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알아요, 블로그 글을 수백 개 수천 개 보다 보면
누군가는 진심으로 빡쳐서 글을 두두두두 쓰는 리뷰가 있다는 걸
아주 높은 확률로 배경에 깊은 빡침이 깔려 있는 리뷰 품목이 존재한다는 걸
4차산업혁명?
메타버스?
친환경에너지?
화성정복?
인류가 4차산업혁명을 일으키고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NFT 코인 캐고 모아서 인생한방 역전 배팅을 노리고 화성 정복해서 인류가 화성으로 구원받을 것처럼 말하지만 이 망할 것은 도대체 10년이고 20년이고 변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 머리를 뚜껑 열리게 만들고 있어요. 나는 장담할 수 있어요.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이 품목을 NFT로 만들어서 영구 보존되게 하면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분명히 기술 진보 많이 했어요. 인정해요. 스마트폰으로 사진 대충 후려찍어도 어지간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거랑 별 차이도 안 나요. 대형 인쇄할 거 아니면 그놈이 그놈이에요. 오히려 스마트폰이 어두울 때 사진촬영할 때는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좋아요. 전기차도 이제 많이 보여요. 전기 충전해서 전기차 길거리에서 쌩쌩 잘 달려요. 드론 날려서 사진도 찍고 다 좋아요.
그런데 왜 이어폰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은 아직도 이 따위 이 모양인가!
나는 대체 이해가 안 되요. 이 망할 이어폰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은 몇 년이 지나도 맨날 똑같아요. 어떻게 된 게 1년을 못 넘겨요. 10년 전에도 이어폰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은 1년을 채 못 넘기고 고장났는데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어폰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은 1년을 채 못 넘겨요. 험악하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얌전히 곱게 사용해도 1년 넘어가는 꼴을 못 봤어요.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니에요. 이어폰,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1년 넘게 곱게 잘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이어폰 구입했다고 하면 십중팔구 '스타일리쉬'하게 멀쩡한 이어폰 버리고 새 이어폰 구입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던 이어폰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하는 경우에요. 본인이 진심으로 원해서 이어폰 구입하는 사람 거의 못 봤어요. 무선 이어폰은 조금 더 오래 쓰는 거 같기는 한데 이건 이거대로 또 문제가 있어요. 오죽하면 무선 이어폰은 사서 쓰지 말고 한강 산책로 가서 주워쓰라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있겠어요.
화성정복이고 나발이고 간에 화성정복할 기술 있으면 제발 이어폰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좀 제대로 튼튼하게 만들라고 하고 싶어요. 그렇게 환경오염 걱정되고 지구온난화 심각하다면 친환경 에너지 태양열 풍력 나발이고 간에 이어폰,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이나 좀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오래오래 쓸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게 쓰레기 배출도 덜 하고 더 친환경적이에요.
이어폰,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리뷰를 보면 그래서 배경에 분노가 있었을 거라 짐작하곤 해요. 진심으로 사고 싶어서 사는 사람들보다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만 해서 구입한 사람들이 훨씬 더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얼리아답터라고 신메뉴 리뷰 쓰려고 구입하지나 않는다면 대부분은 고장났으니까 구입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10년이면 기술이 몇 번을 진화했는데 이어폰,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은 아직도 이 따위 조악한 내구성을 뽐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저도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을 구입한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던 이어폰이 고장났기 때문이에요. 단자쪽 케이블이 안쪽에서 끊어졌어요. 단자쪽 케이블을 어떻게 잘 접으면 소리가 나고 가만히 놔두면 소리가 잘 안 들리다가 나중에는 아예 소리가 안 났어요.
어쩔 수 없이 다이소로 갔어요. 이어폰에는 정말 돈 쓰기 싫어요. 비싼 거 산 사람들 봐도 얼마 못 쓰고 고장나기는 매한가지더라구요. 음질이야 대충 음악소리만 잘 들리면 만족해요. 세밀한 음질 하나하나에 다 신경쓰며 듣지 않아요.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밖에 돌아다니며 노래 들을 때라서 이어폰이 아무리 다양한 소리를 전달해준다 한들 길거리 소음과 리믹스되어 들려요. 길거리 소음을 완전 차단한다면 이건 오히려 밖에서 사용하면 안 되요. 소리로 위험을 감지하면서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요즘처럼 배달 오토바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특히 소리 잘 들으면서 다녀야 해요.
"아무 거나 싼 거 하나 사야지."
내년이면 또 하나 사야할 거에요. 이건 예언이고 100% 적중할 거라 봐요. 지금까지 경험을 되짚어봤을 때 1년을 넘어가는 이어폰이 없었어요. 거의 매년 한 번은 구입했어요. 이어폰은 1년 채 못 쓰는 소모품이고 밖에 돌아다닐 때만 사용하는 거니까 싼 것으로 사기로 했어요. 다이소에서 이어폰을 찾아 헤메었어요. 제가 간 다이소에는 매장에 비치되어 있는 이어폰 종류가 하나 뿐이었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 뿐이었어요. 그래서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를 하나 구입했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은 이렇게 생겼어요.
"아이리버 아직도 살아있었네?"
한때 MP3 플레이어의 명가였던 아이리버. 아이리버 상표를 보자 반가웠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 가격은 5천원이에요. 나름 정품 스티커도 붙어 있었어요.
뒷면에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10mm의 Dynamic Unit을 채용하여 다이나믹한 음을 재생함
풍부한 중저음을 구현
Canal 타입의 장점을 극대화 하였음
사운드 음향방사 면적을 확장하여 고음대역 확장을 통한 광대역 재생을 구현 하였음
이어팁은 실리콘 러버링을 채용하여 착용시 부드럽게 삽입되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함
이런 기능적인 홍보 문구보다 '절대 고장나지 않는 튼튼함' 같은 게 더 좋겠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이건 아직 실현 불가능의 영역인 것 같아요.
제품 보증 기간은 2개월이었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을 꺼냈어요.
"왜 더 후진 거야?"
전에 다이소에서 구입했던 5천원짜리 이어폰은 음량 조절 기능이 있었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에는 음량 조절 기능이 없었어요. 버튼이 있기는 했어요. 그 버튼은 재생/정지 버튼이었어요. 처음에 모르고 꾹 눌러보기도 하고 억지로 밀어보려고 했지만 다 안 되고 음악만 끊겨서 뭔가 했어요.
전에 구입했던 이어폰 고무캡도 크기에 따라 3종류인가 더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에는 고무캡이 추가로 들어 있지 않았어요.
'이거 고무캡 잃어버리기만 해도 하나 새로 사야 하잖아?'
전에 구입했던 이어폰은 고무캡이 크기가 다른 종류로 3종류인가 들어 있었고, 이는 귓구멍 크기에 맞춰서 바꿔 끼워 쓰라는 의도였어요. 그런데 귓구멍 크기에 맞춰서 쓰는 용도도 있지만 고무캡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고무캡 끼워서 부활시키는 용도도 있었어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에는 고무캡이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이어폰에 붙어 있는 고무캡 한 개가 전부였어요. 만약 사용하다가 고무캡 빠져서 잃어버리면 이어폰을 다시 구입해야 할 거에요.
다이소 아이리버 컴팩트 인이어 이어폰 ICP-003i 이어폰 줄은 납작한 줄이었어요. 고무 코팅이 마찰력이 좋았어요. 껄끄럽다고 표현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찰력은 좋았어요. 이것은 취향과 성향과 관련된 거니 뭐가 좋다고 말을 못 하겠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어폰에 기대하는 건 없으니까
전에 다이소에서 5천원에 구입했던 이어폰보다 별로였지만 괜찮아요. 애초에 이어폰에 기대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소리는 잘 들렸어요. 음량 조절 버튼이 없어서 잠시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것은 일장일단이 있었어요. 이어폰에 음량 조절 버튼이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설정한 음량대로 그대로 들렸어요. 이건 제가 스마트폰을 안 건드리면 안 바뀌었어요. 전에 사용하던 이어폰은 옷 속에 이어폰을 집어넣고 빼는 과정에서, 또는 옷깃에 스치면서 음량 조절 버튼이 건드려지면서 음량이 미세하게 변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한 번 소리 설정해놓으면 항상 그 소리 그대로 들려주니까 음량 조절 버튼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어폰은 그저 튼튼하게 버텨주기만 하면 최고에요. 이번에는 1년 넘게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이것도 역시나 중국제인데 중국의 기적이 여기에서 터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