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 초. 가상화폐 붐이 일었어요. 그때 제 방에는 친구가 놀러와 있었어요. 친구와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가상화폐였어요. 친구와 며칠동안 하루 종일 같이 놀다보니 온갖 우주 삼라만상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데, 그 당시 엄청난 이슈 중 하나가 가상화폐였거든요. 둘 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건 대체 뭔가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같이 놀다가 친구가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며칠 뒤 돌아온 친구. 친구와 또 이런 저런 잡담을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친구의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그 메시지 내용은 모 거래소에서 가입 이벤트로 에어드랍을 거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 에어드랍 받아서 바로 현금화하면 몇만 원 만질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야, 그게 말이 돼?"
둘 다 긴가민가 했어요. 그런데 친구의 친구는 이쪽에서 헛소리를 할 친구가 아니었어요. 가상화폐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친구랬거든요. 그래서 머리를 굴렸어요. 먼저 친구가 해보고, 되면 제가 따라서 하기로요. 집으로 돌아왔어요. 친구가 먼저 해보았어요. 되었어요. 친구에게 몇 만원이 생겼어요. 친구가 한 것을 그대로 따라서 저도 했어요. 저도 몇 만원이 생겼어요.
"야, 이거 뭐냐?"
둘이 낄낄 웃었어요.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어 했어요. 어쨌든 수중에 몇 만 원 들어왔어요. 저는 덕분에 가스난방비를 벌었어요. 제 방은 손님이 올 준비가 아예 안 되어 있어요. 겨울에 다른 사람을 하룻밤 제 방에서 자게 할 때 줄 이불이 없어요. 그래서 겨울에 친구들이 제 방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하면 무조건 보일러를 팍팍 돌려요. 방바닥이 뜨거워서 못 자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돌려요. 그래야 얇은 이불 덮고 자도 문제가 없거든요. 그 가스비를 벌었어요. 친구도 서울 와서 쓴 돈의 일부를 회복했어요. 둘이 덩실덩실.
"야, 에어드랍 준다는 것만 찾아먹어도 나쁘지 않겠는데?"
공짜라면 양잿물로 사발로 마시는 것이 우리 한국인 아니겠습니까.
에어드랍 준다는 것을 찾아보았어요. 제 돈 들어가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손해볼 건 애초에 없었어요. 짤짤이로 에어드랍을 해주는 경우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에어드랍 준다는 것을 이것저것 받아먹던 중, 재미있는 곳을 하나 찾았어요. Swiftdemand 라는 사이트였어요. 로그인하면 매일 100 swifts를 준다는 사이트였어요. 모든 사람의 basic income 을 추구한대요. 이상은 참 좋았어요. 그러나 이것을 과연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어요. 그래도 공짜. 저는 한국인.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사발로 들이마셔야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지요.
그러던 중, 프랑스에서 swift로 엽서를 판매한다는 글을 보았어요.
"진짜 올까?"
한 번 구입해보았어요. 제 생일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했어요.
외국에서 엽서가 오기까지는 빨라야 2주. 경험상 2주는 소요되요. 외국 여행 나갈 때마다 지인들에게 엽서 한 통을 부쳐주곤 했어요. 그래서 이게 빨라야 2주일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보다 일찍 도착한다면 횡재한 거고, 보통은 2주 정도 잡고, 재수없는 경우에 포함되어버려서 길어지면 3달을 잡아야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오늘. 우편함을 뒤져보았어요.
"진짜 왔네?"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앞으로 온 엽서를 받았어요. 지금까지 엽서는 보내기만 많이 보냈지,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한 번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프랑스에서 엽서가 왔어요.
엽서는 이렇게 생겼어요.
belle Alsace
아름다운 알자스.
'알자스'라면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되는 그곳!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던 소설이에요. 그래서 매우 잘 알려진 소설 중 하나이지요.
저는 프랑스는 오직 파리만 가보았어요. 프랑스에 가보는 것이 정말 큰 꿈이었던 적이 있어요. 불어를 공부하며 이 불어를 한 번이라도 프랑스에서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거든요. 하지만 정작 여행중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엄청난 프랑스 물가에 기겁하고 바로 발칸유럽으로 다시 도망갔었어요.
여행기 7박 35일 - 47 프랑스 파리 http://zomzom.tistory.com/165
여행기 7박 35일 - 48 프랑스 파리 http://zomzom.tistory.com/166
엽서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엽서를 보낼 때 제 이름을 제 닉네임인 'Zomzom'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이름이 'zomzom'이에요.
예쁜 프랑스 우표.
우표 한쪽에는 maroquinier 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가죽 제품 제조공'이라는 뜻이에요. 하단에는 métiers d'art 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예술 작업' 이라는 의미.
가상화폐로 구입한 프랑스 엽서를 받으니 정말 크게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물론 만약 swift 가치가 엄청나게 뛴다면 2010년 5월 18일에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한 판 사먹은 사람처럼 되는 것이겠지만, 괜찮아요. 가상화폐를 이용해 무언가를 구입했다는 것, 그리고 제 인생 최초로 엽서를 받아보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것도 프랑스로부터요.
Swiftdemand 사이트 : https://www.swiftdemand.com/?referred_by=asdfkorea (매일 100swift 무료 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