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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 프랑스 엔틱 카페 - 라헨느 La Reine

좀좀이 2017. 2. 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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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헬로인디북스 쪽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입간판을 하나 발견했어요.


연남동 앤틱 카페


프랑스 오리지널 앤티크 카페!


카페 이름은 라헨느 La Reine 였어요. reine 는 프랑스어로 '왕비, 여왕'이라는 뜻이에요. 단순히 프랑스 오리지널 엔틱 카페라면 안 들어갔을 거에요. 저 사진에는 안 나와있지만, 저 입간판 뒤에 써 있는 문구 때문에 들어갔어요. 그것은 바로 '중세'였어요.


나 서양 중세 좋아했어!


지금은 아니지만, 대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서양 중세를 참 좋아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 중 가장 좋아하던 부분이 바로 서양 중세였고, 교보문고 가서 가장 먼저 구입한 책이 바로 서양 중세 관련된 책이었어요. 귀족 이야기도 재미있고 농노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책을 보다보면 뭔가 빠지게 되는 매력이 있는 시대였어요. 그리고 그 덕분에 유럽 여행 중 성당을 보며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었구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문이 바닥에 걸렸어요. 밖에서 잡아당겨야 하는 문이고, 안으로 밀면 바닥에 턱 걸리더라구요. 그런데 저만 안으로 밀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카페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문을 안쪽으로 밀며 들어와 문이 바닥에 한 번씩 턱 걸렸어요.


안으로 들어간 순간...


어? 뭐지?

우와! 예쁘다!


서울 연남동 프랑스 엔틱 카페 - 라헨느 La Reine


순간 두 개의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어요. 일단 서양 중세풍의 엔틱 카페는 아니었어요. 이것은 딱 봐도 근대 시기였어요. 아무리 제가 서양의 고급 문화에 문외한이라 해도 지금껏 보아온 것이 있기 때문에 아주 약간은 분간을 할 수 있어요. 이것들은 아무리 보아도 근대 부르주아적인 분위기이지 서양 중세의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들어가자마자 공간이 참 예뻐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런 공간은 우리나라에서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랬어요. 베르사유의 장미 정도는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었어요.


TV로 베르사유의 장미는 세 번 넘게 보았어요. 어렸을 적 베르사유의 장미를 매우 좋아했어요. 이것이 순정만화라는 것은 전혀 몰랐어요. 순정만화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편인데, 베르사유의 장미는 인기가 상당히 좋은 만화였어요. 베르사유의 장미가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시대극으로 보아도 괜찮은 작품이기도 했거든요. 애정 관계 싹 다 무시하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만화였어요. 오히려 나중에 아주 한참 후, 군대 전역한 후에야 베르사유의 장미가 순정만화라는 것을 알고 상당히 충격받았어요.


여기에 그 당시는 TV에서 틀어주는 만화는 어쨌든 모두가 재미있게 보던 시대였거든요. 지금처럼 모든 가정이 몇십 개의 채널을 놓고 어디를 볼까 리모컨 돌려가던 때가 아니었어요. 재미 하나도 없고 어린 마음에 봐도 돈낭비에 엉망진창 구성이라는 것 뻔히 보이는 지방방송이 만화 안 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했어요. 더욱이 1990년인가 1991년인가에는 걸프전으로 인한 유가 폭등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공중파 방송을 6시에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어린이 방송들이 싹 다 방송중단되었어요. 이 기억들이 있는 상태에서 TV에서 만화를 똑바로 틀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죠.


공간 자체도 예뻤지만, 이런 어린날의 기억이 있어서 비록 서양 중세가 아니라 해도 참 괜찮았어요.


옛날 프랑스 신문


이것은 탁자 유리 아래 깔려 있던 옛날 프랑스 신문. 가격은 5상팀이래요. 꼬마 니꼴라를 보면 아주 많이 등장하는 프랑 보조 단위인 상팀. 1프랑이 100상팀이에요. 이 신문은 8쪽이고, 1894년 1월 29일 월요일에 발간되었대요.


연남동 프랑스 앤틱 카페 - 라헨느


벽에는 이렇게 찻잔과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것들은 카페 주인분의 어머니께서 직접 프랑스에서 수집해 들고온 것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드는 카페였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좌석이 몇 좌석 없다는 것이었어요. 아담해서 좋기는 한데, 대신 여러 명이 같이 가면 좌석 때문에 불편할 확률이 매우 높았어요. 거의 다 2인용 탁자이고, 4인용 테이블은 한 곳 있었어요. 4인용 테이블이 놓여진 곳은 정말로 하나의 방처럼 잘 꾸며져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 거기에 다른 손님들이 앉아 있어서 그쪽은 제 자리에 앉아서 눈으로만 구경했어요.


위치는 연남동 독립출판서점인 헬로인디북스 근처에요. 네이버 지도에서 '연남동라헨느'라고 검색하면 나와요.


두 명이서 간다면 독특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좋은 카페이기 때문에 추천해요. 사진 찍으면 참 잘 나와요. 분위기에 취해서 둘이 이야기하며 시간 보내기 좋은 카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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