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

좀좀이 2018. 3. 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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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갔어요. 이번에는 단지 라면과 피자만 구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샴푸가 다 떨어져가고 있었거든요. 샴푸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 머리 짧은 남자가 머리를 안 감고 밖에 나간다는 건 대놓고 게으르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샴푸를 꼭 사와야 했어요. 물론 무슨 샴푸가 좋은지 같은 건 제가 알 리가 없었구요.


마트에 가자마자 먼저 샴푸를 찾았어요. 샴푸는 부피를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들 사기 이전에 이것부터 해결해 얼마나 더 들고 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이 좋았어요. 샴푸가 여러 종류 있었어요. 뭔가 많이 설명하기는 하는데 하나도 알 수 없는 말이었어요. 그런 데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으니까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요. 그냥 제일 싼 거 구입할 생각이었어요.


제일 저렴한 것을 찾아서 골라들고 마트 안을 돌아다니다 세일하는 샴푸가 보였어요.


'이거 사도 되나?'


제가 찾은 제일 저렴한 샴푸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어요. 세일 행사중이었거든요. 게다가 무려 1000ml 였어요. 저 혼자 쓰기 때문에 이 정도면 꽤 오랫동안 샴푸를 살 일이 아예 없을 거 같았어요. 탐이 났어요. 가격이 더 쌌으니까요. 그러나 섣불리 집어들 수 없었어요.


퍼퓸 샴푸


샴푸면 샴푸지, 퍼퓸 샴푸는 뭐야?


세상은 발달해가고, 어려운 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이거 일반 샴푸 아니고 막 이상한 거 아냐?'


모발 케어니 두피 케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아득해져.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를 때 막 뭐 발라드릴까요 이러며 물어볼 때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어. 염색은 해본 적도 해준 적도 없는 나. 내가 모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중학교때 애들이 과산화수소로 머리 탈색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뿐. 두피 관련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비누로 머리 감으면 비듬이 생긴다는 것 뿐.


이것으로 머리를 감아도 되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문제였어요. 샴푸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었어요. 샴푸로 샤워도 할 수 있고, 화장실 청소도 할 수 있고, 빨래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만약 샴푸, 비누, 린스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골라야 하는 것은 무조건 샴푸. 이걸 어떻게 아냐구요? 제가 해봤으니까 알죠.


일단 이게 퍼퓸 샴푸라지만 제가 아는 그 샴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1000ml 가 아니라 2000ml 라도 상관 없었어요. 어쨌든 다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일반 샴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진짜 큰 낭패였어요. 가뜩이나 울샴푸 싸다고 큰 걸로 샀다가 감당 안 되어서 화장실 청소할 때 쓰고 있거든요.


여자친구에게 카톡을 날렸어요.


"퍼퓸샴푸가 뭐야?"

"퍼퓸샴푸?"

"샴푸 사러 마트 왔거든. 이거 싼데 퍼퓸 샴푸래. 이걸로 머리 감아도 돼?"

"응. 그거 샴푸야."

"퍼퓸 샴푸가 정확히 뭐야?"

"그게 향이 조금 더 강할걸?"


그리고 조금 있다 날아온 여자친구의 한 마디.


"네가 퍼퓸 샴푸도 써?"


저의 대답은 아주 명쾌했어요.


"싸니까 집어왔어."


이렇게 해서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를 구입했어요.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


통은 연보라색에 탐스럽고 커다란 꽃들이 그려져 있어요. 뭔가 고급스러운 거 같으면서도 딱 공중목욕탕에 굴러다니면 잘 어울릴 거 같기도 한 심히 묘한 디자인.


케라시스


통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애경 케라시스 샴푸


달빛 아래 활짝 핀 꽃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향

고혹한 밤, 달빛 아래 꽃잎의 우아하고 달콤한 향기처럼 부드럽고 풍성한 플로랄 향이 당신을 더욱 향기롭게 해줍니다.


말은 참 멋있어요.


향은 top 이 프리지아, 리찌, middle 이 매그놀리아, 피오니, 로즈, bottom 이 앰버, 시더우드래요. 제가 아는 거라고는 프리지아와 로즈 뿐. 리찌는 그 먹는 '리치'를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 아래를 보면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자란 바질의 풍부한 비타민과 달콤한 매그놀리아 향을 담아 당신의 모발을 탄력있고 건강하게 해줍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사실 제 머리는 지금껏 염색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염색을 자주 해서 머릿결이 개털이면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데에 신경 자체를 안 쓰구요.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 성분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 성분은 다음과 같아요.


정제수,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디메치콘, 바실꽃/잎추출물, 글리세린,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구아하이드록시프로필트리모늄클로라이드, 소듐라우로일사코시네이트, 코카마이드엠이에이, 세틸알코올, 트리하이드록시스테아린, 합성플루오르플로고파이트, 티타늄디옥사이드, 소듐벤조에이트, 시트릭애씨드, 암모늄클로라이드, 향료


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샴푸이고 애경 제품이에요.


샴푸는 은빛과 흰색 중간의 빛나는 색이었어요. 펄이 들어가 번쩍이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유광의 하얀 금속 액체 보는 것 같았어요.


이거 내가 좋아하는 향! 베이비파우더 향!


향이 강할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어요. 머리 감는 동안에는 오히려 다른 일반 샴푸보다 조금 약하고 향이 참 은은하다고 느꼈어요.


프리지아 향이라 해서 꽤 강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조금 흔한 향수 냄새. 그리고 그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순한 베이비파우더 냄새였어요. 뭔가 잠 잘 오게 만들 것 같은 향이었어요.


봄날에 참 잘 어울리는 향이었어요. 가뜩이나 봄볕 때문에 노곤한데 식곤증 찾아왔을 때 이 향을 맡으면 정신없이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러운 냄새였어요.


그때 두 통 사올걸...


애경 케라시스 러브 인 화이트 퍼퓸 샴푸는 향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 외에는 제가 알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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