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명동 소공동 지하상가 소공지하쇼핑센터 여행 기념품점 아리랑

좀좀이 2023. 9.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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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필동 필동로 달동네를 다 둘러봤어요. 다시 필동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며 길을 걸었어요.

 

"이제 어디 가지?"

 

슬슬 점심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아직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에는 매우 이른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밤중에 나와서 이 정도 돌아다녔으면 매우 많이 돌아다녔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아마 12시간 넘게 돌아다닌 셈이 될 거였어요. 걸어다닌 시간은 12시간이 안 되겠지만요. 영상도 많이 촬영했고, 몰랐던 곳을 발견해서 소득도 있는 날이었어요.

 

나는 아직 더 걷고 싶다.

 

지치고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야 정상인데 전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졌어요. 다리가 아프지도 않았어요. 많이 걸으니까 더 많이 걷고 싶어졌어요. 이 정도 걸었으면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할 거 해야 했어요. 하지만 아예 진짜 쓰러질 정도로 피곤해질 때까지 걷다 돌아가고 싶었어요. 이왕 나와서 열심히 걸어다녔는데 더 걷고 싶었어요.

 

"어디 또 갈 곳 없나?"

 

필동로에서 나와서 퇴계로로 왔어요. 퇴계로에서 길을 따라 걷다가 을지로로 갔어요. 을지로를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세운상가를 통해서 종로3가로 갔어요. 여기에서 방향을 잘 정해야 했어요. 만약 동대문 방향으로 간다면 사실상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종로5가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었어요. 반대로 종각 방향으로 걸어간다면 또 한참 걸어다니며 놀겠다는 거였어요.

 

"종5? 종각?"

 

세운상가에서 앞을 보며 잠시 고민했어요. 결정해야 할 때였어요.

 

"더 걷자."

 

더 걷고 싶었어요. 그래서 종로5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종각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종각을 지나 서울시청으로 갔어요. 서울시청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을지 명동으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가 명동으로 가기로 했어요.

 

서울광장에서 소공로로 걸어갔어요. 소공로를 따라 걸어가자 얼마 전 갔던 스타벅스 환구단점이 나왔어요. 스타벅스 환구단점을 지나가자 소공동 지하상가인 소공지하쇼핑센터 입구가 나왔어요.

 

"여기는 뭐 있지?"

 

소공지하쇼핑센터는 들어가본 기억이 없었어요. 소공로는 여러 번 걸어본 길이었지만, 소공로는 항상 서울시청에서 명동으로 가기 위해 걷는 길이었어요. 가는 중에 지하상가를 들어가보려고 하기는 커녕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스타벅스 환구단점조차 안 가봤어요. 스타벅스 환구단점을 처음 들어가본 것도 얼마 채 되지 않았어요. 소공동 지하상가가 있는 것 자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태 안 가본 곳이었어요. 관심도 안 가지고 그냥 지나가기만 했어요.

 

"들어가보자."

 

명동, 남대문시장 가도 지상 위에서 돌아다니는 거라면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여러 차례 돌아다녔던 곳이었어요. 이왕 돌아다니고 있는데 뭔가 특별한 곳을 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소에는 관심 하나도 안 갖고 휙 지나쳤던 소공동 지하상가 입구에 관심이 생겼어요. 소공동 지하상가로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계단을 내려갔어요. 소공동 지하상가로 들어왔어요. 소공동 지하상가를 걷기 시작했어요.

 

"여기는 기념품점 많네?"

 

소공동 지하상가에도 기념품점이 많이 있었어요. 전혀 예상 외였어요. 한국 여행 기념품점이 명동 지하상가와 남대문 시장에 많은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소공동 지하상가에도 기념품점이 많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물론 그 이전에 소공동 지하상가에 가게가 제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는 했지만요. 애초에 소공동 지하상가를 들어가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소공동 지하상가를 구경하며 걸었어요.

 

"여기는 일본어가 많네?"

 

뭔가 시간을 거슬러올라간 기분이었어요. 일본어가 꽤 많이 보였어요. 한국 여행 기념품점에서 일본어가 많이 보이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이었어요.

 

1990년대로 돌아온 거 닮다.

 

1990년대 제주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꽤 많았어요. 길거리 곳곳에 기념품점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기념품점'이 아니라 '토산품점'이라고 했어요. 제주도에서 주요 관광지 및 숙박업체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일본어 접하기 꽤 쉬웠어요. 이런 풍경이 변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어요.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반대로 일본인 관광객은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일본은 지독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고, 중국은 이때부터 국민 소득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며 해외여행 가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여기를 왜 여태 와볼 생각을 안 했지?"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이 있는데 왜 지금까지 와볼 생각을 안 했는지 의아했어요. 관심을 안 가졌으니 당연히 안 간 거기는 하지만요.

 

 

'아리랑'이라는 기념품점이 있었어요. 진열된 인형을 봤어요. 1990년대에 판매되던 한국 여행 기념품 인형이 있었어요. 반가웠어요.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와, 이런 인형 진짜 보기 어려운데!"

 

아리랑 기념품점 안에는 다양한 기념품이 있었어요.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한복 인형이었어요. 최신 한국 여행 기념품 한복 인형도 있었지만, 아주 오래된 것 같은 한국 여행 기념품 한복 인형도 있었어요.

 

 

한국 여행 기념품 한복 인형도 시대에 따라 디자인이 많이 변했어요. 아주 오래된 디자인은 오히려 사실적인 디자인이에요. 사람도 사실적이고 옷도 사실적이에요. 진짜 오래된 것은 석고로 만들어서 채색한 인형이에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목각 인형이 있어요. 목각 인형은 단순화된 디자인이에요.

 

이 다음에 나온 게 플라스틱으로 몸을 만들고 옷을 입힌 한국 여행 기념품 인형이에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한국 여행 기념품 인형은 석고로 만들어서 채색한 인형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에요. 석고로 만든 인형과의 결정적 차이점은 석고로 만든 인형은 옷을 입은 사람을 통째로 만들어서 채색으로 피부와 옷을 구분했고, 플라스틱 인형은 인형 몸통이 있고, 몸통에 옷을 입힌 구조에요.

 

그 이후부터 - 제 기억으로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로 기억해요 - 점점 왜곡이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사실적이지 않고 캐릭터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어요. 이 시기가 한국 디자인 전체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럽던 시기에요. 디자인 뿐만 아니라 IT혁명으로 인해 사회 여러 분양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사회상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매우 많이 이뤄지던 때였어요.

 

이 시기에 기념품 디자인에서는 사실적인 디자인에서 '사이버'를 강조하는 SF적인 디자인과 캐릭터화가 많이 일어났어요. 희대의 망작 캐릭터인 2002년 한일월드컵 마스코트 아트모 Atmo가 이때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관광기념품도 희안하게 생긴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어요. 한편으로는 전통의 재창조 트랜드도 있었는데, 이에 맞춰서 나온 게 패션 테러리스트로 악명 높은 개량한복이구요. 유독 학교 한문, 윤리 선생님들이 이 개량한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2010년대로 들어오면 201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 동남아시아 기념품 강점기였어요. 오죽하면 인사동을 비롯한 한국 전통 문화를 내세우는 관광지에서조차 한국적인 기념품은 하나도 없고 중국, 동남아시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지경이었어요. 그리고 2010년대 중반부터 소규모 공방이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증가하면서 여러 가지 기념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 시기부터는 오늘날 기준으로 '세련된' 기념품들이 많이 나왔어요.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구요.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까지는 원작 파괴 수준이었고 그 결과 진짜 폭삭 망했으며, 2010년대 중반부터는 원작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는 진정한 의미의 개선, 개량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아리랑 가게 안에 있는 여행 기념품을 쭉 살펴봤어요. 위에서 말한 저 일련의 역사가 이 공간 안에 다 있었어요.

 

 

이 중 제 눈길을 끈 인형이 있었어요.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신랑과 신부 목각 인형이었어요. 디자인이 매우 오래 전 디자인이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1990년대까지는 보였지만, 2000년대부터는 사라졌어요.

 

"사장님, 이거 한 쌍 있나요?"

 

처음에는 제일 작은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인형으로 여쭈어봤어요.

 

"그거는 그거 뿐이에요. 그거 신랑은 누가 사갔고, 신부만 남아 있어요."

"그러면 이 신부는 이제 평생 독수공방이에요?"

 

사장님께서는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목각 인형은 한 쌍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부만 남아 있다고 하셨어요.

 

"이걸로 해요."

"예? 이건 큰데요?"

"이건 한 쌍 있을 거에요."

 

사장님께서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신랑과 신부 목각 인형 한 쌍을 맞춰주셨어요. 제가 처음 골랐던 것보다 크기가 컸어요. 손바닥 길이 정도 되는 크기였어요.

 

"저는 저 작은 게 좋은데요...이건 그리고 비싸서요. 하나에 15000원이니까 둘이 같이 사면 3만원 아닌가요?"

"아니에요. 15000원이에요."

 

사장님께서는 한 쌍에 15000원이라고 하셨어요. 한 쌍에 15000원이면 만족스러운 가격이었어요.

 

"계좌이체 되나요?"

"예, 여기 이 번호로 입금해주세요."

 

사장님께 계좌이체로 돈을 지불했어요.

 

 

이것이 아리랑에서 15000원 주고 구입한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신랑과 신부 목각 인형 한 쌍이에요.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신랑과 신부 목각 인형 한 쌍을 구입한 후 사장님 할머니와 잡담을 나누었어요. 관광기념품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주도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관광기념품에 관심이 있어요. 제주도 관광기념품의 변화 이야기는 제 어렸을 적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사라진 물허벅 진 여인 석고상과 물에 뜨는 거북이, 이후에 나왔다가 진짜 처참하게 망했던 망작 돌하루방 캐릭터 인형 같은 거요.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 지내면서 주로 돌아다니며 놀던 곳이 인사동, 동대문, 남대문이라서 서울에서 판매중인 관광기념품은 제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아리랑 가게에서 나왔어요.

 

'이것도 레트로인가?'

 

옛날 디자인의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신랑과 신부 목각 인형 한 쌍을 바라봤어요. 일본어, 옛날 디자인 한복 목각인형. 어렸을 적 제주도 살았을 때 기억을 떠올리게 했어요.

 

소공동 지하상가에 있는 기념품점들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일본어가 잘 보이는 공간이었는지는 몰라요. 소공동 지하상가는 이때 처음 가봤으니까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관광지 가게 가보면 일본어가 많이 적혀 있었어요.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부터 일본어가 조금씩 사라지고 중국어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일본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고, 중국이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 여행 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그리고 중국 개인 소득도 증가하면서 중국인들의 씀씀이도 커졌구요.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인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와서 물건은 안 사고 물건 다 건드려보기만 한다구요. 일본인들은 돈을 펑펑 쓰는데 중국인들은 돈은 안 쓰고 물건 다 헤집고 가기만 한다면서 영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바뀌어서 일본인들은 돈을 안 쓰고 중국인들이 돈을 많이 쓴다고 상인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하고 일본인 관광객은 영 시큰둥해했어요. 관광지 가게들도 일본어가 사라지고 중국어가 범람했구요.

 

이런 상황이 바뀐 건 2022년부터에요. 중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로 꽁꽁 틀어먹고 있는 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매우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다시 관광지 상점에서 일본어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서울은 동대문, 명동, 남대문 등에서 잘 보이지 않던 일본어가 이때부터 다시 많이 늘어나고 잘 보이게 되었어요.

 

그러니 서울 동대문, 남대문 등에서 일본어가 잘 보이는 건 일종의 레트로라고 해도 될 수도 있어요. 거진 20여년간 일본어가 사라져가서 잘 안 보이는 정도까지 되었다가 다시 많이 늘어난 거니까요.

 

서울 여행 와서 명동, 회현, 시청 갈 계획이라면 시청과 명동 사이에 있는 소공로는 지하상가를 통해서 가는 것도 재미있는 길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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