함께 수익을 나누어주기 전에 돈을 분실해야겠죠. 돈을 가지고 튀는 것은 내용과 뭔가 맞지 않으니까요. 도둑을 맞든, 사기 도박꾼에게 당하든 무엇을 하든 돈을 홀라당 날려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돈을 줄 수가 없고, 그래야 원래 약속에 따라 가슴에서 가장 가까운 살덩이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요.


원작의 결과에 맞추어 가려면 결국 친구의 친구가 나와야 하겠죠. 친구의 친구가 자기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하는데 - 즉 돈을 빌려준 셜록이 정당하게 받아야할 몫의 돈을 주겠다고 하는데 셜록이 '저런 사기꾼 같은 놈에게는 반드시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을 받아내야 해!'라고 우기고, 그걸로 재판정에 가야할 거 같네요. 재판정에서는 셜록에 대한 판결이야 대충 가져다 쓰면 되겠지만, 그 친구는 도둑 맞아서 돈을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사기 도박꾼에게 당해 돈을 날렸는지에 따라 결과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결론은

1. 이슬람 교리에서도 '투자-배당금' 은 당연히 옳다.

2. 서양도 옛날에는 이슬람에서처럼 이자 받는 것 자체를 고리대금업이라 했다.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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