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몰타 방랑기 (2009)

몰타 초급자 코스 - 02 임디나

좀좀이 2012. 4. 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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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에 와서 반드시 가 보아야하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든 일단 기본적으로 수도인 '발레타'와 더불어 이곳 - mdina를 가라고 권해요. 나머지 곳들은 이 두 곳을 간 후 가는 곳이지, 이 두 곳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갔다 오는 것은 그 누구도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즉, 이집트에 가서 피라미드를 꼭 보아야 하는 것처럼 몰타에 오면 꼭 임디나를 가야 하는 것이죠. 솔직히 이렇게 '꼭' 이라고 하지 않아도 여기를 갈 수밖에 없어요. 몰타섬은 절대 크지 않고, 정말 오랫동안 머무르며 크게 보고 느낄 게 없기 때문이죠.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다른 유럽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어요. 유럽도 아니고 중동도 아닌 무언가 매우 묘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섬이에요.


그러나 이곳은 발레타와 더불어 몰타에서 가장 그럴듯한 관광지에요. '그럴듯하다'는 말은 다른 나라의 다른 관광지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여기도 그만큼의 만족은 주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외의 다른 곳은 관광객의 기대를 만족시켜 주기엔 무언가 부족해요.


사실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곳이에요. 옛날 몰타의 '수도'였거든요. 그래서 확실히 볼 것도 있고 몰타의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나름 관광지로 신경을 써서 가꾸고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른함이 느껴지는 발레타보다 훨씬 아름답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곳 이름을 어떻게 읽느냐는 것이죠. mdina라고 쓰는데 사람들마다 읽는 법이 제각각이랍니다. 보통 '임디나', '엠디나', '므디나'라고 읽는데 임디나와 엠디나라고 말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그리고 임디나와 라바트가 붙어 있다보니 사람들이 두 곳을 합쳐서 '임디나'라고 부르기도 하고 '라바트'라고 부르기도 해요. 워낙 작은 동네이다보니 두 동네를 합쳐서 다녀도 남대문과 명동처럼 뭔가 확실히 다른 두 동네라는 느낌이 없어요.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동네 다 보게 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이 곳에 가고 싶을 때는 임디나와 라바트 중 자기 편한 이름으로 말해도 몰타 사람들이 잘 알아들어요.


일단 본격적인 임디나 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 번에 빠트린 몰타에서 버스타는 방법을 좀 더 소개해 드릴게요.


몰타에서는 버스를 탈 때 기사에게 요금을 돈으로 냅니다. 그러면 버스 기사가 요금을 거슬러주고 승차권을 끊어줘요. 종종 아주 작은 단위는 기사가 꿀꺽해 버립니다. 제일 좋은 것은 딱 액수를 맞추어 돈을 내는 것이랍니다. 참고로 발레타 버스 터미널 바닥에 아주 작은 액수의 동전이 떨어져 있는 것을 간간이 볼 수 있어요. 가끔 검표 검사하러 직원이 버스에 탑승해 승차권을 검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버스표를 잃어버렸다고 당황해할 필요가 없어요. 직원이 승차권을 검사하는 이유는 무임승차를 잡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스 기사가 버스 요금을 '삥땅' 치는지 검사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래서 버스 기사가 승차권을 승객에게 제대로 잘 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서 승객들이 버스표를 가지고 있나 확인하는 것이죠. 버스표를 잃어버렸다면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되요.


몰타 버스 내부를 보면 위쪽에 끈이 길게 달려 있어요. 이것은 벨을 울리기 위한 끈이랍니다. 저 줄을 잡아당기면 '땡' 하고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나면 버스 기사가 다음 정거장에 버스를 세워줍니다. 승객도 없고 벨 소리도 없었으면 그냥 정거장을 지나치기 때문에 내릴 때 줄을 잡아당겨 종을 울려야 합니다. 반대로 버스 천장에 매달린 줄이 뭔가 하고 심심해서 잡아당기면 버스 기사가 매우 안 좋아하죠.


버스를 타고 임디나-라바트를 가는 길에 모스타 (Mosta)라는 곳을 지나가요. 모스타에는 '모스타 돔'이라는 몰타에서 유명한 건축물이 있는데 모스타가 이 건축물 외에는 그다지 볼 게 많지 않은 동네이므로 지나가는 길에 그냥 버스 안에서 휙 보고 가도 되고, 내려서 들어가 보아도 되요. 모스타 돔을 앞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은 없지만 뒤에 나오는 사진에서 모스타 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임디나는 몰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에요. 그래서 슬리에마 같은 곳에서도 임디나가 보여요. 이 말은 반대로 임디나에서는 몰타의 다른 곳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말이죠.


이것은 임디나에서 파처빌 쪽을 내려다본 풍경이에요. 몰타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요. 법적으로 몇 층 이상 짓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 법을 직접 찾아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일단 '가설' 중 하나로 할게요. 어쨌든, 파처빌에 아주 높은 건물이 딱 하나 있어요. 예전에 방송국이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이 워낙 높아서 임디나에서 다른 곳을 내려보면 바로 찾을 수 있어요.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둥글고 큰 건물이 바로 모스타 돔이에요. 그리고 사진에서도 잘 보이는 어마어마한 몰타의 건물 밀도! 정말 몰타에는 건물이 있는 곳에 엄청 몰려 있고 없는 곳에는 아예 없다시피 해요.


이렇게 임디나 입구를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임디나가 시작된답니다.


임디나는 사실 거리를 걷는 게 가장 좋답니다. 특별히 어디 들어가고 그럴 것은...개인적으로 크게 권유는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임디나도 그렇고 발레타도 그렇고 박물관들이 있기는 있는데 그다지 볼 게 없거든요. 몰타 역사에서 꼽는 가장 큰 전쟁은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몰타를 점령하기 위해 침략했던 Great siege와 2차 세계대전이 있어요. 이 두 전쟁과 관련된 것은 몰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외에는 그다지 큰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요. 섬 분위기가 조용한 만큼 역사도 꽤나 조용해요. 그래서 박물관에 가도 크게 볼 게 없답니다. 박물관에 있는 것 중 그나마 볼 만 한거라면 카펫 정도 있어요. 나머지는 일반적인 유럽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을 가지고 볼 게 없어요. 더욱이 만약 유럽에서 박물관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요.


아랍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 하지만 몰타인들에게 아랍의 느낌이 난다고 하면 안 좋아해요. 역사적으로도 어떻게 보면 유럽의 대 이슬람 전선 최전방에 속했고, 유럽의 밀입국 주요 루트 중 하나거든요. 몰타에 아랍 및 아프리카 밀입국자 수용소가 있을 정도에요.


임디나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다보면 몰타섬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또는 바로 이 성당으로 가게 되요.


만약 발레타에서 세인트 존 대성당을 본 후라면...사실 세인트 존 대성당이 너무 화려한 거에요. 그리고 이 성당 옆에 박물관이 있답니다. 절대!!!!!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몰타는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기대하지 않은 만큼 만족을 느끼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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