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오뚜기 카레 분말 뒷면을 보면 매운 맛 레벨이 있었어요. 순한 맛, 약간 매운 맛, 매운 맛, 아주 매운 맛 - 이렇게 4단계로 되어 있었어요. 그 중 미스테리는 바로 '아주 매운 맛'. 여기에는 그냥 인도 카레라고만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인도 카레가 얼마나 매운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그 궁금증을 풀 방법은 어렸을 때에는 없었어요.
지금도 진짜 매운 인도 카레는 먹어보지 못했어요. 얼마나 매운지 먹어볼 수 있는 식당이 있기는 한데, 밥 먹으러 식당 가는 거지 얼마나 매운 맛이 세상에 존재하나 알아보려고 식당 가는 것은 아니다보니 그 식당 갈 때마다 평범한 매운 맛을 먹고 있어요.
네팔 식당인 에베레스트는 제가 최초로 진짜 그 '카레'를 먹어본 곳. 언제 가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과 비해 매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을 때였어요. 그때는 진짜 줄 서서 먹는 그런 가게였어요. 일단 남아시아 카레를 파는 식당 자체가 그때는 거의 없었고,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에베레스트였거든요.
참고로 이 식당을 간 시기는 네팔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이랍니다.
이때 가서 먹은 것은 갈릭난과 치킨 머크니. 달착지근한 치킨 머크니에 마늘향이 제대로 풍기는 갈릭난을 푹 찍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몇 년 전에 갔을 때도 이것을 먹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에도 또 이것을 먹었어요. 에베레스트 식당에 처음 갔을 때와 지금의 제 입맛의 중요한 변화라면 그때는 양고기를 매우 싫어했고 지금은 양고기를 좋아한다는 점인데, 에베레스트 식당 갔을 때에는 양고기 카레를 시키지 않고 또 치킨 머크니를 시켰어요. 아마 이 카레는 에베레스트 최고 인기 카레이자 베스트셀러일 거에요. 치킨 머크니와 갈릭난은 모험을 즐기지는 않지만 너무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고르면 딱 좋은 조합이에요.
예전에는 양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갔을 때에는 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냥저냥 괜찮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