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동쑤언 야시장으로 가까워질 수록 도로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었어요.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택시, 자가용, 버스까지 같은 길을 다니고 있었어요. 이러니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게다가 친구들에게 하노이 여행 너무 재미있다고 자랑했더니 답장이 우루루 오고 있었어요. 길도 정신없고 스마트폰도 정신없었어요.
위 사진을 보면 왼쪽 하늘색 의자 앞에 빨강색 앉은뱅이 의자가 보일 거에요. 이런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면 정말로 불편해요. 거리 노점들 중에는 저런 의자를 사용하는 곳이 꽤 있었어요. 키가 매우 큰 서양인이 의자에 고통받으며 음식과 맥주를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베트남 여행 중 쏠쏠한 재미였어요.
계속 동쑤언 시장을 향해서 걸어갔어요. 동쑤언 시장은 낮에 잠깐 다녀온 곳이었어요. 낮에는 동쑤언 시장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 했어요. 밤이 되었기 때문에 동쑤언 시장 내부로는 못 들어갈 거였어요. 괜찮았어요. 지금 동쑤언 시장으로 가는 이유는 동쑤언 야시장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동쑤언 야시장을 보는 것이 이날의 목표였어요. 동쑤언 야시장을 구경한 후에는 시간 봐서 더 돌아다닐 수 있으면 돌아다니고, 그렇지 않으면 숙소로 돌아갈 계획이었어요.
'낮이랑 얼마나 다를 건가?'
복잡한 거리를 걸으며 동쑤언 시장이 낮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어요.
'후에 동바 시장이랑은 다르겠지?'
후에 동바 시장은 야시장이랄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늦게 갔다가 실망했었어요. 동쑤언 시장은 야시장도 크다고 했어요. 그래서 더욱 동쑤언 시장이 기대되었어요. 지금까지 본 하노이 야시장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동쑤언 시장 야시장도 그 못지 않기를 바랬어요.
2014년 12월 23일 밤 8시 49분, 동쑤언 야시장에 도착했어요.
"여기는 이 시각에도 활기 넘친다!"
동쑤언 야시장은 밤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었어요. 저녁이 아니라 밤인데도 활기가 넘치는 장소였어요. 노점상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이 사람들은 대체 언제 자?'
시장에서 식사하고 돌아다니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궁금해졌어요. 베트남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베트남인들은 하루를 매우 일찍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꼭두새벽이라고 해도 될 시각에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아침에 거리에서 판매하는 쌀국수를 먹으려면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했던 중학교 3학년와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일찍 일어나야 했어요.
그런데 이 시각에 베트남 사람들은 열심히 활동중이었어요. 그러면 집에 돌아가면 잠을 조금만 자고 또 바로 일어나야 할 거였어요.
충분한 수면 시간도 성장에 중요하다
순간 웃음이 나왔어요. 충분한 수면 시간도 키가 크기 위해 매우 중요해요. 베트남 사람들은 키가 작다는 것이 꽤 많이 알려져 있어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해요. 베트남 전쟁에서 매우 작은 베트남인들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땅굴을 매우 좁게 파서 외국 군인들이 매우 고전했다는 사실이 너무 유명하거든요. 오죽하면 현대 베트남인들도 당시 베트콩 땅굴 중 못 들어가는 곳이 많고, 들어갈 수 있어도 상당히 힘들어한다고 해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베트남 사람들은 키가 작은데, 이건 왠지 잠을 충분히 많이 안 자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 같았어요.
"이거 두리안인가?"
뾰족뾰족한 표면의 커다란 덩어리 과일이 있었어요. 엄청나게 컸어요. 사진으로 본 두리안과는 약간 달랐어요. 두리안은 껍질이 정말 성질 사납게 생겼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팔고 있는 것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두리안도 한두 종류가 아닐 테니까.'
두리안도 종류가 한둘이 아닐 거였어요. 그러니 껍질이 덜 사납게 생긴 것도 있을 거였어요.
"동남아시아 왔는데 두리안 한 번 먹고 가야지."
상인에게 두리안으로 추정되는 과일을 샀어요.
'두리안이 냄새 엄청 고약하다고 했는데...'
각오하고 입에 한 점 집어넣었어요.
"뭐야? 별 거 없는데?"
입에 집어넣은 과육은 살짝 느끼했고 달착지근했어요. 향은 딱히 크게 느껴지는 게 없었어요. 악명 높은 두리안 향이라고 하기에는 향이 너무 약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 먹었어요. 질겅질겅 씹었어요. 아무리 씹어도 독한 향은 없었어요.
'이거 뭐지?'
두리안처럼 생겼는데 사람들이 소개하는 두리안 맛과 향과는 너무 멀었어요. 달고 괜찮기는 하지만 이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먹은 것은 두리안이 아니라 잭푸르츠였어요. 그러니 너무 멀쩡한 과일이었던 것이었어요.
대나무로 만든 베트남 전통 담뱃대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낮보다 더 좋잖아!"
동쑤언 시장은 낮에 와서 봤을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았어요. 낮에 왔을 때는 크게 인상적인 모습은 없었어요. 시장이었어요. 게다가 여행자 눈길을 잡아끄는 장면은 딱히 없는 시장이었어요. 사실 여행자 눈길을 잡아끌려면 식재료 시장, 식당가가 좋아요. 일반적인 공산품 판매하는 시장은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아요. 엄청나게 특별한 디자인의 전통의상들이 매우 많은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동쑤언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낮에 왔을 때는 베트남인 친구가 동쑤언 시장을 더 구경하고 싶으면 구경하자고 했지만 별로라서 그냥 대충 보고 가방만 사고 나왔어요.
반면 밤에 와서 동쑤언 시장을 보니 매우 활기 넘치는 곳이었어요. 오히려 밤이 어둠과 조명이 더해지며 더욱 인상적인 풍경이었어요.
'약간 전성기 남대문시장 야시장 같은데?'
2000년대만 해도 남대문 시장 야시장이 동쑤언 야시장과 비슷했어요. 그 당시에는 남대문시장도 야시장이 엄청나게 큰 곳이었어요. 오히려 동대문 야시장보다 남대문 야시장이 더 볼 만 했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새벽 2시면 파장 분위기였어요. 반면 남대문 야시장은 동이 틀 때까지 크게 열렸구요. 심야시간에 남대문 야시장을 가보면 남대문 쪽으로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을 태우고 올라온 버스가 만리장성을 만들고 있었어요.
심지어 일본인 관광객들이 남대문 야시장을 일부러 찾아가곤 했어요. 언론에서 일본인들이 잘 가는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 남대문 야시장이 소개되기도 했었어요. 그 정도로 남대문 야시장은 굉장했었어요.
하지만 남대문이 불타서 무너질 때 즈음부터 남대문 시장 야시장도 급격히 쇠락했어요. 패션이 완전히 동대문 상권으로 넘어가버렸거든요. 2010년대 들어서 남대문 야시장은 굳이 갈 필요가 없는 야시장으로 전락했어요. 아동복 야시장 정도로 완전히 쪼그라들었거든요.
동쑤언 야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옛날 대학교 다닐 때 밤에 툭하면 남대문 야시장까지 걸어가서 남대문 야시장을 구경하던 것이 떠올랐어요.
베트남은 겨울이었어요. 한국 기준으로는 가을이었어요. 늦가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어요. 10월 중순에서 10월말쯤 되는 정도였어요. 진짜 잘 쳐줘야 11월 초 정도였어요. 옷을 반팔 입고 돌아다닐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두껍게 입고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었어요. 가을 복장으로 돌아다니면 딱 맞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여기는 아열대지역. 베트남 현지 사람들은 겨울 옷을 입고 있었어요.
동쑤언 야시장을 계속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여기는 확실히 동북아시아 문화권이구나."
다시 한 번 여기가 동북아시아 문화권이라는 사실이 와닿았어요. 이 사실은 계속 제 머리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베트남=동남아시아'라는 생각 때문에 여기에서 동북아시아 문화를 보는 것이 매우 큰 혼동을 가져왔어요. 사실 제 머리 속에 있는 동남아시아 문화란 영상 매체 및 책에서 본 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였어요. 그러나 그쪽과 베트남은 문화가 완전히 달랐어요. 베트남은 사진으로만 본 중국 유적들과 비슷한 풍경이 많았어요.
동쑤언 야시장을 쭉 돌고 다시 숙소가 있는 호엔끼엠 호수 쪽을 향해 걸어갔어요.
2014년 12월 23일 밤 10시 27분, 호엔끼엠 호수에 도착했어요.
"야경 예쁘다."
새빨간 서욱교가 조명을 받아서 빛나고 있었어요. 아침에 하노이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서욱교를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이라고 여기고 있었어요. 하지만 숙소는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었고, 서욱교는 호안키엠 호수에 있는 빨간색 다리였어요.
돌무더기 위에 석탑이 조명을 받아서 빛나고 있었어요.
리 타이 토 황제 동상이 등장했어요.
역시 중국 고전에 나오는 황제 복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베트남 역사는 제대로 배운 일이 아예 없으니까.'
저는 베트남 역사를 제대로 배운 일이 없어요. 제대로 배운 정도가 아니라 스쳐지나가듯 배운 적조차 없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세계사에서 다루는 동남아시아 역사는 동남아시아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이 전부였어요. 진짜 이게 전부였어요. 당시 세계사는 서양사 중에서도 서유럽 역사와 중국사만 집중적으로 다뤘어요. 심지어 일본사조차도 거의 안 다뤘어요. 일본사라고 해봐야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 순으로 막부가 집권했다는 것만 나왔어요. 심지어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같은 것도 책에서 거의 한 줄 수준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러니 베트남 역사를 고등학교때 배웠을 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원에서 사회 강사로 원생들에게 중학교 사회 중 세계사를 가르칠 때 속으로 조금 놀랐었어요. 이 중학생들이 학교에서 사회 시간 떄 배우는 세계사에 등장하는 동남아시아 역사가 제가 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 때 배웠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루고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리 왕조, 쩐 왕조가 뭐에요. 베트남은 그냥 프랑스 식민지 되었고, 2차세계대전 후 인도차이나 전쟁으로 독립 쟁취 후 분단되었다가 베트남 전쟁으로 적화통일 되었다. 끝! 이거였어요.
그 이전에 베트남은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동남아시아 문화권으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이 때문에 학원에서 사회 강사로 원생들에게 중학교 사회를 가르칠 때 베트남이 동북아시아 문화권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베트남의 과거야 과거인 만큼 바뀔 일이 없어요. 하지만 제 인생에서 베트남의 과거는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동북아시아 문화권으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아직 머리로는 알지만 그걸 당연히 여기지 못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이런 걸 접할 때마다 매우 어색했어요.
계속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저는 혼란스러웠지만 호안끼엠 호수는 잔잔했어요.
베트남 하노이 밤 풍경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바로 드러누워서 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