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2015년 지구촌 나눔 한마당 축제 (5월 2일) - 러시아 민속춤 공연

좀좀이 2015. 5.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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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모처럼 맞는 진짜 푹 쉬는 휴일. 친구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버스를 타고 친구집으로 가는데 시청 광장 앞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어? 뭐지?"


하얀 옷에 하얀색 뾰족한 모자. 딱 보자마자 왠지 키르기스스탄쪽 의상 같아 보였어요.


"아, 오늘 여기서 무슨 축제 있다고 했었는데?"


친구의 말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2015 지구촌 나눔 한마당' 축제가 열리고 있었어요.

http://seoulfriendshipfair.org/


친구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가던 길이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슬슬 나가서 구경하자고 한 후, 친구집으로 돌아갔다가 저녁때가 되어서 슬슬 시청 광장으로 갔어요.



"어?"


부스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대충 몇 개국 오고 끝인줄 알고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왔는데 꽤 많은 국가에서 부스를 세우고 참가하고 있었어요.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행사 정보를 얻어보려고 했지만 사용자 폭주 때문에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어요. 그래서 안내소 부스에 가서 일정과 행사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자 공연이 있고, 저녁 9시부터는 키르기스스탄 영화 상영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음식점 부스는 무교동~청계천에 있으며, 풍물전시 부스는 운영시각이 이미 지났고, 일요일에는 12시부터 4시반까지라고 알려주었어요.


원래는 팜플랫도 있는데, 이날은 예상보다 너무 많이 사람들이 몰려와서 순식간에 팜플랫이 다 동이 났다고 하면서 제게 안내직원용 프린트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가라고 했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한 번 쓱 보고 끝날 작은 규모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어가지 않았는데 다음날 꽤 후회하게 되었어요. 이때 직원이 보여준 프린트에는 공연단 이름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는데, 다음날 갔을 때 공연정보를 얻고 싶다고 해서 본 직원용 프린트에는 그냥 어느 도시에서 왔는지만 두리뭉실하게 적혀 있었거든요.


음식점 부스에는 무엇이 있나 그쪽으로 가려는데 마침 베트남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베트남 공연단은 마지막 공연에서 무대에서 진짜 불을 가지고 춤을 추었어요.


이때 소방관이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공연을 마친 후 베트남 공연단에서 불을 가지고 내려와서 무대 옆편에서 공연에 사용한 불을 껐어요.



베트남 공연단이 퇴장할 때에 저와 친구도 세계음식점이 열리고 있는 쪽으로 이동했어요.



세계음식점은 무교동길에서 열리고 있었어요.



일단 어디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서 일단 제일 마지막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어요.


"소세지 1+1!"


라오스 부스를 지나가는데 라오스 부스에서 1개에 3천원에 파는 구운 소시지를 1+1으로 판다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저녁을 먹고 왔기 때문에 큰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소시지 하나라면 무리 없었어요. 그래서 소시지 2개를 3천원에 사서 친구와 하나씩 나누어 먹었어요. 맛은 독특하기는 했지만 매우 맛있었어요.


세계음식전은 늦은 시각까지도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몰린 부스는 대체로 고기꼬치를 파는 곳이었어요. 이미 장사를 접고 돌아간 부스들도 있었고,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부스들도 있었어요.


부스의 가장 끝은 청계광장. 가장 끝에는 레바논 부스가 있었고, 그 옆에는 이라크 부스가 있었어요.



이라크 부스 옆에는 하필 이란 부스였어요. 이란과 이라크 국민 감정 상당히 안 좋은데 왜 붙여놓은 거지? 알파벳 순서로 배치하다보니 이렇게 된 건가?



이라크 부스는 아주 한산한 데에 비해 이란 부스는 조금씩 계속 장사가 되고 있었어요.


"어? 저긴 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 있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줄을 많이 선 곳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이 부스만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어요.



콩고민주공화국!!!!!


여기에서 팔고 있었던 것은 고기 꼬치 구이. 고기 사이에 야채를 끼워서 팔고 있었는데 꽤 맛있게 생기기는 했어요. 먹어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데다, 저녁을 먹고 와서 식욕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사먹지는 않고 광장쪽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한가한 아제르바이잔 부스.


걸어가고 있는데 목이 말라서 음료수 한 잔 사먹고 싶었어요.


음료수가 남아 있는 부스가 없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부스가 모여 있는 곳에서 음료수를 많이 팔고 있었는데, 음료수가 남아 있는 곳이 보이지 않았어요. 낮에 더웠으니 사람들이 음료수 많이 사마셨을 거고, 주최측에서 방문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았다고 했으니 각 부스마다 꽤 당황했을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었어요. 사실 이번 축제에 사람들이 몰릴 것은 너무나 당연했어요. 당장 어린이날이 화요일에 있다보니 월요일 하루만 어떻게 하면 긴 연휴가 되어버리는데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중간고사 끝난 후 단기방학에 들어가거든요. 예전에는 몇몇 학교들이 악의적으로 시험을 꼭 어린이날에 걸리게 잡아서 5월초 즐거운 분위기에 초를 쳤는데, 이제는 단기방학을 해야하니 그런 악랄한 짓을 못해서 시험이 대체로 일찍 - 4월 마지막주에 대부분 끝나버리게 되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인파가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죠. 또한, 연휴라고 서울 사람들이 지방으로 우루루 내려가서 서울이 텅 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 - 특히 수도권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찾는데 음료수가 남아 있는 부스는 오직 한 곳 밖에 없었어요. 그곳은 바로 멕시코 부스.


"이거 얼마에요?"


보라색 음료만 남아 있어서 얼마냐고 물어보았어요.


"지금 얼음 다 녹아서 맛이 없는데..."


그러자 멕시코인 남성이 얼음 없어도 괜찮다고 했어요. 아주머니와 멕시코인 남성은 얼음이 없어도 팔아도 되는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멕시코인 남성이 일단 자기가 한 모금 마셔보고 맛이 괜찮으면 팔아도 된다고 말하고는 한 컵 떠서 마셨어요.


"팔아도 되요."


두 잔 달라고 하자 아주머니께서는 두 컵을 떠주시고는 얼음이 없으니 잔당 2천원인데 3천원만 받으시겠다고 하셨어요.


'앗, 이런 횡재가!'


사실 얼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얼음을 빼달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날이 그렇게 덥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얼음이 들어 있는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얼음이 없다고 천원 깎아주어서 2천원 내고 마셔야 하는 음료를 1500원에 마시게 되었어요.


"오! 이거 맛있다!"


보라색 음료는 '아구아 데 하마이카' 였어요. 멕시코식 '히비스커스' 꽃 음료라는데, 우리나라 무궁화와 비스무리하게 생긴 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맛은 달착지근한데 너무 달지 않고 딱 갈증날 때 마시기 좋은 맛이었어요.


시청 광장으로 돌아가는데 볼리비아 음식 판매대에 놓여 있던 동물 인형이 치워지고 있었어요.


"혹시 인형 사진 찍어도 되나요?"

"예, 찍으세요."



저 인형은 너무 귀여웠어요. 뭔가 살짝 꺼벙해보이면서 순할 것 같이 생겼어요.



키르기스스탄 부스는 늦은 시각까지 그럭저럭 장사가 되고 있었어요. 그 이유는 여기도 고기 꼬치를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시청 광장에 도착했을 때, 일본 공연이 끝나가고 있었어요. 이때 시청 광장으로 간 이유는 공연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시청 광장을 지나 지하철 시청역으로 가기 위해서였어요.


"일본 다음이 러시아라고 했었는데?"


러시아 부스는 5월 2일 하루만 운영한다고 했기 때문에 공연에 대해서도 큰 기대 없었어요.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조금 보다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헉! 이거 대박! 진짜 초대박!"


시작은 빨간 색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들과 초록색 전통의상을 입은 러시아 여자 한 명의 무대였어요. 어렵지 않게 맨 앞에서 볼 수 있어서 공연자들의 표정연기까지 하나하나 다 볼 수 있었어요. 처음 무대는 춤 자체가 화려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공연자들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표정 연기를 보니 대충 여자 하나 놓고 남자들이 서로 자기 선택해달라고 뽐내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처음 보는 공연인데 공연하는 사람들의 표정 연기에서 여자는 도도하게 눈웃음 살살 흘리면서 남자들 홀리고, 남자들은 여자 미소 보고 흥분해서 자기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뽐내려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주 잘 드러났어요. 이렇게 표정 연기 잘 하는 공연을 바로 앞에서 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공연을 보면서 아까 얼핏 보았던 그 직원용 프린트가 떠올랐어요. 러시아 공연은 모스크바의 어떤 발레단에서 왔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 기억났어요.


바로 위의 사진은 여자 한 명과 남자 여러 명의 춤 이후에 바로 이어진 여자 여러 명과 남자 여러 명의 무대였어요. 이것 역시 매우 재미있었어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디카를 들고가지 않았고, 러시아 민속춤 공연은 빠르고 격렬한 동작이 많아서 폰카로는 도무지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이 공연 영상이 있다면 다시 꼭 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폰카로 사진을 찍어서 건진 장면들은 그나마 격렬하지 않고 템포가 느린 부분들.


매우 빠르고 격렬하고 화려한 동작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관중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어요.


"이런 공연을 공짜로 보다니!"


처음에는 그냥 대충 조금 보다 교보문고 가서 책 좀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서서 보게 되었어요. 저녁 8시 넘어서 시작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어요.


러시아 공연단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격렬하고 화려한 공연의 극치였어요. 마지막에 초필살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남자는 한 손으로 백덤블링해서 무대 한 바퀴를 빠르게 돌았고, 무대 중앙에서 여자 두명이 앉아서 빠르게 뱅뱅 도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어요.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매우 열심히 쳐주었어요. 이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연에서 이 정도 반응이라면 정말 매우 성공적인 무대였다는 뜻이었어요.


정말 공연을 보고 있으니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어요. 작년 12월에 베트남 가서 보았던 수상인형극과 더불어 지금껏 보아왔던 공연 중 가장 재미있는 공연이었어요. 러시아 공연단은 30분 공연했는데, 이것은 만 원 내고 보라고 해도 돈이 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에요.


운좋게 매우 멋진 공연을 보아서 매우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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