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다보면 속담이나 관용구도 공부하게 되요. 단어 외우는 것도 벅찬 제게 속담 외우는 건 더욱 끔찍한 일. 하지만 많이 쓰는 표현들은 외워놓는 것이 좋기는 해요.
아제르바이잔어에는 'Canavarsız meşə ola bilməz.' 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말을 직역하면 '늑대가 없는 숲은 있을 수 없다'. 의미는 '나쁜 놈 없는 곳은 없다'라는 의미에요.
개인적으로 저 말을 참 좋아해요.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 때문에 머리 끝까지 화나는 일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저 말을 생각하며 그냥 재수 좀 없었다고 넘어가곤 했어요. 저 속담과 함께 셋트 메뉴로 기억하면 좋은 말은 Canavardan qorxan meşəyə girməz. 직역하면 '늑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숲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말이에요.
재미있는 것은 이 Canavarsız meşə ola bilməz 와 비슷한 속담이 우즈베키스탄에도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렇게 말한답니다.
Kurmaksiz guruch bo'lmas.
으잉?
의미는 같은 말인데 표현이 너무 귀엽잖아! kurmak 은 '바구미'에요. 그 흔히 '쌀벌레'라고 하는 바구미 맞아요. 직역하면 '바구미 없는 쌀은 없다'.
'늑대 없는 숲은 없다'라는 표현에 비해 너무 부드럽게 완화된 표현이잖아!
물론 자취하는데 쌀에서 바구미 나오면 머리 끝까지 화가 나기는 해요. 바구미가 발암물질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멀쩡한 쌀을 다 버린 적도 있었어요. 이때는 쌀을 패트병에 넣어서 보관해야 바구미가 안 생긴다는 것을 모르던 저의 원시 자취시대. 어쨌든 쌀에 바구미가 생기면 화가 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늑대와 바구미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죠. 일단 급이 다른데요.
굳이 둘이 싸우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이런 모습?
우즈베키스탄 와서 속담을 이것 저것 들었지만 기억에 가장 남고...솔직히 지금도 기억나는 속담은 저것 밖에 없네요. 쿠르막스즈 구루츠 볼마스. 바구미가 없는 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