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협재포구 제주올레길 14코스 보말죽 맛집 금능이모네

좀좀이 2023. 12.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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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가야겠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애월카페거리에 있는 카페인 봄날에서 한 시간 동안 잘 놀았어요. 더 놀고 싶었지만 시간을 계속 지체할 수는 없었어요. 여행 시작해서 이제 기껏 온 게 애월이었어요. 애월은 제주시 동지역 서쪽 바로 옆이에요. 그러니까 간신히 제주시 동지역에서 벗어났어요. 여기에서 서귀포까지 제주도 서부 해안선 따라 가려면 한참 더 가야 했어요. 중간 지점이 한림인데, 한림까지는 아직 멀고도 멀었어요.

 

다음 갈 곳은?

무조건 협재로 갑니다.

 

제가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애월에서 한림까지 이어지는 해안가에요. 애월에서 한림까지 이어지는 해변은 너무 아름다워요. 풍경이 매우 이국적이고 몽환적이에요. 군데군데 쉬어가기도 좋구요. 게다가 이쪽은 옛날부터 관광지로 개발도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든 매우 편하고 즐겁게 즐기며 돌아다닐 수 있어요. 자전거 타고 가는 것만 아니라면요. 자전거로 가면 진짜 힘들어요. 제주도 살 때, 그리고 제주도 갈 때마다 애월에서 한림으로 이어지는 해안 쪽으로 가서 놀며 자전거 타며 가는 사람들을 보면 단 한 번도 웃으며 달리는 사람을 못 봤어요. 전부 힘들어서 잔뜩 인상쓰고 땀 뻘뻘 흘리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어요.

 

애월에서 한림까지의 해변은 이국적이고 몽환적이고,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은 비현실적이에요. 그리고 이 두 곳이 제주도 서부 여행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고, 제주도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명하고 인기 좋은 곳이에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제주도 서부 해안 여행 일정은 애월카페거리, 협재, 산방산을 가는 것이었어요. 협재와 산방산을 넣은 이유는 아름다운 관광지 중에서 안정적인 선택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서도 안전한 선택지였기 때문이었어요.

 

"협재 구경하고 거기에서 점심 먹어야겠다."

 

봄날 카페에서 나왔을 때는 점심 시간이었어요.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어요. 애월에서 협재까지는 버스로 가면 금방 가요. 지리적으로도 협재가 제주도 서부 해안에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점심 먹는 곳으로 가기 좋구요. 협재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남서쪽 해변 둘러보고 서귀포 동지역으로 들어가서 거기에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어요.

 

애월카페거리에서 한담동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를 기다렸어요. 버스는 금방 왔어요. 버스를 타고 협재해수욕장으로 갔어요. 협재해수욕장을 구경한 후, 협재해수욕장에서 식사할 만한 곳을 찾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역시 협재야!"

 

오늘도 협재해변 바다 건너 맞은편에 있는 비양도는 안녕하셨어요. 에메랄드빛 바다야 제주도 여기저기에 있어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기 위해서라면 꼭 협재해변에 가지 않아도 되요. 하지만 협재해변에서는 섬 전체가 하나의 기생화산인 오름인 비양도가 매우 잘 보여요. 멀지 않아서 꽤 크게 보여요. 비양도가 있기 때문에 협재해변은 상당히 특별한 해변이에요. 전국적으로 이런 해변에서 오름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제주도까지 다 해도 오직 협재해변 하나 뿐이에요.

 

협재해변은 와본 사람들 모두 너무 좋아하는 곳이에요. 심지어 사진도 매우 잘 나와요. 사진을 아주 못 찍어도 바다와 비양도 넣고 찍으면 매우 예쁘게 잘 나오거든요. 그리고 협재해변은 제주도 서부에 있기 때문에 오전 일정으로 가는 것이 좋아요. 오후에 가면 해가 서쪽으로 넘어와서 사진 찍을 때 역광 상황이 되거든요.

 

이 때문에 제주도 서부 해안 여행 일정은 제주시에서 출발해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것이 좋아요. 해가 동쪽에 있을 때 제주시 북서부 애월부터 서부 한림까지 구경하고, 해가 서쪽으로 왔을 때 남서쪽 대정, 화순, 중문 바다 구경하고 서귀포로 들어가구요.

 

 

협재해변은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하얀 천을 백사장 위에 덮어놨어요.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

 

협재해변에서 어디가 유명하고 어디가 맛있는 집인지 찾아보지 않고 왔어요. 그래도 협재해변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식당은 여러 곳 있을 거였어요. 협재해변에서 협재포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뭐야?"

 

혼자 식사하기 좋아 보이는 식당은 문을 닫았고, 데이트 목적으로 가는 식당들만 영업중이었어요. 그 식당들도 분위기가 왠지 슬슬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예상과 달리 낭패였어요.

 

'한림에서 먹고 왔어야 했나?'

 

한림 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협재해변으로 넘어와야 했는지 떠올려봤어요. 원래 계획은 이날이 한림장 장날이라서 한림장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한림장이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기 불편했기 때문에 한림장을 안 갔어요. 무턱대고 협재에 왔더니 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 식당이 안 보였어요.

 

식당을 찾아 걷다 보니 협재포구까지 걸어왔어요.

 

 

"저기 맛있을 거 같은데?"

 

입구를 고양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이름은 '금능이모네'였어요.

 

"지금 식사 되나요?"

"예."

 

오후 2시를 넘은 시각이었어요. 금능이모네에서는 아직 휴게시간이 아니라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메뉴를 봤어요.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전복죽, 보말죽, 얼큰문어죽이 있었어요.

 

"보말죽 하나 주세요!"

 

보말죽을 주문했어요. 보말죽 가격은 12000원이었어요.

 

'제주도 왔으니 보말죽 한 번 먹어줘야지.'

 

제주도에서 유명한 제주도 음식으로는 전복죽과 보말죽이 있어요. 보말죽과 전복죽은 예전부터 있었던 음식이에요. 제주도 전복죽은 타지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매우 유명한 음식이에요. 한때 전복죽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어서 제주도 여행 가면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으로 전복죽이 소개되던 때도 있었어요. 제주도 전복죽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현재 갈치조림처럼 제주도 여행 가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음식 리스트에서는 순위가 많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 좋은 메뉴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첫 번째로 제주도 여행 와서 속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먹기 좋은 음식이 전복죽이에요. 두 번째로 가족 단위로 제주도 여행 왔을 때 연로하신 어르신들 및 아이들이 먹기 좋은 메뉴가 전복죽이기도 하구요. 전복죽은 고정적인 수요가 항상 있어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본죽이 인기 있는 이유를 떠올려보면 되요. 여기에 제주도 여행 와서 본죽 먹기는 그러니 전복죽 사먹는다고 보면 전복죽이 언제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인기 메뉴라는 점은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제주도 전복죽이 맛있기도 하구요.

 

저는 제주도 여행 가서 전복죽과 보말죽 중 고를 수 있다면 보말죽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이유는 간단해요.

 

보말죽은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까.

 

보말죽도 맛있지만 관광객들의 선호도에서는 전복죽에 많이 밀리는 편이에요. 전복이 보말보다 고급 음식인 점도 있지만, 그 이전에 '보말'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이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설명이 이상하게 어려워요. 먼저 보말이 고둥이라고 하면 뭔가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고둥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에게 골뱅이도 고둥의 일종이라고 하면 술안주 골뱅이를 죽으로 어떻게 끓여먹냐며 상상 자체를 못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보말죽도 상당히 맛있는 음식이에요. 그런데 전복죽보다는 아무래도 친숙하지 않은 재료인 '고둥'이 들어간 죽인 데다, '보말'은 제주도 방언이라 '보말'이라고 하면 뭔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보말죽은 제주도를 제외한 곳에서는 못 봤어요.

 

보말죽을 주문한 후, 식당을 구경했어요.

 

 

 

 

식당은 매우 깨끗했어요.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어요.

 

"어? 고양이 있다!"

 

 

금능이모네 식당 안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어요.

 

"사장님, 저 문 앞에 있는 고양이도 사장님 고양이에요?"

"아니에요. 걔는 우리 고양이 친구에요."

"예? 아...너무 문 앞에서 당당히 지키고 있어서 여기 고양이인 줄 알았어요."

"걔가 우리 고양이랑 놀려고 여기 잘 놀러와요. 우리가 걔 밥도 챙겨주니까 여기 와서 밥도 먹고 쉬고 우리 고양이랑 놀고 그래요."

 

금능이모네 식당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입구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엎드려서 가만히 있었어요. 코 앞까지 걸어갔는데도 비킬 생각을 아예 안 해서 금능이모네 식당 고양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건 아니었어요. 금능이모네 식당 고양이는 식당 안에 있었고, 식당 문 앞에서 엎드려서 가만히 쉬고 있던 고양이는 금능이모네 고양이의 친구 고양이였어요.

 

 

제가 주문한 보말죽이 나왔어요.

 

'여기 그릇부터 엄청 예쁜데?'

 

보말죽이 담긴 그릇부터 매우 예뻤어요. 에메랄드색 협재해변 바다색에 맞춰서 준비한 죽 그릇 같았어요.

 

 

금능이모네 보말죽은 생긴 것부터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보말죽을 잘 비벼서 먹기 시작했어요.

 

초대박!

여기는 진짜 너무 잘 왔다!

 

이건 설마 이번 제주도 여행 초대박으로 잘 하고 돌아갈 거란 징조인가?

 

먹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모든 것이 100점 만점에 100점인 곳이었어요.

 

"여기를 왜 못 들어봤지?"

 

이 정도면 분명히 한 번은 들어봤어야 정상인데 못 들어봤어요. 왜 못 들어봤는지 궁금해졌어요. 환상적으로 맛있었어요. 이렇게 보말죽 잘 하는 식당은 제주도에서 매우 귀해요. 제주도 사람들이 찾아가서 줄 서서 먹는 곳이라 해도 충분히 납득될 맛이었어요.

 

보말죽은 매우 고소했어요. 보말죽 특유의 고소한 맛이 매우 잘 살아 있었어요. 전복죽 같으면서 전복죽과는 살짝 다른 바다의 고소한 맛이 죽 안에 가득 담겨 있었어요. 간도 매우 잘 맞춰져 있었어요. 안 짰어요. 게다가 죽 맛이 정직하게 만들어서 맛있게 만든 맛이었어요. 고둥을 식당 바로 옆 바닷가에서 따와서 만든 보말죽이라고 해도 믿을 맛이었어요.

 

바다의 향을 더욱 풍성하게 살리기 위해 김이 위에 올라갔고, 고소한 맛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깨소금이 올라갔어요. 김과 깨소금 양이 매우 절묘했어요. 보말죽에 깨소금과 김을 얼마나 뿌려야하는지 10년을 연구했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여버릴 정도로 절묘하게 양을 잘 맞췄어요. 기본적으로 죽 맛 자체가 매우 맛있는데 죽 맛을 해치지 않고 죽 맛을 살짝 더 증폭시키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어요.

 

게다가 반찬 하나하나 모두 걸작이었어요. 계란장은 계란이 탱탱해서 식감이 매우 좋았어요. 석박지는 간식으로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석박지는 무 자체가 매우 맛있는 무였고, 그렇게 매우 맛있는 무로 석박지를 매우 잘 담갔어요. 진심으로 따로 구입하고 싶은 맛이었어요.

 

제주도 음식 특유의 느낌이라고 추천할 맛!

 

제가 금능이모네 식당 보말죽을 먹으며 더욱 엄청나게 좋아하고 반한 이유는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제주도 별미의 모범 교과서이자 타지역 사람들에게 강력히 이런 게 제주도 스타일이라고 추천할 맛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제주도 전통음식 기본 형태는 상당히 단순한 형태에요. 달고 빨간 음식은 제주도 전통음식 스타일은 아니에요.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고 단순하면서 정직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제주도 전통음식 스타일로 음식을 잘 만드는 식당은 거의 없어요. 제주도 전통 음식 스타일이 타지역 사람들 입에 상당히 잘 안 맞기도 하구요. 제주도 음식 고유의 느낌을 소개하고 알려주기 상당히 어려워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제가 제주도 출신인 것을 알아서 제게 제주도 맛집 소개해달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가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금능이모네 보말죽은 타지역 사람들에게 이런 맛이 제주도 음식 고유의 느낌이라고 소개하기 좋은 맛이었어요. 제주도 음식 특유의 느낌이 살아 있었어요.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할 맛이면서 제주도 음식 특유의 느낌이 잘 느껴지는 맛이라 너무 좋았어요.

 

 

보말죽을 깔끔히 다 비웠어요. 양도 괜찮았어요.

 

협재해변 및 협재포구에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금능이모네 식당이 있어요. 보말죽이 매우 맛있고 제주도 음식 느낌이 살아 있는 맛이었어요. 단, 금능이모네는 오후 3시면 문을 닫아요. 아침부터 점심 먹기에는 좋은 식당이지만, 저녁에는 영업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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