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외국어 학습 교재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스페인어 입문이에요.


명지출판사 알기 쉬운 스페인어 입문은 제가 갖고 있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유일하게 제가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은 책이에요. 제 지인 중 스페인어를 공부해보겠다고 이 책을 구입한 지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지인이 자기는 더 이상 이 책이 필요없다고 해서 제가 달라고 해서 받은 책이에요. 그때 스페인어에 딱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시리즈를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달라고 한 것이었어요.


지금도 스페인어는 잘 몰라요. 이 책을 구했을 때는 제가 처음 외국 여행을 나가기 전이었어요. 이 책을 구한 후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었구요. 스페인 여행을 갈 때 이 책을 한 장이라도 보았다면 아마 여행을 보다 편하게 잘 했을 거에요. 그렇지만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나 둘 다 로망스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프랑스어만 알면 어떻게 될 줄 알고 책을 한 장도 펼쳐보지 않았어요.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스페인어라고는 불어의 y 는 대명사이지만 스페인어 y는 '그리고'라는 것 뿐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스페인 갔을 때 스페인어를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고,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 또한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어요. 나중에야 이 책을 쭉 훑어보면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가 비슷하기는 하나 아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못 알아들을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웃는 재미있는 현실이 있어요.


동양 언어를 공부하면 대체로 자신이 공부할 때 갈 곳이라 여기는 나라로 가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베트남어를 공부하면 베트남과 베트남인 관련, 아랍어를 공부하면 아랍 지역과 아랍인 관련, 일본어를 공부하면 일본과 일본인 관련 무언가를 하게 되요. 그나마 조금 벗어나는 경우라고 해봐야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는데 말레이시아, 중국어를 공부했는데 타이완, 말레이시아로 빠지는 경우에요. 타이완도 중국어를 사용하기는 하나, 외래어 표기라든가 한자 번체를 사용한다든가 주음 부호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차이가 있기는 해요. 중국어 교재에서는 대체로 중국을 이야기하지 타이완을 이야기하지는 않구요. 그래도 거의 일치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서양 언어를 공부하면 자신이 공부할 떄 갈 곳이라 여기는 나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나마 독일어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만 사용하니 비슷한 편이에요. 포르투갈어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요. 여기는 아예 '브라질어'라고 교재가 나올 정도고,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포르투갈어를 기준으로 교재를 편찬하는 곳이 많거든요. 하지만 여기도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인 '앙골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러시아어를 공부하면 공부할 때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곳을 상상하고 최소한 블라디보스토크는 가겠지 하나 중앙아시아로 끌려가는 경우가 꽤 많아요. 붉은 광장과 크렘린 볼 줄 알았는데 눈 떠보니 우즈베키스탄 목화밭인 거죠.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프랑스어에요. 공부할 때에는 나폴레옹, 프랑스 대혁명,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 쁘랭땅 백화점 등등 아름다운 환상을 많이 배워요. 그렇지만 당장 프랑스도 실업률이 높고 불법체류자도 많다보니 에어프랑스, 뿌조 같은 곳 가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어요. 그나마 프랑스를 지중해 너머로 볼 수 있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는 그나마 멀리 안 간 편이에요. 아예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살아 숨쉬는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카메룬 같은 과거 프랑스령 아프리카로 가는 경우도 꽤 있어요. 오히려 이런 쪽이 그나마 구직시장에서 T.O가 있는 편이구요. 나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선문을 바라볼 줄 알았는데 눈 떠보니 말라리아 모기가 앵앵거리는 붉은 라테라이트 흙바닥인 거에요.


스페인어도 마찬가지에요. 스페인어 교재를 보면 거의 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러나 현실은 거의 다 라틴 아메리카로 빠져요. 그래도 프랑스어보다는 나은 편이에요. 스페인어를 라틴 아메리카에서 많이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나름대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와의 교류도 적지 않아서요. 프랑스어처럼 아예 예상도 못했던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아프리카보다는 그래도 환상과 실제가 일치하는 편이에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스페인어 입문은 이렇게 생겼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 알기쉬운 스페인어 입문


디자인은 다른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와 거의 똑같아요.


알기쉬운 스페인어 입문 머리말


머리말을 보면 다행히 처음부터 '중남미 19개국'이라는 문구가 있어요. 실제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가 가장 빛을 발했을 때는 IMF에요. 이 당시 우리나라가 무역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지역이 라틴 아메리카였거든요.


머리말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요. 한국인에게 발음하기 쉽고 문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대요. 스페인어를 제대로 공부해본 것은 아니나 스페인어 문법은 영어 문법보다는 한국인에게 확실히 더 어려워요. 발음은 그렇다 쳐도 원어민들이 말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구요. 프랑스어도 말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나, 스페인어 앞에서는 도로 위의 경운기에요.


결정적으로 이 책은 절대 ''매우 쉬운 입문서로서, 스페인어의 진수만을 골라 즐겁고 무리가 없는 학습법으로 단기간에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꾸몄다'는 책이 아니에요.


본서의 구성은 다음과 같아요.




목차는 다음과 같아요.




접속법까지 나왔다면 일단 쉬운 구성, 가볍게 볼 책은 아니에요. 책이 얇으니 그 내용은 지옥일 확률이 높아요.




스페인어 알파벳과 악센트 설명을 넘어가면 본문이 시작되요.


본서 구성 01


시작은 창수가 스페인에 도착한 내용으로 시작해요.


스페인어 단어


각 과마다 본문 옆에는 이렇게 단어와 본문에 대한 해석이 있어요.


문법 설명



그리고 이렇게 문법 설명이 있어요. '외워두자', '주의할 것'이라는 매우 딱딱한 말. 일본책을 베낀 느낌이 확 드는 말투에요.


연습문제


2과마다 연습문제도 있어요.


오타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오타. '끼엔'은 guien, '우니베르시닫'은 Imiversidad 이라고 되어 있어요.


10과까지는 본문에서 스페인어 아래에 한글로 발음이 적혀 있어요. 이 한글 발음은 띄어쓰기가 상당히 이상하게 되어 있어요. 당장 마지막 부근에 나오는 española 만 해도 하나는 '에스빠뇰 라'이고 하나는 '에 스빠뇰라'에요. 단순히 연음 같은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음절에 맞추어서 한글 발음을 적으려다 완전 망해버린 것 같은 모양이에요.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이라면 바로 이 해석이에요.


다혈질 스페인인


남자는 여자와 약속이 있는데 맥주 마시러 갔다 와서 늦었어요. 그리고 이에 여자는 '분해라!' 라고 외치고 있어요. 역시 다혈질이네요. 짜증나는 게 아니라 분하대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알기쉬운 스페인어 입문은 제가 갖고 있는 이 시리즈 중 참 안 좋은 편이었어요. 일단 독학용으로 이 책을 골랐다면 후회할 확률이 무지 높아요. 그나마 다른 로망스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불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을 공부해본 적이 없다면 분명히 이 책을 보고 헤매다 다른 책을 찾거나 공부를 포기하게 될 거에요. 물론 요즘은 알록달록 화려하고 듣기 파일 제공하는 최신 교재가 많아서 이 책을 구입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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