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외국어 학습 교재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이에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 책을 구매한 건 그 당시 순전히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책을 하나 둘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러시아어를 아주 잠깐 공부한 적이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그 당시 이 책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어요. 다른 교재로 공부했었어요. 이 책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온 후,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이 없었기 때문에 수집용으로 구입한 책이에요.


지금은 러시아어를 거의 다 잊어버렸어요.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에는 그래도 나름대로 조금씩 공부했었어요. 그렇지만 우즈베키스탄 가서 러시아어가 진짜 엄청나게 싫어졌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아는 러시아인은 단 하나도 못 보았고, '우즈베크어 왜 공부해? 당연히 러시아어를 해야지'라는 러시아인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거든요. 게다가 제 관심사는 우즈베크어로 된 자료도 상당히 많아서 러시아어에 얽매여야 할 이유도 없었어요. 구글 번역기 번역 수준도 상당히 좋아져서 러시아어는 번역기 돌리면 되요. 네이버 러시아어 사전도 그럭저럭 쓸 만하구요. 물론 번역기가 아직 만족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보니 기본적인 문법 같은 것을 조금 알기는 해야 해요.


러시아어의 장점이라면 방언차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에요. 러시아어 방언차가 별로 크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소련의 러시아어 보급 및 교육 때문이에요. 소련 시절 러시아어 보급 및 교육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많이 되었기 때문에 소련 시절 만들어진 러시아어 교재를 아직까지 사용함에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에요. 실제로 요즘 나오는 교재보다 소련 시절에 나온 교재에서 몇 개 단어와 지문만 바꾸는 게 훨씬 낫다는 사람들도 있구요.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어를 배울 때에도 들었고, 우즈베키스탄 있었을 때 현지인들로부터도 들은 말이에요. 사실 어학 교재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지면 어지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아요. 무슨 '언어 대개정'이 나오지 않으면요. 시대 변화에 맞게 지문 내용이 약간씩 수정될 뿐이죠. 예를 들어 한국어의 경우,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그리고 교통비 인상이 현실적으로 반영되고 하는 정도요. 그런데 러시아어는 소련 시절 국가 차원에서 교재를 워낙 잘 만들었기 때문에 지문 내용 중 소련 특유의 내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외에는 별로 손을 안 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트렌드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다 내용 설명이 가볍고 지문도 보다 일상생활에 가까워지게 만드는 정도의 변화는 있겠지만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 교재는 이렇게 생겼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


디자인은 연두색 바탕에 파란색 세계지도에요. 다른 시리즈와 똑같아요.


머리말


머리말을 보면 '흔히들 러시아어라고 하면 우선 발음과 문자에서 느끼게 되는 이질감 때문에 배우기 힘든 언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나,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언어는 아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 근거가 재미있어요.


우선 발음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리스 고문서의 대문자에서 유래된 러시아 문자는 일자일음주의 원칙에 따르므로, 일단 자모들만 익히고 나면 의외로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언어이다.


한국인에게는 그리스 고문서의 대문자 자체가 까마득히 먼 곳에 존재하는 문자죠. 수학 기호 중 그리스어 문자 몇 개 쓰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어 알파벳 자체가 한국인들에게는 심히 멀고도 먼 존재에요. 일자일음주의 원칙에 따르기는 하지만, 모음이 강세가 있냐 없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문제가 또 있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발음과 문자보다는 격변화 외울 때에요.


본서의 구성은 다음과 같아요.




책 처음부터 많은 러시아어 학습 입문자들이 격변화 때문에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5번 해설을 보면 책 뒤에 수록된 변화표를 활용하라고 나와 있고, 그러한 변화표를 이용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당당히 적혀 있거든요.


목차는 다음과 같아요.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 목차




목차를 보면 동사 완료체, 불완료체, 현재, 과거, 미래에 관계대명사까지 나와요. 책은 얇은데 들어가 있는 문법은 상당히 많아요. 이 정도 내용이면 2권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책도 얇은데 문법을 아주 꽉꽉 채워놨어요.


러시아어 문자


그리고 알파벳 표도 없이 그냥 바로 문자와 발음이 나와요. 아베베게데 같은 러시아어 키릴 문자 순서는 아예 없어요.


문자 설명


문자 설명은 딱딱하기는 하나 크게 이상하거나 한 것은 없어요.


러시아어 읽기


그 후, 러시아어 읽는 방법이 나와요. 모음에서 강세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른 발음 변화라든가 자음동화, 경자음과 연자음 같은 거요.


이후 바로 본문이 시작되요. 이 책에서 의문인 것 중 하나가 왜 알파벳 순서도 없고 필기체도 안 나와 있냐는 것이에요. 러시아어는 활자체와 필기체가 따로 있어요. 글자 모양이 별로 안 바뀌는 것도 있지만 아예 달라지는 것도 몇 개 있어요. 예를 들어 д 는 필기체에서 g 로 모양이 바뀌어요. 필기체 쓸 때 주의해야 하는 점도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배울 때에는 활자체를 익힌 후 필기체를 꼭 익혀야 해요. 그런데 이 기초적인 내용이 이 책에는 아예 없어요.


글자 익히기가 끝나면 본문이 나와요.


본문


시작은 이렇게 신원 조사로 시작되요.


단어


본문 바로 옆에는 단어와 해석이 있어요. 그리고 발음시 주의점도 간간이 등장해요.


문법 해설


문법 해설이 뒤에 나오고, 2과마다 연습문제도 있어요.


이 책은 무려 7과까지 인사가 나오지 않아요. 계속 이 사람 누구냐, 어디 있냐, 무슨 일 하냐 하며 신원조사를 철저히 해요. 인사는 이렇게 신원 조사를 철저히 해서 안전한 인간이라는 것이 판단된 8과에 가서야 나와요. 1과에 '이 사람은 누구냐, 이것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는 외국어 교재는 적지 않아요. 일례로 프랑스어 교재를 보면, 맨 처음에 인사 대신 'Qu'est-ce que ce? - C'est un livre. 이것은 무엇입니까 - 이것은 책입니다' 가 나오는 교재가 꽤 되요. 요즘은 인사부터 나오지만 조금 오래된 교재를 보면 이런 경우가 상당히 흔해요. 그래도, 아무리 늦어도 2과 내지 3과에는 인사가 나오기 마련이에요. 사람 만났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너는 누구냐, 직업이 뭐냐 이런 것부터 다 물어보고 안전한 인간이라고 파악된 후에야 '안녕하세요' 하지는 않잖아요. 역시 러시아는 뭔가 달라요.


문법 설명은 의외로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기대보다 좋아요. 특히 러시아어 특징 중 하나인 동사의 상에 대해 '상'이라고 하지 않고 '상태'라고 한 점은 점수를 많이 주고 싶어요. '상태'라고 보면 그래도 감을 대충 잡을 수 있지만, '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헤매거든요. 책 문법에 형용사 격변화에 대해 나와 있지는 않지만 뒤에 형용사 격변화표가 실려 있어요. 그렇지만 문제는 러시아어 문법은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이질적이라 보통 많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걸 작은 책에 꽉꽉 우겨넣으니 보기 매우 힘들어요. '이것은 이런 문법이다'라고 딱 써놓고 끝나다시피 하거든요.


지문을 보면 소련 냄새가 나는 부분들이 있어요.


레닌그라드


이렇게 대놓고 '레닌그라드'라고 나온 지문도 있어요. 레닌그라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소련 시절 이름이에요.


코스모스 카메라


코스모스 카메라...우즈베키스탄 있을 때 중고로 판매하는 걸 본 적 있기는 해요. 15루블이니까 2019년 1월 11일 러시아 1루블이 16.64원이니 카메라 한 대가 249.6원이네요. 카메라 싸고 좋네요.


공장 노동자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들 언어 교재를 보면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 공장이 진짜 잘 나와요. 그 나라가 공업이 발달한 나라가 아닌 거 뻔히 알아도 무조건 공장이 나오고 공장 노동자가 나와요. 공산주의 이론 때문에 공업을 무지 강조해서 그럴 거에요. 소련부터 시작해서 하여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어학 교재에 공장이 참 잘 나와요. 책만 보면 전국민 대부분이 공장 노동자인 줄 알게 생겼어요.


이 책이 왜 의외로 다른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보다 나은 편이냐 하면, 그 이유를 위에 적어놓았어요. 러시아어 교재는 '구관이 명관'이거든요. 괜히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던 소련이 아니에요. 즉, 원체 뼈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뼈대를 크게 건드리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질은 뽑아낼 수 있어요. 현대인의 취향, 감성 같은 부분에 안 맞을 수는 있으나, 오직 '학습 교재'라는 점에만 집중해서 보면 소련 것 갖다 적당히 살짝 손대서 내놓는 것이 무난하고 괜찮은 선택지에요. 대신 소련 특유의 그 딱딱함을 느낄 수 있겠죠. 이 책이 딱 그래요. '너의 감정과 느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너는 그냥 이걸 외우고 이걸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느낌이에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러시아어 입문은 시중에 판매중인 다른 러시아어 교재들을 초압축해놓은 모습이라 봐도 되요. 서점에서 러시아어가 어떤 언어인지 한 번 보고 싶다면 책장에서 꺼내 쭈루룩 넘겨보며 느껴보는 용으로 괜찮아요. '러시아어에 호기심이 생긴 당신 앞에 닥칠 일을 축약해 놓은 책'이라 해도 괜찮을 거에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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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 재밌게 읽고 가요

    2019.01.12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책 요즘에도 팔아요?

    2019.01.13 1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