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어제인가 올린 글의 2탄을 올릴 생각이었어요. 약간만 손질하면 바로 올릴 수는 있을 정도로 미리 다 작성해놓고 손질해서 올릴까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왠지 이틀 연속 연재물을 올리면 왠지 재미없어하고 시큰둥해하실 듯 하여 오늘은 일단 다른 주제를 올리기로 했어요.
이제 여기를 떠날 날이 멀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기에서의 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정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 온 첫 번째 목적인 '우즈베크어 공부'이죠. 이것도 실상 연재물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연재물로 할까 아니면 그냥 게시물 하나에 다 우겨넣을까 곰곰히 생각중이에요. 일단 오늘은 가볍게 어학 공부를 할 때 필수품인 사전과 그 리뷰들을 올리도록 할게요.
1. 초급
우-한 사전 (김병일 외, KUIS출판부, 2007년)
초급 단계에서는 이 사전을 권해요. 크기도 작고 가격도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생각보다 꽤 잘 만든 사전이랍니다. 우즈베크어를 직접 공부하신 분들이 만든 사전이거든요. 뜻도 꽤 잘 맞는 편이에요.
단점은 절판되었다는 것!!!!! 그러므로 요령껏 잘 구하시기 바래요. 그리고 사전이 작다보니 아무래도 어휘가 적어요.
2. 초-중급
문예림에서 나온 '우즈베키스탄어-한국어 사전'. 이건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이 사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외국어를 공부할 때 양으로 승부보는 분들이 계세요. 엄청난 양의 지문을 읽어내며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이죠. 그 분들께는 조금 괜찮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사지 말라고 하고 싶은 사전입니다.
먼저 단어 배열. 이것은 위의 우-한 사전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지만, 단어 배열이 엉망이에요. 왠지 아무 것도 모르는 놈이 별 생각 없이 엑셀 정렬을 눌러버린 것 같다고 할까요? 단어 정렬 순서가 엉망진창이라 사전 안에서 바로 단어를 찾는 게 아니라 사전을 뒤적거리며 어디에 단어가 있는지 탐색을 해야 해요. 일관성도 없고 뒤죽박죽이라 단어 하나 찾기 힘들어요.
두 번째로 잘못 나온 뜻이 너무 많아요. 이 사전은 우즈베크어-러시아어 사전을 번역해 만든 티가 확 나는데, 그나마도 엉터리로 번역했어요. 그래서 아주 이상하게 뜻을 번역해놓거나, 심지어는 정 반대의 뜻을 적어놓은 경우도 있어요. 그냥 쓰레기에 엉터리에요. 어휘가 없는 거야 이해할 수 있어도, 무수히 많은 단어들 뜻이 엉터리라면 그건 사전으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도 못하고 있다고 봐야죠. 핸드폰으로 따지자면 통화 품질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이에요. 인터넷을 하든 카톡을 하든 게임을 하든 노래를 듣든 전화기라면 일단 통화가 제대로 되어야죠. 이 사전은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전화기 같은 놈이에요. 엉터리 뜻이 많아서 이 사전을 사용할 때에는 필히 우즈베크어를 잘 아는 사람 또는 우즈베크어 원어민이 필요해요. 무슨 엉뚱하고 잘못된 뜻이 적혀 있을지 모르니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우즈베크어 공부할 때 양으로 승부보시는 분이 아니시라면 절대 사지 말라고 말릴 것입니다. 사전의 기본조차 안 된 것이니까요. 앞서 기초 단계의 우-한 사전보다도 못해요.
3. 중급 초기부터
우즈베크어-우즈베크어 사전
위에서 언급한 두 사전 모두 어휘가 매우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사전을 편찬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소한 사전 가지고 초중학교 교과서는 볼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에요. 진짜 전문용어, 학술용어 같은 것은 바라지 않아요. 아니, 고등학교까지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최소한 초중학교 교과서를 볼 수 있는 사전이었으면 좋겠어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까지는 나와 있어야 기초적인 단어들은 다 들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슬프게도 우한사전이나 우즈베키스탄어-한국어 사전이나 모두 이 정도의 기초 단계조차 충족시키지 못해요. 초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도 많이 빠져있는데 다른 단어들은 오죽할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급부터는 우즈베크어-우즈베크어 사전을 보아야 한답니다.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소련 시절 나온 2권짜리와, 몇 년 전에 나온 5권짜리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구입할 수가 없죠. 하지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답니다. 어디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지는 이 글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굳이 밝히지 않는다 해도 중급 레벨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우즈베크어-우즈베크어 사전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죠.
4. 중급 중간부터
러시아어-한국어 사전
신문을 읽기 시작하면 중급 정도라 할 수 있어요. 모든 기사가 다 중급 단계라는 것은 아니고, 쉬운 기사는 중급이라는 이야기이지요. 신문은 중~고급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는 러시아어-한국어 사전이 필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단어를 그대로 끌고 와서 쓰거나 '영어+하다', '영어+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듯, 우즈베크어에서는 러시아어 단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쓰거나 '러시아어+하다' 형태로 만들어서 많이 써요. 특히 신문에서 이러한 단어들을 많이 볼 수 있죠. 이런 단어들은 그냥 러시아어-한국어 사전을 찾는 것이 시원하고 정확하답니다.
5. 최고급
타지크어 사전 (페르시아어 사전)
우즈베크어 학습에서 가장 높은 단계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엉뚱하게도 타지크어 사전이 필요하답니다.
일단 외국어 공부에서 가장 높은 단계라 하면 '문학', 그 중에서도 '고전'이죠. 실제 '외국어 고전'까지 읽는 사람은 거의 없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많지만 고대 영어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처럼요. 그 이전에, 우리나라 국어 교육에서 고어는 고등학교 들어가서야 배우죠.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문학언어는 페르시아어-타지크어였어요. 우즈베크어는 알리셰르 나보이가 우즈베크어로 작품 활동을 하며 우즈베크어 문학이 사실상 시작되었는데, 알리셰르 나보이 역시 타지크어를 많이 사용했어요. 실제로 우즈베크어에서 많은 단어들이 타지크어 차용어이기도 하구요. 시간을 거슬러갈수록 타지크어 단어들이 더욱 많이 나온답니다. 나중에는 아예 우즈베크어-우즈베크어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까지 등장해요. 이런 단어들은 타지크어 사전, 또는 페르시아어 사전을 뒤져서 찾아야 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할 수만 있다면 페르시아어 사전보다는 타지크어 사전을 추천해요. 보다 정확하고, 찾기 쉽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