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외국어 학습 교재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이에요.


제가 갖고 있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은 구입한지 상당히 오래된 책이에요. 정확히 2006년 2월에 구입했어요. 이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 이유는 책에 그때 구입하고 받은 영수증이 끼워져 있기 때문이에요. 2006년이면 교보문고가 지금처럼 바뀌기 전 - 그러니까 바닥에 카펫 같은 천이 깔려 있고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보던 때에요. 나중에 모아봐야겠다고 해서 모은 책이 아니라 진짜 터키어에 관심이 있어서 구입했던 책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영수증이 아직도 끼워져 있다는 것은 구입했을 때 이 책을 제대로 안 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그러나 이 책을 구입했을 때, 이 책으로 터키어를 공부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저는 아랍어를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저도 뭘 잘 모를 때였기 때문에 흔히 하는 착각처럼 아랍어나 터키어나 이란어나 다 비슷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터키어를 보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아랍어로 때려맞출 수 있는 언어가 전혀 아니었어요. 사실 셋은 엄청나게 다른 언어에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 이렇게 셋 만큼 많이 달라요. 그나마 중국어와 일본어는 한자를 아직까지도 쓰니까 보면 비슷한 게 그냥 보여요. 그런 관계가 아랍어와 이란어쯤 될 거에요. 하지만 한국어는 더 이상 일상에서 한자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어와 한자 지식이 없다면 맨눈으로 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 한국어와 중국어 중 어느 부분이 비슷한지 전혀 알 수 없어요. 그게 아랍어와 터키어 정도 되요.


사실 아랍어와 터키어는 거리가 어떻게 봐도 멀어요. 문법 자체도 천지 차이로 다르고, 터키어는 아랍어 차용 어휘를 아랍어에서 바로 가져와 받아들인 게 아니라 이란어를 통해서 받아왔어요. 그러다보니 원래 아랍어 발음과는 상당히 발음이 달라졌어요. 게다가 터키어는 아타튀르크 이후 아랍어원 단어를 꾸준히 순수 터키어 어휘로 대체하는 정책을 실행해왔구요. 그러다보니 터키어 단어는 아랍어, 이란어는 물론이고 다른 튀크르 언어인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 우즈베크어 등과도 달라요. 오스만 튀르크어로 가면 비슷해진다고 하기는 하는데 일반인이 오스만 튀르크어를 공부할 리가 없죠. 외대 터키어과에서도 오스만 튀르크어를 학부 과정에서는 안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남들은 쉽다고 하는 터키어를 한동안 엄청나게 헤매었고, 이 문제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우즈베크어 연수를 가서 우즈베크어를 배운 후에야 해결되었어요. 그 후에 터키어를 공부할 때, 정작 이 책으로 공부하지 않았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알기휘운 터키어 입문 교재는 이렇게 생겼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


저자가 '외국어연구보급회'로 되어 있어요.


터키 지도


다른 명지출판사 세계 어학 시리즈와 달리 이 책은 맨 처음에 터키 지도가 나와 있어요.


머리말


머리말을 보면 여지없이 '터키어는 우랄알타이어중 알타이어에 속하며, 중국 서쪽지방에서 발칸반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거주하는 터키족의 언어로서 사용인구가 1억명에 달한다'라고 나와 있어요. 이 말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에요. 먼저 우랄알타이어족 가설은 폐기된지 오래된 가설이에요. 두 번째로 이렇게 중국 서쪽 지방에서 발칸반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터키어가 아니라 튀르크 제어 - 즉 튀르크 어족의 언어들이에요. 터키어 하나 가지고는 투르크메니스탄부터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말이 안 통해요. 이런 주장이 널리 퍼진 근본적인 이유는 범튀르크민족주의 때문이에요. 그래서 유독 공부해보지도 않은 것들이 터키어 하나 알면 우즈벡어고 카작어고 다 할 줄 안다고 큰 소리치죠. 터키어를 공부하면 다른 튀르크 언어를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긴 하나, 도움이 되는 것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에요. 프랑스어를 알면 스페인어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어 안다고 스페인어를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는 완벽히 다른 것이에요. '죽었다'와 '죽겠다'의 차이만큼 커요. 둘 다 '죽음'을 이야기하나, 의미적 차이는 천지차이죠. 전자는 이미 죽은 거고, 후자는 아직 안 죽은 거니까요. 그런데 터키어는 유독 범튀르크민족주의 영향을 받은 '터키어 하나면 모든 튀르크언어가 다 통한다'는 말이 참 많이 퍼져있어요.


소개


소개를 보면 '터키어의 중요한 3포인트'라는 것이 있어요.


그리고 이 소개 맨 마지막에 재미있는 말이 있어요. 'Bugün okuyup, yarın Türkiyeye gidelim! 오늘 배우고, 내일 터키로 갑시다!'라는 문구에요.


목차





목차를 보면 여지없이 문법이 꽉꽉 들어차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른 책들과 달리 터키어에 존재하는 '복합과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분명히 '~하고 있었다', '~할 것이었다' 같은 복합과거는 충분히 다룰 법도 한데 이건 빠져 있어요.


그리고 목차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일본에서 출판된 교재를 번역, 편집한 책이에요. 그래서 문법 용어를 보면 연용형, 연체형 같은 말이 나와요. 요즘 일본어 공부 시작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연용형, 연체형 같은 말은 일본어 문법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이 문법 용어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죠.


터키어 알파벳


터키어 알파벳에 대한 소개가 이어서 나와요.


터키어 모음


터키어 자음


그리고 맨 앞에 나왔던 '터키어 빨리 익히기 위한 3대 포인트'라는 것이 등장해요.


터키어 난관


3대 포인트란 모음조화와 자음조화, 인칭어미, 명사의 인칭화에요.


이후 본문이 시작되요.


본문


본문 옆에는 단어와 해석이 나와요.


터키어 단어


첫 장부터 민수가 이스마일을 만나자마자 도망가버려요.


터키어 문법 설명


그 다음 이렇게 문법 설명이 나와요. 그리고 2과마다 연습문제가 나와요.


2과 지문


2과 지문을 보면 벌써 터키어가 어렵다고 하고 있어요. 분명히 머릿말에는 한국인이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데 어렵대요. 책 몇 장 넘기지도 않아서 이실직고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터키어가 한국인에게는 그나마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 중 하나라는 거에요.


지문 중 깔깔 웃을 내용은 없어요. 그나마 인상적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이 지문이에요.


지문


대놓고 교보문고가 나와요.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책을 구하려면 교보문고에 가야만 했어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 교재에 담긴 문법 내용은 꽤 많아요. 그렇지만 의외로 문법 설명이 꽤 괜찮은 편이에요.


그 이유는 이 책이 일본어 원서를 번역, 편집해서 만든 책이기 때문이에요. 한국어와 일본어, 터키어는 모두 교착어에요. 외국어 학습 교재 중 교착어를 다룬 교재는 일본 것 그대로 베껴온 것이 어설프게 한국인이 영어로 된 교재 베껴 만든 것보다 훨씬 나아요. 교착어와 굴절어는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엄청나게 커요. 차라리 교착어와 고립어, 굴절어와 고립어가 차라리 차이가 적다고 느낄 정도에요. 굴절어 관점에서 교착어를 보면 엄청나게 난해해져요. 쓸 데 없이 격변화가 무수히 많아지고, 동사 변화도 이상하게 많아져요.


예를 들어 한국어를 굴절어 관점에서 보면 조사는 모두 격변화로 처리되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국인 그 누구도 명사 격변화를 시키려 들지 않는데요. 명사에 격에 맞게 조사를 붙일 뿐이죠.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과 '추가로 덧붙이는 것'은 상당히 달라요. 게다가 동사로 가면 더 골치아파져요. 교착어는 어간에 접사를 계속 붙여서 의미를 확장해가요. 이것은 동사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굴절어 관점에서 교착어를 보면 이게 다 동사변화로 묶여버려요. '갑니다'와 '가요', '가'조차 전부 다른 동사 변화가 되어버린다는 거에요. 한국인들은 어간 '가-'에 알맞게 접사를 붙여갈 뿐이지, '가다'라는 형태를 계속 바꾸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굴절어 관점에서 교착어를 설명한 외국 외국어 학습 교재를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한 교재를 보면 분명히 같은 교착어인데 오히려 더 난해하고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교재가 탄생해요. 이 책은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 괜찮은 교재가 되었어요.


더 놀라운 점은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준수하다는 점이에요.


이 책 문법 설명에서 단점이라면 일본식 문법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그러나 일본식 문법 용어에 대해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그것이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아요.


더 나아가 터키어 동형용사에 대해서는 정말로 매우 잘 설명해 놓았어요.


좋은 터키어 교재를 고르는 확실한 방법 한 가지는 바로 동형용사 설명을 보는 것이에요. '~하는', '~한' 같은 동사의 형용사 형태에 대한 설명요. 이 책에서는 일본식 문법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동사 연체형'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터키어 동형용사 설명은 꽤 어려워요. 그래서 어설프게 터키어 배운 사람들이 쓴 책에서는 거의 100% 엉터리로 설명해요. 대학교에서 제대로 터키어를 배운 터키어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쓴 책과 강좌를 보면 동형용사 설명을 아예 틀리게 설명한 경우가 무지 많아요. 그냥 100%라 봐도 무방할 정도에요. 터키어 전공자들도 동형용사 설명은 상당히 어려워해요. 터키어를 제대로 배운 사람과 어학연수 조금 받고 아는 척 하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동형용사 설명과 사용에서 드러나요.


그렇기 때문에 터키어 교재를 고를 때 요령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에요. 가장 먼저 저자 약력을 보고 이 사람이 대학교에서 터키어를 제대로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 확인하고, 그 다음 동형용사 설명을 확인해봐야 해요. 이것만 하면 되요. 나머지는 뭔 지문을 써놨든 딱히 볼 필요 없어요. 동형용사 설명을 엉터리로 써놓았다면 나머지도 엉터리일 확률이 무지 높으니까요.


터키어 동형용사 설명이 왜 어렵냐 하면 이게 한국어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터키어 동형용사는 수식받는 명사와 동형용사로 표현된 동작의 행위자가 일치하는지 일치하지 않는지에 따라 형태가 달라져요. 그러나 한국어는 절대 이러지 않죠. 예를 들어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영희가 올라가는 계단'에서 똑같이 등장하는 '올라가는'이 터키어에서는 달라요.


그나마 제일 무난한 방법은 '인칭을 표현할 수 있냐 없냐'로 구분하는 것이에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에서는 바로 이렇게 설명하고 있구요. 어떻게 보면 국내에 있는 한국어로 된 터키어 교재 중 동형용사 설명에 한해서는 거의 최상위라 해도 될 정도에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 교재는 의외로 숨겨진 명저에요. 비록 음성 파일이 없는 점이 아쉽지만, 가볍게 들고 다니며 공부해보고 싶다면 선택해도 괜찮아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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