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이태원 술탄케밥 양고기 톰빅 케밥 세트

좀좀이 2024. 1. 20. 22:30
728x90

"영상 촬영하러 나갈까?"

 

일기예보를 보던 중이었어요. 일기예보를 보니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는 날이 그렇게 안 춥다고 나오고 있었어요. 토요일 밤에는 비가 내릴 예정이었고, 그 다음주부터는 날이 엄청 추워진다고 나와 있었어요.

 

'추운 날 영상 촬영하는 건 고역이야.'

 

2023년 12월 북극 한파 몰려왔을 때 영상 촬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워낙 특별한 '크리스마스 시즌 북극 한파'라서 영상을 촬영하러 나갔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츄리닝을 입고 위에 바지를 입고 나간 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하지만 손은 방법이 없었어요. 영상 촬영해야 하니 맨손으로 오즈모 포켓3을 쥐고 촬영하는데 추위 때문에 손가락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아니라 손가락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추가로 손등의 손뼈가 다 쪼개져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심했어요. 영상 촬영이 어려운 게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손을 빠르게 녹이는 것이 어려웠어요.

 

1월에 절대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굳건한 다짐은 잘 지키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달력을 보고 깨달았어요. 2월 9일부터 12일까지가 설날이었어요. 설날 때에는 여행 가기 매우 나빠요. 여행 가기 제일 좋은 시기는 설날 끝난 후에요. 이때가 또 극비수기거든요. 2월 중순은 겨울 풍경의 끝자락이고, 시기적으로도 설날까지 끝났기 때문에 들뜬 분위기가 사라질 때에요. 이후 3월 꽃샘추위가 끝나고 봄이 와야 나무에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봄철 관광객들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해요.

 

여행을 2월에 간다면 2월 중순이나 말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러려면 평소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영상을 촬영해야 했어요. 다음주는 매우 춥다고 하니 다음주는 통째로 촬영 안 한다고 치면, 금요일 밤에는 나가야 했어요.

 

'어디 가지?'

 

아무 것도 없는 동대문 야시장?

 

동대문 야시장은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이 휴장일이에요. 원래는 토요일 밤에만 휴장했는데, 동대문야시장도 주5일 운영한다면서 금요일 밤도 휴장일이 되었어요. 동대문 야시장 일대는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가면 심심해요. 금요일 밤에 동대문 야시장 중 벼룩시장은 열려서 구경할 만한 게 있기는 해요. 하나 핵심이자 메인인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 야시장이 휴장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힘이 딸려요.

 

매력적인 영상을 촬영하고 싶다면 동대문 야시장을 금요일 밤에 가서 촬영하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이에요. 하지만 저는 사람 없는 휑한 동대문 야시장 풍경을 촬영하고 싶었어요. 사람들 바글바글한 동대문 야시장 풍경도 좋지만, 휴장일이라 휑한 동대문 야시장 풍경도 필요했거든요.

 

'동대문이야 뭐...'

 

동대문은 아무 때나 갈 수 있습니다.

 

의정부에서 동대문 정도는 심야시간에도 갈 만 해요. 도봉산역에서 심야버스 타고 가면 되거든요. 도봉산역까지 가는 버스라면 매우 늦은 시각까지 있구요. 동대문 일대는 아껴둬야 했어요. 심야시간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심야시간 영상 촬영하러 나갈 때 갈 곳 없으면 가는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거든요.

 

너무 멀지 않으면서 심야시간에 잘 안 가는 곳은?

 

'약수? 오랜만에 약수 가볼까?'

 

예전에 서울 달동네를 돌아다니던 때였어요. 서울 중구는 달동네가 여기저기 몇 곳 있어요. 남산 자락 달동네들이에요. 서울 중구 달동네를 찾아서 갔던 곳이 약수역, 버티고개역 근처였어요.

 

"약수 가야겠다."

 

약수역 및 버티고개역은 심야시간에 갈 일이 거의 없어요. 약수역은 심야시간에 딱히 뭐 없고, 버티고개역은 낮에도 딱히 뭐 없는 동네에요. 기껏해야 서울성곽공원 정도 있어요. 특히 버티고개역 일대는 그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고, 터널을 통과해서 한남동으로 가야 보고 놀 것이 나오기 시작해요.

 

그래서 이날은 약수역에서 시작해서 이태원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태원도 심야시간에는 잘 가지 않는 곳이거든요. 6호선은 제가 별로 이용하지 않는 노선인데 지난 번도 6호선, 이번도 6호선 주변을 가고 있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약수역으로 갔어요. 약수역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잊고 있었다.

이 동네, 진짜 돌아다니기 힘든 동네입니다.

 

약수역에서 이태원까지는 지형이 상당히 험해요. 여기가 남산 자락이에요. 그래서 급경사가 상당히 많은 정도가 아니라 동네가 그냥 전부 다 급경사에요. 서울 동네 풍경 촬영하러 온 게 아니라 남산 등산 영상 촬영하는 꼴이 되었어요.

 

서울에는 지형이 험한 동네가 몇 곳 있어요. 강북권에서는 특히 종로구 낙산 인근과 중구와 용산구의 남산 인근이 험해요. 종로구 낙산 인근 지역으로는 숭인동, 창신동, 이화동, 충신동이 있어요. 중구의 남산 인근 지역으로는 다산동이 있고, 용산구의 남산 인근 지역으로는 이태원동, 한남동, 후암동이 있어요. 이 동네들은 서울에서 손꼽히게 경사가 심한 동네에요. 게다가 이 동네들은 길도 복잡해요.

 

지형이 험한 동네만 골라다녔더니 힘들었어요. 그냥 다녀도 힘들다고 할 건데 영상 촬영까지 하며 다녔더니 더욱 힘들었어요. 직선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어요.

 

이태원까지 왔어요. 이태원에서 조금 쉬고 싶었어요.

 

"케밥이나 먹고 갈까?"

 

잠시 쉬면서 야식 겸 너무나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어요. 이태원 왔으면 케밥 하나는 먹고 가야죠.

 

'어디 가지?'

 

이태원에는 케밥집이 몇 곳 있어요. 제가 가본 곳은 미스터케밥, 술탄케밥, 케르반이었어요. 안 가본 케밥집도 심야시간에 영업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어요.

 

"술탄 가자."

 

무난하게 술탄케밥을 가기로 했어요.

 

술탄케밥으로 갔어요. 역시 무난하게 양고기 톰빅케밥 세트를 주문했어요.

 

 

"사람 많네?"

 

술탄케밥은 낮보다 심야시간에 사람이 더 많았어요. 클럽에서 놀다가 나온 사람들이 배고파서 계속 오고 있었어요.

 

 

제가 주문한 양고기 톰빅케밥 세트가 나왔어요. 서울 이태원 술탄케밥 양고기 톰빅케밥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서울 이태원 술탄케밥 양고기 톰빅케밥 세트는 탄산음료와 감자튀김, 케밥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탄산음료는 선택이 가능해요.

 

 

감자튀김에는 케찹이 나오지 않았어요. 테이블마다 소스통이 있었어요. 감자튀김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소스를 감자튀김 상자 한쪽에 뿌려서 찍어먹었어요. 감자튀김은 갓 튀긴 감자튀김이라 매우 뜨거웠어요.

 

소스통에 들어 있는 소스는 케찹이 아니었어요. 삼발 소스였어요. 삼발 소스에 찍어먹는 감자튀김은 매콤한 맛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었고, 향이 강하지 않아서 감자튀김 본연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어요.

 

 

양고기 톰빅케밥은 역시 맛있었어요. 술탄케밥의 양고기 톰빅케밥은 맛이 순한 편이에요. 양고기 향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매우 강렬하지는 않아요. 훠궈, 마라탕 속 양고기 정도 되는 양고기 향이었어요. 누린내가 안 나는 것으로 봐서 장사 잘 되는 집이었어요. 국내에서 양고기는 모두 다 수입산이기 때문에 장사 잘 되는 집에서 먹는 게 최고에요. 양고기는 수입업체에서 수입해온 양고기를 구입해와서 장사하기 때문에 쇠고기, 돼지고기와 달리 기본적인 질을 가르는 요소랄 것이 없어요. 단지 장사가 잘 되면 구입해온 양고기를 빠르게 소진하니 맛있고, 장사가 안 되면 푹푹 묵히니 누린내가 심한 정도의 차이에요.

 

양고기 톰빅케밥에는 양상추, 양파 등이 들어 있었어요. 양고기가 누린내 안 나고 맛있었고, 야채맛이 맛을 물리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야채는 싱싱했어요.

 

저는 톰빅케밥에 삼발소스를 뿌려가며 먹었어요. 삼발소스를 뿌리면 보다 자극적인 맛이 되었어요. 삼발소스를 뿌려서 먹어도 맛있고, 안 뿌려서 먹어도 맛있었어요.

 

보통 소스를 뿌리면 맛이 매우 강해지기 때문에 한 번 소스를 뿌리면 끝까지 소스를 뿌려서 먹어야 해요. 하지만 양고기 톰빅케밥은 한 번은 뿌려서 먹고 그 다음은 안 뿌려서 먹는 식으로 번갈아서 먹어도 계속 맛있었어요.

 

전체적인 맛을 보면 양고기 케밥을 처음 먹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맛이었어요. 전에 먹었을 때와 맛이 변하지 않았구요.

 

"역시 이태원은 케밥이야."

 

서울 이태원 술탄케밥은 이태원 모스크 가는 골목길에 있는 미스터 케밥이 없어진 후로 잘 가는 케밥집이에요. 항상 손님이 있는 케밥집이에요. 장사한 지 꽤 된 가게이고, 꾸준히 인기 좋은 가게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