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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 종료 2023년 6월 16일 마지막 모습

좀좀이 2023. 6. 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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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블로그가 다시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때는 2010년대 말이었어요. 이 당시 저성장에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부업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이때 사람들이 하나 둘 블로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붐이 분 때는 바로 2020년 전염병 사태가 터지면서부터였어요.

 

2020년 전염병 사태 당시 블로그 붐이 분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었어요.

 

첫 번째,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집에서 부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어요. 직장으로 출퇴근하면 이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심하고, 편한 옷이 아니라 외출복을 입고 있어야 하고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있어야 하다보니 육체적으로 피로를 많이 느껴요. 그러나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눈치 보지 않고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출퇴근 및 불편한 자세가 주는 피로도 없어지자 체력 소모도 전보다 덜하게 되었어요. 시간도 남고 체력도 남게 된 거에요. 여기에 툭하면 자택격리 조치가 내려지니 자택격리 상태에서 시간이 매우 많이 남게 되었어요.

 

두 번째, 유튜브 붐이 한 풀 꺾였어요. 2010년대 말에 유튜브 붐이 크게 일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도전했어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유튜브로 유의미한 수익을 얻은 사람도 많지만, 그 이면에는 시간과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해서 그만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어요.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도 제약이 있었구요. 이들은 보다 쉬운 부업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블로그였어요.

 

세 번째, 2020년 전염병 사태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대적인 버블이 발생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치솟던 집값 뿐만 아니라 온갖 자산이 다 천정부지로 치솟았어요. 그러자 사람들 모두 자기만 뒤쳐진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어요. 이 시기를 대표하는 표현이 바로 '벼락거지'에요.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는 완전히 끝났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블로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또한 2020년 전염병 사태 및 이후 이어진 금리의 급격한 인상기에서 채무 유무에 따른 빈부격차가 상당히 커졌어요. 지금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무 유무에 따른 빈부격차를 알아야 해요. 빚이 없다면 살 만한 시기에요. 돈을 모으면 이자가 붙는 게 보여서 돈 모으는 재미가 있고, 돈이 있으면 이자가 잘 나와서 형편이 좀 더 여유로워졌어요. 반면 빚이 있다면 이자율이 크게 올라서 아주 죽을 맛이고, 심지어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이 어려워서 불법사금융까지 내몰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사람들이 더욱 부업으로 절박하게 블로그에 뛰어들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2023년에 이글루스는 2023년 6월 16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글루스의 서비스 종료는 블로그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한때는 티스토리와 이글루스가 서로 라이벌이라고 티격태격 싸웠고, 이글루스와 티스토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블로거도 꽤 있었어요. 그렇게 티스토리와 나란히 하던 이글루스가 무너져서 서비스 종료한다고 하고, 그것도 블로그 열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 서비스 종료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글루스마저 이렇게 사라지네."

 

이글루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라는 소식에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이 확 와닿았어요. 착잡한 마음도 조금 들었어요.

 

저는 이글루스 블로그를 직접 운영한 적은 없어요. 지금까지 여러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봤어요. 제가 운영하던 블로그 중 블로그 서비스 자체가 망해서 사라진 블로그가 꽤 있어요. 그래서 블로그 자체는 2006년부터 해왔지만 블로그 기록은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 이전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그 전에 이용하던 블로그는 거의 전부 망해서 사라졌으니까요. '전부'까지는 아닌 이유는 제대로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 블로그를 깔짝 건드려본 적은 있기 때문이에요.

 

이글루스 블로그를 직접 운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러나 몇몇 이글루스 유저들과 교류하기는 했어요. 이글루스에는 좋은 유저들도 꽤 있었고, 블로그를 상당히 오래 한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간간이 심심하면 이글루스에 어떤 글이 올라와 있는지 구경하기도 했고, 좋은 이글루스 유저분들과 댓글로 소통하기도 했어요.

 

'이글루스도 참 파란만장했지.'

 

이글루스는 2003년 6월에 서비스를 시작해서 2023년 6월에 서비스 종료하니 무려 20여년 간 서비스되었던 블로그 서비스였어요.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인수와 만신창이가 된 결별, ZUM의 인수 등 이글루스는 참 굴곡이 심했어요. 이 과정에서 많은 유저들이 다른 블로그 서비스로 갈아탔고, 떠나지 않은 유저들도 불안해하며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기억해요. 워낙 커다란 사건을 몇 차례 얻어맞으면서 그때마다 유저들이 우루루 이탈했어요. 반면 신규 유저는 그만큼 들어와주지 않았구요.

 

이게 과연 유튜브 때문일까?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유튜브 붐으로 인해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확 줄고 기존 유저들 중 유튜브로 넘어간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그러나 이런 현상이라면 2010년대 초반 트위터 등 SNS가 확 뜰 때도 있었어요. 블로그로 뭉쳐 있던 다양한 콘텐츠 종류들 중 특정 콘텐츠에 특화된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하면 유저들이 어느 정도 크게 감소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서로 이용하고 결합하는 방법이 퍼지며 공존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어요. 이는 유튜브도 마찬가지에요. 영상과 글은 다르기 때문에 둘을 합쳐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 널리 퍼지면 또 둘이 잘 공존하고 발전해가요.

 

이글루스의 실패는 수익화 모델 개발 실패에 있었고, 여기에서 수익화 모델 개발 실패의 원인은 이글루스가 검색 노출이 참 안 되었어요. 이글루스 특유의 폐쇄적 성향도 존재하지만 검색 노출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수익화 모델 개발에 실패했다고 봐야 해요. 또한 검색 노출 자체가 서비스 홍보 기능도 있는데 검색 노출이 안 되면서 서비스 홍보도 제대로 안 되었으니 신규 유저가 잘 들어오지 않았구요.

 

이글루스의 수익화 모델 개발 실패의 근본 원인은 이글루스의 모회사인 줌인터넷, 그리고 줌인터넷의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의 사업 중 이글루스와 연동시킬 만한 사업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크고, 검색노출이 잘 안 되었다는 점이 그 다음으로 커요. 단순히 이스트소프트, 줌인터넷이 이글루스에 자체 광고 때려박지 않아서 돈 못 벌어서 망한 게 아니라요. 유저들이 다 유튜브, 트위터로 도망가서도 아니구요.

 

유저수 감소 현상은 제대로 된 수익화 모델을 개발해내지 못하면서 이글루스가 방치되어 갔고, 이로 인해 시스템이 불안해지자 유저들이 불안해져서 떠나버렸다고 봐야 해요.

 

티스토리라고 다를 것이 없는 것이, 불과 3년 전만 해도 블로그에 관심갖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티스토리에 대해 제일 처음 질문하는 것이 티스토리 망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였어요. 온갖 유튜버들이 티스토리가 직장인 부업, 수익형 블로그로 좋다고 떠들어대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며 덩치가 확 커진 거에요.

 

2023년 6월 16일 오전 10시 49분, 이글루스의 마지막 순간을 보러 이글루스로 갔어요.

 

 

2023년 6월 16일 서비스 종료 안내문이 맨 앞에 떴어요.

 

 

밸리 전체 인기글은 텅 비워져 있었어요. 각 블로그 영정을 그려보라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러나 최후의 순간다운 모습은 아니었어요. 제가 최후의 순간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라 잘 알아요. 진정한 최후의 순간이라면 온갖 스팸 글이 아주 판치고 도배하고 있어야 해요. 정체 모를 외국어 댓글과 게시물도 난무하고 있어야 하구요. 블로그 서비스 대부분이 최후를 맞을 때 이렇게 깔끔하게 죽지 않더라구요.

 

 

테마 전체 인기글로 들어가보니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이글루스 블로거들이 남긴 작별 인사가 보였어요. 그러나 이것도 몇 개 보이지 않았어요.

 

이글루스는 2023년 6월 16일 14시에 서비스가 종료되었다고 해요. 14시 5분부터 접속하면 에러 화면으로 이어지다가 몇 분 후 서비스 종료 안내 화면으로 연결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한때 티스토리와 경쟁하고 자웅을 겨루던 이글루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티스토리도 결국 이렇게 되는 거 아닐까?'

 

2023년 6월 27일부터 시작된 티스토리의 자체 광고 노출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이글루스 마지막 순간을 보며 더욱 착잡해졌어요. 2023년 6월 27일 티스토리의 자체 광고 노출 사태가 티스토리 유저들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자체 광고인 카카오 애드핏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글 애드센스를 노출시켰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티스토리 유저들의 애드센스에 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음은 물론이고 어떻게 해석하려 해도 미래도 전망도 안 보이는 최악의 조치였기 때문이에요.

 

비유하자면 A홈쇼핑 채널에서 자사 홈쇼핑 방송 진행 안 하고 B홈쇼핑 방송 송출하며 B홈쇼핑으로부터 돈 얼마 받겠다는 상황이에요.

 

티스토리는 티스토리에 달려 있는 애드센스 뿐만 아니라 티스토리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불안해졌어요. 티스토리 유저들의 신뢰도 완전히 작살났구요. 유저들이 뭐라고 하든 티스토리가 쉽게 물러설 리 없고, 설령 티스토리가 물러선다 해도 유저들은 계속 언제 카카오가 이 따위 짓을 다시 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주 오랫 동안 시달릴 거에요. 그리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시스템이 조금만 불안정해져도 도망쳐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확 떠오를 거에요.

 

여기에 앞으로 계속 신규 유저 진입의 거대한 장애물이 될 거에요. 마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티스토리 관심 보이던 일반인들이 제일 먼저 티스토리 망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고 다 네이버 블로그 개설하러 갔던 것처럼요.

 

마치 한 번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면 그 후부터는 모든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지 못 하고 마음 한 켠에 재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거리두기 등 대비가 일어나는 것처럼요. 유저들의 마음도 똑같아요. 한 번 크게 상처받으면 신뢰 회복이 매우 어렵고 상당히 깊은 트라우마가 남아요. 당시 사건을 잘 모르는 신규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어 분위기가 전환되기 전까지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져요. 만약 신규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어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으면 그대로 끝없이 쇠락해서 서비스 종료까지 이어지는 거구요. 당장 이글루스가 그렇게 무너져갔어요.

 

스크린샷을 남기기는 했지만 언제 글 쓸 지 정하지 않고 폴더에 넣어놓았던 이글루스 마지막 순간을 다시 본 날이었어요. 티스토리로의 유저 유입과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글루스가 서비스 종료해서 애드핏 하나 정도라면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잡힌 정말 우주의 기운이 다 몰렸다고 해도 될 최고의 기회를 최악의 결과로 만든 카카오와 티스토리에 감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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