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냉장고 자석은 키르기스스탄 전통 천막 마그네틱이에요.


저는 키르기스스탄에 직접 가본 적은 없어요. 예전 한창 외국 국어 교과서를 구할 때,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던 분께서 키르기스스탄에 계셨었어요. 그분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키르기즈어 과목 교과서를 구한 적이 있어요. 이것이 제가 키르기스스탄 및 키르기즈어에 관심을 갖게 된 시작이에요. 다행히 키르기즈어 교재는 우리나라에 있었어요. 비록 혼자 보기에는 참 어렵고 책 구성 자체도 일부러 혼자 공부하기 어렵게 만들려고 두 권으로 나눈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 책 두 권을 찾아가며 보며 홀로 독학했어요. 키르기즈어는 우즈베키스탄의 국어인 우즈베크어와 비슷한 점이 꽤 있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책이 엉망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인내심만 갖고 있으면 볼 만 했어요. 단, 카자흐어나 우즈베크어를 공부해본 적이 없다면 상당히 고생하게 만드는 책임에는 분명해요.


그렇게 혼자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즈어 국어 교과서를 읽어나가며 키르기즈어를 공부하던 때였어요. 키르기즈어 공부는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키르기즈어를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든 것은 바로 키르기즈어 발음이었어요. 키르기즈어에서는 우즈베크어에서 음가를 갖고 있는 v, g' 등이 음가가 없어지면서 장음으로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우즈베크어에서 닭은 tovuq '토북' 인데, 키르기즈어에서는 took '토옥'이에요.


그러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 축제에 갔어요. 이때가 2015년이었어요. 부스를 쭉 둘러보며 중앙아시아 국가 부스를 찾아보았어요. 중앙아시아 5개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중 이때 참여해 부스를 운영했던 나라는 오직 키르기스스탄 뿐이었어요. 키르기스스탄 부스로 갔어요. 일단 유일한 중앙아시아 부스라 반가웠어요. 게다가 키르기즈어를 공부하고 있어서 키르기즈스탄이 궁금했구요. 더욱이 키르기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을 때 여행을 가려다 못 간 나라였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던 2012년, 한국인에게 키르기스스탄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었어요. 그러나 이게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에 제대로 전해졌는지도 의문이었고, 어찌하다보니 계절이 가을이 되어 버렸어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선선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키르기스스탄은 이미 겨울이나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그렇게 너무 늦어버려서 가지 못한 나라였어요.


이때 바로 이 키르기스스탄 전통 천막 냉장고 자석을 발견했어요. 이건 꼭 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러나 모퉁이가 조금 닳아 있었어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르기즈어로 말했어요.


"다른 것 있나요?"


저도 놀랐어요. 제 말을 들은 키르기즈인 여자 유학생도 깜짝 놀랐어요. 키르기즈인 여자 유학생은 키르기즈어를 하는 한국인을 봐서 깜짝 놀랐고, 저는 처음 말해보는 키르기즈어인데 그게 되어서 놀랐어요. 깔끔한 것으로 받아든 후 계산하고 키르기즈어로 짧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제가 키르기즈어로 말할 수 있고, 들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사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즈베크어와 키르기즈어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우즈베크어의 y는 키르기즈어에서 j가 되요. 그래서 '좋다'는 우즈베크어로 yaxshi '약쉬', 키르기즈어로는 жакшы '쟉쉬'에요. 직접 키르기즈어를 들어보니 매우 신기했어요.


그때 구입한 것이 바로 이 키르기스스탄 전통 천막 냉장고 자석이에요.


키르기스스탄 전통 천막 냉장고 자석


키르기즈어로 이 전통 천막을 '보즈 위이' Боз үй 라고 해요. 직역하면 '하얀 집'이에요. 우리말로는 보통 '유목민 천막' 또는 '유르트'라고 번역하곤 해요. 몽골 전통 이동식 천막 주택인 '게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마그네틱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키르기즈스탄 마그네틱


가운데에 조그맣게 자석이 붙어 있어요. 마그네틱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냉장고에 붙여도 잘 붙어 있어요.


키르기즈 민속


키르기스스탄 전통 천막 가옥인 보즈 위이는 내부가 세 공간으로 구분되요.


먼저 입구에서 오른쪽을 Эпчи жак '엡치 작'이라고 해요. 여기는 먹을 것, 식기 등을 보관하는 자리에요.


입구의 왼쪽은 Эр жагы '에르 자그'라고 해요. 여기는 남성 의류 및 각종 도구와 연장 등등을 놓는 자리에요.


입구쪽은 Улага  '울라가'라고 해요. 여기는 보통 장작 더미를 모아놓고 그 위에 안장을 얹어놓는다고 해요. 이렇게 해놓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라고 해요.


아래 사진은 키르기즈 전통 가옥 보즈 위이 구조에요.


키르기즈 천막


출처 : http://kitepkana.kg/


나무를 격자로 엮어 만든 벽은 кереге '케레게', 지붕살은 уук '우욱', 천장 한가운데 있는 동그란 천장 꼭대기 장식은 түндүк '튄뒥'이라고해요.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천장 꼭대기 장식인 '튄뒥'이에요. 이것은 민족마다 모양이 다르다고 해요.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국기 한가운데에 있는 동그라미 안에 밀짚을 묶어놓은 것 같은 문양이 바로 튄뒥이에요.


키르기스스탄 국어 교과서를 읽을 때 가장 고생한 부분이 바로 이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즈인 전통 가옥 보즈 위이에 대한 지문이었어요. 가옥 구조에 대한 명칭이 나오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이게 가옥 구조인 줄도 몰랐어요. 키르기즈어 사전은 러시아어로 된 사전을 봐야 해요. 그런데 러시아어는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번역기 돌리고 러시아어-한국어 사전 찾아보며 봐야 했어요. 솔직히 한국어로 설명해놔도 모를 내용을 번역기 돌리고 러시아어-한국어 사전 찾아보며 보니 이해가 될 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키르기스스탄 전통 가옥 - 특히 튄뒥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이거 관련 지문 읽을 때 진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요.


참고로 카자흐스탄에도 키르기즈인의 보즈 위이와 비슷한 전통 천막 가옥이 있어요. 카자흐어로는 Киіз үй '키즈 위이'라고 해요. 카자흐어로 나무를 격자로 엮어 만든 벽은 кереге '케레게', 지붕살은 уық '욱'이라고 해요. 여기까지는 키르기즈어와 비슷해요. 하지만 튄뒥은 카자흐어로 шаңырақ '샹으락'이에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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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9.01.09 16:12 [ ADDR : EDIT/ DEL : REPLY ]
  2. 귀엽네요 이거 ㅋㅋㅋ 인테리어 소품으로 넘 좋겠어요 ㅎㅎㅎ

    2019.01.09 17: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흔히 쓰지 않는 외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셔서 의사소통까지 하시다니
    정말 대단한 집념이시네요. 본받고 싶어집니다.^^

    2019.01.09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