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벚꽃 명소가 여러 곳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여의도와 석촌호수에요. 이 두 곳이 가장 유명하고, 그 다음으로 유명한 곳은 여기저기 꽤 있어요. 벚꽃길이 원래부터 이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서울 여기저기에서 벚꽃길을 조성하면서 유명하고 아름다운 벚꽃길이 매우 많이 생겼어요. 서울의 각 구마다 하나씩은 벚꽃 명소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또 유명한 곳들이 몇 곳 있구요.
여의도에서 벚꽃놀이를 한 후 공덕역에서 경의선 숲길을 따라 홍대입구역까지 걸어왔어요. 경의선 숲길에서 공덕역에서 대흥역까지 구간 역시 벚꽃놀이 명소였어요. 여기도 사람이 상당히 많았어요. 공덕역 핫플레이스가 경의선 숲길 주변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여기가 벚꽃놀이 명소라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어요.
"벚꽃길은 진짜 잘 만들었어."
벚꽃길은 정말 잘 만들었어요. 이왕이면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벚꽃길'이라고 하면 흔히 봄에 가는 명소라고만 떠올려요. 이름부터 '벚꽃'이고, 벚꽃은 봄에 피는 꽃이니까 당연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벚꽃길을 조성해 놓으면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항상 아름다워요. 봄이 시작되면 벚꽃이 피어서 아름답고, 여름에는 시원한 초록색 잎이 무성히 자라 있어서 깔끔하면서 아름다워요. 그리고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벚나무 단풍도 상당히 아름다워요. 벚나무 단풍은 시뻘겋거나 샛노랗거든요. 색이 매우 강해요. 그래서 벚나무 단풍이 잘 들면 단풍나무 빨강색, 은행나무 노랑색이 하나도 안 부러워요. 단, 벚나무 단풍은 기온 변화에 민감한 게 단점이기는 해요. 기온이 뜨겁다가 갑자기 확 떨어지면 별로 예쁘지 않아요. 그런데 이건 다른 나무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벚꽃길을 잘 조성하면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이 모두 매우 아름다워요. 사람들도 매우 좋아하구요. 뭔가 조금 애매하거나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그냥 벚꽃길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에요.
공덕역에서 대흥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 벚꽃길을 걸은 후 계속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자 홍대입구역까지 도착했어요. 벚꽃놀이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제외하면 매우 쉽고 금방 올 수 있는 길이었어요. 게다가 경의선 숲길을 매우 잘 조성해서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행인 외에는 신경쓸 것이 없어서 걷기 매우 쾌적하고 좋았구요. 만약 벚꽃도 없고 행인도 없다면 매우 빠르게 걸어왔을 거에요. 그런데 벚꽃도 있고 행인도 있어서 약간 시간이 지체되었어요. 그래도 홍대입구역까지 백범로 따라 걷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게 도착헀어요.
홍대입구역에 도착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면 연남동이었어요.
'연남동 갈 필요 있나? 거기 별 거 없을 건데.'
연남동 쪽도 벚꽃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공덕역에서 대흥역 사이에 있는 벚꽃길을 보고 왔어요. 거기만은 못 해요. 그러니 연남동 가봐야 그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었어요.
"합정역 벚꽃놀이 명소 가볼까?"
홍대입구역에서 벚꽃놀이 명소라면 홍대솔내길이 있었어요. 여기는 홍대입구에서 가깝지는 않아요. 멀지도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어요. 정확히는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골목길이거든요. 홍대입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자니 바로 한 정거장에 멀지 않은 거리라 전철 타는 게 더 귀찮고, 그렇다고 걸어가자니 귀찮은 거리에 있어요. 홍대 번화가 구경하면서 가면 얼레벌레 가게 되는 곳이에요.
"그러고 보니까 합정역 벚꽃놀이 명소는 벚꽃 필 때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네?"
그제서야 떠올랐어요. 저는 합정역, 상수역 벚꽃놀이 명소인 홍대솔내길을 벚꽃 시즌에 가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벚꽃놀이를 한 적이 없었어요. 벚꽃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었어요. 벚꽃 피었을 때 가기는 했지만 항상 절묘하게 벚꽃이 예쁠 때는 피해서 갔어요. 벚꽃이 막 개화하기 시작했거나, 벚꽃이 거의 다 떨어졌을 때 갔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이유가 없어요. 제가 벚꽃 시즌에 홍대솔내길 갈 때는 항상 그랬어요.
"이번에는 벚꽃 제대로 봐야겠다."
낮에 가서 보면 벚꽃이 예쁘겠지만, 대신에 홍대솔내길이 재미없을 거였어요. 여기도 재미있게 보려면 저녁에 가야 좋은 곳이었어요.
홍대솔내길로 갔어요.
"와, 진짜 예쁘다!"
홍대솔내길도 벚꽃이 만개해 있었어요. 벚꽃이 절정이었어요.
"역시 여기는 저녁에 와야 더 예뻐!"
홍대솔내길은 술집, 카페 등이 많은 골목길이에요. 그래서 이런 술집과 카페의 조명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술집과 파케 등에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거리에 행인도 많은 때인 저녁에 와야 훨씬 예뻐요. 낮에 와서 봐도 예쁘기는 한데, 낮에 오면 벚꽃은 예쁘지만 가게들이 영 재미없어요.
홍대솔내길은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이에요. 카카오맵에서 양화로6길을 검색해서 가면 되요. 이쪽이 합정역 핫플레이스이자 상수역 핫플레이스에요.
홍대솔내길은 보통 합정역 벚꽃 명소로 유명해요. 상수역 벚꽃 명소이기도 하지만, 상수역은 당인리 발전소 가는 길도 벚꽃 명소로 유명하거든요. 그리고 상수역에서 이쪽으로 가는 사람보다는 합정역에서 이쪽으로 가는 사람이 아무래도 더 많을 거구요.
역 은하수 밤하늘입니다
이것은 모세의 기적 밤하늘이라고 해야 할까?
홍대솔내길은 벚나무 가지가 거의 하늘을 덮고 있는 구간이 있었어요. 이 구간에서 보면 분홍색 벚꽃 사이로 검은 하늘이 보였어요. 검은 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은하수가 있는 시골 여름 하늘과는 반대였어요. 벚꽃 물결 가운데에 검은 하늘이 은하수처럼 보이고 있었어요.
'역 은하수 밤하늘'이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뭔가 어감이 이상했어요. 분홍빛 파도를 양쪽으로 쫙 갈라서 시꺼먼 하늘이 드러났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였어요. 그러면 모세의 기적 벚꽃길이라고 해야 맞을까요? 아름답기는 하지만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생각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어요.
매우 활기찬 밤이었어요. 모두가 벚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홍대솔내길은 벚꽃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리고 밤에 가면 좋아요. 벚꽃 시즌에 특히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리고 벚나무 단풍이 잘 든 가을에는 가을에도 상당히 예쁜 길이구요. 개인적으로 벚꽃이 피었을 때는 밤에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고, 단풍이 예뻤을 때는 낮에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어요.
"내년에도 벚꽃 절정일 때 잘 맞춰서 와야지."
올해는 벚꽃 절정일 때에 매우 잘 맞춰서 갔어요. 귀찮아서 미루다가 나간 날이 최고로 좋은 날이었어요. 내년에도 서울에서 벚꽃놀이를 할 때는 올해와 같이 여의도에서 시작해서 경의선 숲길을 거쳐 합정역 홍대솔내길로 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