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로 돌아가는 길은 칸사라이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가는 길. 그러므로 길은 당연히 내리막이었어요. 매우 빨리 구시가지로 가는데 별로 힘들지도 않고 숨이 차지도 않았어요. 내려갈 때에는 올라갈 때와 달리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올 여유는 없었어요. 이제 시간이 늦었거든요. 성문 앞에서 사진 찍었을 때가 저녁 5시 50분. 하늘만 보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보였지만 시간을 확인해보면 그렇지 못했어요.




카라반사라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53분이었어요. 내리막길이라고 신나게 내려왔더니 3분만에 내려왔어요.


"이제 천천히 가자."


친구가 천천히 가자고 했어요. 저도 빨리 갈 마음이 없었어요. 카라반사라이부터는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거든요.


카라반사라이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에요. 지금도 호텔이라 잠을 잘 수 있어요. 방을 알아보는 척 하면서 안을 보고 나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어요.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고 마음에 안 들어서 나오는 거라면 몰라도 남을 속여가면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카라반사라이 옆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보았던 카라반사라이가 떠올랐어요. 정말 예전 7박 35일 여행의 추억을 팝콘 튀어오르듯 머리 속에서 눈으로 튀어나오게 하고 있었어요. 머리 속에서 눈으로 튀어나온 7박 35일 여행의 추억은 지금 눈 앞에 있는 풍경과 겹쳐졌어요. 그러고보니 7박 35일 여행 중 사라예보에 2번 갔고, 그때마다 숙소에서 잠을 잤어요. 지금도 마찬가지. 셰키에서 다시 야간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떠날 것이었어요.


과거와 현재의 접점 속에서 걷다 모스크를 발견했어요.



이맘 알리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 모스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던 것은 미나렛 (첨탑) 이었어요. 벽돌을 쌓아 지은 미나렛은 무언가 투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주변 풍경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어요. 아쉽게도 모스크 건물 내부는 정말 허름했고,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이 다리는 18세기에 지어진 다리. 건물을 짓는데 사용하는 벽돌로 지은 것 같았어요. 다리 위에 덧칠한 시멘트가 없었다면 보다 더 인상적이고 아름다웠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멘트를 발랐기 때문에 지금까지 멀쩡히 남아 있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


그냥 좋게 생각했어요. 시멘트를 바를 당시에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겠죠.



구시가지 한쪽은 기념품 가게가 몰려 있었어요. 가게에 들어가서 특별한 것이 있나 구경해 보았어요. 하지만 특별히 선물할 것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이번이 아제르바이잔 첫 여행이라면 아마 여기에서 전통 모자나 실크 스카프 정도 구입했을 거에요. 아제르바이잔에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 좋은 건 전통 모자와 실크 스카프이거든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작년에도 왔었어요. 단지 셰키를 그때 못 갔을 뿐이에요. 바쿠에서 본 기념품들과 셰키에서 보는 기념품들은 크게 차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구입할 것이 없었어요. 더욱이 아제르바이잔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 것이었구요. 모자와 실크 스카프는 작년에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었기 때문에 또 구입할 이유가 없었어요. 가게를 구경하며 구입한 것은 오직 셰키 풍경이 담긴 마그네틱 하나. 이것은 제 주변에 마그네틱 모으는 사람이 있어서 샀어요.


계속 가게를 둘러보는데 아까부터 종종 보이던 것이 보였어요.


Şəki Halvası

셰키 할와. 여기 말로 읽으면 '셰키 할바스'. 직역하면 '셰키의 할와'.


'할와'라면 터키-아랍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자에요. '달다'라는 말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해서 현지화 측정 도구로 종종 써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이기도 해요. 할와를 많이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현지화가 많이 된 사람. 한국인 가운데 대체로 처음 먹는 사람들은 1조각 정도이고, 조금 잘 먹는다는 사람은 2조각 정도이며, 정말 잘 먹는 사람은 3조각 먹으며, 그 이상 먹으면 둘 중 하나에요. 단 맛을 너무나 좋아하거나, 현지화가 너무 되었거나요. 물론 현지화 측정시에는 마실 것은 전혀 주지 말고 할와만 먹어야 해요. 마실 거 같이 주어도 2조각 넘게 먹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이건 단 맛의 고압축 덩어리. 이 할와의 맛은 그냥 단 게 아니라 '혀를 꾹 누르고 입 안을 찐득한 단 맛으로 전부 도배해버리는' 단 맛이에요. 여기서는 그냥 '할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바클라바'로 잘 알려진 거에요. 저 역시 '바클라바'라고 쓰는 게 아마 의미 전달에서는 더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셰키 할와'라고 샀기 때문에 '셰키 바클라바'가 아니라 '셰키 할와'라고 하는 것이에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단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터키 제과점 가서 정말 찐득찐득하게 생긴 바클라바를 구입하셔서 드셔보시면 되요.


셰키에 들어와서부터 곳곳에서 '셰키 할와' 광고 간판을 보았어요. 한 집에서, 또는 한 공장에서 광고하는 게 아니라 할와를 만들어 파는 곳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궁금했는데 마침 할와를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할와 사먹을까?"

"나 할와 별로인데..."

"그래도 여기 와서 저렇게 자랑하는 거 한 번은 먹어보아야지."


가게에 들어갔어요. 가게 주인은 정말로 무뚝뚝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무뚝뚝했어요.


"셰키 할와 주세요."

"몇 그람?"


친구와 의논을 했어요. 친구는 많이 못 먹으니 조금만 사자고 했어요. 하지만 너무 조금 사면 아쉬우니 500그람 사자고 했어요. 친구가 남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았어요.


"내가 다 먹으면 돼."


돌아다니며 한 조각씩 먹으면 금방 먹지 않을까? 한 자리에서 다 먹고 간다면 분명 매우 부담스럽겠지만 다니며 먹는다면 한 사람당 두 조각 이상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겠지? 이것은 마치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라도 시간만 많고 아주 천천히 마신다면 많이 마실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 할와를 돌아다니며 먹는 것은 솔직히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에요. 이게 보통 찐득거리는 게 아니다보니 물티슈로 잘 닦아도 그 찐득거림이 손에서 떠나가지를 않거든요.


"500그람 주세요."


가게 주인은 커다란 원형 틀에 들어 있는 할와를 칼로 썰었어요.


"작게 잘라주세요."

"안 돼. 그러면 다 부서져."


음...


아저씨는 셰키 할와를 포장해서 종이 상자에 집어넣은 후, 종이 상자를 다시 하얀 종이로 포장하고, 그 위에 도장을 찍은 후 건네주었어요.



할와를 사서 가게에서 나왔어요.


"이거 어떻게 먹지?"


포장지를 벗기고 상자 뚜껑을 여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문제는 할와가 지금 500그람 한 덩어리라는 것. 할와는 손으로 집어먹으며 다닐 간식거리는 분명 아니에요. 그리고 손으로 뜯어가며 먹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손으로 뜯으려고 하면 먹는 것 절반에 부서지고 포장지에 들러붙어 먹지 못할 것 절반이 될 것이 분명했어요.


"가다가 포크 있으면 포크 사서 먹든지 해야겠다."


막상 궁금해서 셰키 할와를 구입하기는 했는데 먹을 방법이 없었어요. 정말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온 신경이 할와에 쏠려 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어요. 이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이라면 원시인처럼 봉지를 잡고 입으로 우적우적 베어먹는 방법, 포크를 하나 사서 파 먹는 방법, 숙소로 돌아가 칼과 포크를 빌려서 먹는 방법, 바쿠에 돌아가서 먹는 방법 정도였어요. 첫 번째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일단 저렇게 먹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구경할 것은 당연했어요. 그리고 그 창피함을 무릅쓰고 먹는다 하더라도, 이건 그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앞서 말한 대로 이건 거의 단 맛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만든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단 것. 그 자리에서 우적우적 베어먹으며 끝낼 정도의 양도 아니었어요. 500그람이 어른 손바닥과 비슷한 크기인데 그걸 다 먹을 자신이 없었어요. 솔직히 위에서 제가 할와 6개까지 먹었다고 적어놓았는데, 그때도 그렇게 먹은 이유는 할와를 좋아해서 그렇게 먹은 게 아니라 공짜로 마구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건 비싼 건데 먹고 그립지 않게 최대한 우겨넣고 보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먹은 것이었어요. 당연히 그렇게 먹은 후 1년간 할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했구요.


결국 가게가 있으면 가서 1회용 포크를 사서 먹든가, 아니면 숙소 돌아가서 먹기로 했어요. 찻집 가서 차를 시키고 포크를 빌려달라고 해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찻집에서도 할와를 파는데 그렇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거든요.



조금 걸어가자 다른 다리가 나왔어요.



이건 정말 시간이 느껴지는 다리!


아름답지 않았어요. 정말로 투박한 다리. 아름다워서 주의깊게 보게 하는 다리가 아니었어요. 이건 그저 '다리로서의 기능'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다리. 앞서 본 다리도 '다리로서의 기능'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다리였지만, 이렇게 시간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잡풀이 무성한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는 다리 같지는 않았어요.




셰키 사람들.



오마르 에펜디예브 모스크. Omar əfəndiyev Mascidi. 큰 건물은 아니었지만 외관이 독특했어요. 내부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입구를 찾지 못했어요. 창문을 통해 본 모스크 내부는 다른 모스크와 다를 것 없었어요.


이 모스크가 인상에 남았던 이유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 풍경 속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이 모스크가 없었다면 이 길의 풍경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무언가 밋밋한 인상을 주었을 거에요. 하지만 이 모스크 - 특히 첨탑 때문에 풍경이 밋밋해 보이지 않았어요.


계속 시내를 향해 걸어갔어요.



이렇게 보면 정말 평범한 시골 동네.


"저 다리 예쁘다!"



특별히 아름답게 지어진 다리는 아니었어요. 이건 정말로 다리 기능에 충실하게 지어진 다리. 어쩌면 그래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을 수 있어요. 다리 양 옆은 나무를 엮어서 경계를 만들어 놓았어요. 정말로 소박하게 생긴 다리.



"이게 뭐 특이하다구."

"예쁘잖아!"


친구는 이런 다리가 별 거냐고 시큰둥했지만 제게 이 다리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다리 위에 일부러 올라갔어요. 다리 양 옆을 나무를 엮어 세워놓은 것 외에는 전혀 눈에 띌 일이 없는 다리. 시골길을 걷는 듯한 분위기 속에 잘 녹아들은 모습이었어요. 다리 위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빨리 가자. 식당 문 닫겠어. 여기 이따 돌아올 때 또 걸을 거잖아."


친구가 재촉해서 다시 길을 재촉해 걸었어요.





"여기 안 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봐, 내가 오자고 했잖아."


처음 셰키에 갈 때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정말 라흐즈에 가고 싶었거든요. 셰키가 아제르바이잔의 큰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바쿠도 대도시인데 굳이 다른 대도시에 갈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현지인들이 셰키가 아름답다고는 했어요. 하지만 현지인들은 주로 이스마일르, 게벨레가 아름답고 좋다고 추천해 주었어요. 셰키는 많이 추천해주기는 하지만 이스마일르, 게벨레처럼 많이 추천해주지는 않는 도시. 현지인들의 추천 순서는 이스마일르, 게벨레 등이 1순위고, 그 다음이 셰키였어요.


대체 왜 셰키는 추천을 잘 안 해 주었지?


아마 여기는 반드시 가는 곳이라 강력히 추천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또는 현지인들에게 셰키는 그냥 대도시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있을 수도 있구요.


정말 이곳을 안 왔다면 크게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셰키를 꼭 가자고 했던 친구가 정말 고마웠어요.



정육점. 고기도 사람도 없었어요. 지금도 정육점 기능을 하는 곳이라면 아침에 고기가 걸려 있겠죠. 방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드디어 쥐메 모스크에 도착했어요. 이름으로 보아서 아마 셰키에서 가장 큰 모스크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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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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