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기타

중국 신장 위구르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위구르어 교과서

좀좀이 2013. 11.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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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중국에 위구르어 교과서가 있다는 글을 썼었어요. http://zomzom.tistory.com/650


일단 발단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파일로 구하게 된 것. 그리고 이 책에 대해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알게된 것은 중국에서 소수민족 유화정책으로 소수민족에게 자기 민족 언어 수업을 허용했다는 것. 이 교과서도 그 정책의 일환으로 나왔다는 것이었어요.


참고로 위구르인들은 중국 소수민족 중 가장 적극적이고 강경하며 과격한 방법까지 동원해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소수민족이에요. 중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수민족은 위구르인, 몽골인, 티베트인들이 있지요. 국제적으로는 달라이 라마 때문에 티베트 독립운동이 압도적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지만요.


저 글을 올린 후, 다른 교과서들을 구해보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다른 교과서는 구할 수가 없었어요. 친구 중 하나가 출판사 이메일까지 찾아내서 메일을 보내보았지만 답변은 '없다' 였어요. 교과서 표지를 보면 1학년 1학기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래서 저도 몰라요. 이게 초등학교 전학년 교과서 모두 출판된 것인지, 이때 잠깐 짠 하고 1학년 1학기 것만 나오고 사라진 것인지는 저 역시 아직까지 확인을 못 했어요.


눈 빠지게 모니터를 노려본 노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일단은 교과서를 구할 방법이 지금으로써는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답니다.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제 능력으로는 현재 알 수 없는 문제라고 일단 임시적으로 정리를 한 것이죠.


중국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국어 교과서와 비교해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중국어를 아예 모르기 때문에 이것은 무리. 중국어를 공부할 계획도 아예 없으므로 이 비교는 앞으로도 어려울 거에요. 만약 불가피하게 중국어를 공부해야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는 이 글을 수정할 수도 있을 거에요.




예전에 지난 번 글을 보신 분이라면 이 표지가 눈에 익으실 거에요. 표지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아마 아랍 문자를 보고 벌써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무턱대고 아랍 문자는 도무지 봐도 모르겠다는 댓글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잠깐 아랍 문자를 아시는 분들을 위해 위구르어 아랍 문자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출처 : http://www.omniglot.com/writing/uyghur.htm


위구르어에서 사용하는 아랍 문자는 위와 같아요. 아랍 문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모음 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코란 및 초등학교 교과서에 달려 있는 모음 표시들은 '모음 부호' 라고 하지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 라고 하지는 않지요. 이 모음부호들은 안 써도 문제될 것 없구요. 그래서 아랍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모음 부호 없이 어떻게 읽나요?' 이고, 아랍어의 경우에는 단어의 형태를 익히면 (정확히는 파생형을 외우라고 합니다) 그 형태에 따라 읽을 수 있다고 대답해준답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아랍어의 이야기이고, 아랍어와 전혀 다른 언어인데 아랍 문자를 차용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대로 읽기가 매우 어렵지요.


그런데 위구르어는 매우 특이하게도 모든 모음을 모음 부호가 아니라 문자로 표기해준답니다. 그래서 아랍 문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위의 글자표를 보고 잠깐 외운 후에는 읽는 데에 문제가 없어요. 어떤 이유로 이들만 모음을 표기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위구르어는 위구르어를 몰라도 읽을 수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모든 단어를 이렇게 쓴다는 점이에요. 아랍 문자를 차용했다 해서 무조건 모음 표기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랍어 차용어는 그대로 끌고 와서 사용해요. 그런데 위구르어는 아랍어 차용어도 자기들의 모음 표기 방법을 이용해 모음까지 표기한 형태로 나타낸답니다.




일단 '현대 위구르 글자' 가 나와요.


참고로 위구르어는 튀르크어족 중 차가타이어파에 속한답니다. 차가타이어파에서 서부어군에는 우즈벡어가, 동부어군에는 위구르어가 있지요.




그 다음 장에는 이렇게 각 글자와 발음들이 나온답니다. 여기서 국기는 당연히 중국의 오성홍기.


중국의 초등학교 중국어 교과서가 병음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부분은 그래서 왠지 중국 교과서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저 발음 기호나 라틴 알파벳을 알아볼 리는 없으니까요.




학교에서 이렇게 국기 게양식도 하고 수업도 듣고 하는 사진이 맨 처음에 나온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자 익히기가 시작되지요.





확실히 그 동안 주로 소개했던 구 소련권 튀르크 국가들 국어책 삽화들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조금 더 동양적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전통 의상, 문화와 관련 있는 그림들을 보면 우즈베크인들의 것과 매우 비슷한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답니다.




일단 글자를 익히는 단원이 끝나면 '글자를 끝냈습니다' 라는 지문이 나와요. 이 지문의 내용은 뒷장까지 이어지는데, 굴챔 (그림 속 소녀) 이 아버지께 글자를 떼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읽어보라고 시켰고, 굴챔이 이 교과서를 읽어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며 앞으로 좋은 책들을 가져다 주겠다고 하시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덕담을 하며 끝난답니다.




그리고 지난 번 글에도 올렸던 것이에요. 제목은 '우리들의 위대한 조국'. 재미있는 점은 지문을 위구르어에서는 '텍스트' 라고 한다는 점이에요.




중국 대하사극 중 한 장면...? 나스렛딘 호자가 이런 사람이었나? 나스렛딘 호자 이야기인데 분위기는 판관 포청천.


위구르어를 차근차근 보는 용도로는 괜찮은 편이에요. 그리고 문법적으로 난이도가 그렇게 많이 높은 지문은 없어요. 글자를 안다는 전제 하에서, 우즈베크어를 6개월 공부한 사람이라면 읽는 데에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난이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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