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25 아제르바이잔 바쿠

좀좀이 2012. 9. 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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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6일


햇볕이 많이 안 드는 방이라 정말 정신 없이 잤어요. 아마 긴장이 다 풀려서 그랬을 거에요. 여행을 다니며 걱정이 있고 근심이 있다는 것은 자양강장제를 먹는 것보다 좋아요. 이런 걱정과 근심은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고, 이게 힘을 주고 통증을 잊게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여행에서 오래 버티는 요령은 어느 정도의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를 꾸준히 제공하는 거에요. 며칠 머물다 이동해야 한다든지, 너무 푹 퍼지지 않게 일정을 적당히 조절하거나요. 그런데 교과서를 구입한 후 너무 마음을 놓아버렸어요. 바쿠에서의 일정은 아주 길었어요. 그런데 바쿠는 작년에 와서 한 번 둘러보고 갔어요. 정말 급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크게 통증을 느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눈을 뜨니 오전 10시가 넘어 있었어요. 전날 11시에 잤으니 11시간 넘게 기절해 있었던 것. 몸이 가벼웠어요. 다리도 전혀 아프지 않은 것 까지는 아니고,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은 정도였어요. 전날 정말 다리가 토막나듯 아파서 계속 뒤척였는데 그 통증이 밤새 또 신기하게 많이 줄어들었어요.


"이제 다리 괜찮아?"

"응. 어제 긴장이 풀려서 그랬나봐."


그래도 오늘은 조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신 재무장'을 할 건덕지도 없었고, 어제 그렇게 한 번 아팠기 때문에 오늘은 적당히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무언가 쫓기듯 급히 돌아다녀야 할 이유도 없었구요. 아제르바이잔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는 날은 7월 16일. 한참 남았어요. 다른 지역 다녀오는 것은 길어야 4일. 하지만 이때 이미 라흐즈와 셰키만 갔다 올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쓸 데 없이 강행군해서 다리를 다시 아프게할 필요가 없었어요.


호스텔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저와 친구 뿐.




"스위스 애들 없네?"

"걔네 항구 갔어."


친구가 걔네들은 항구 갔다고 했어요. 걔네들이 어제 언제 들어왔는지 몰랐어요. 어제는 정말 눕자마자 뻗어버렸으니까요.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입고 차를 한 주전자 우렸어요. 어제 산 교과서 중 가장 쉬운 2권을 들고 밖에 나가 의자에 앉았어요. 친구도 같이 차를 마시러 나왔어요. 차를 찻잔에 따르고 책을 펼쳤어요.


"이거 왜 이렇게 어려워?"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교재이니 당연히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려웠어요. 예전에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보는데 온통 모르는 단어 투성이였어요.


"아...이거 죽게 어렵네!"


친구가 옆에서 깔깔 웃더니 방에 가서 자기가 사온 1권을 들고 왔어요.


"너는 지금 이거 봐야 될 레벨이야."


이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데...


아무리 아제르바이잔어를 다 까먹어도 그렇지, 1권을 보라니...그런데 솔직히 1권도 알파벳 쓰기나 쉽지,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쉽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나는 2권부터 본다! 2권을 보는데 모르는 게 절반이 넘었어요. 그동안 너무 아제르바이잔어를 잊고 있었어요. 작년에 바쿠에서 구입한 Teach yourself Azeri 라는 교재도 이번에 혹시 몰라서 들고 오기는 했는데 그 책은 도저히 볼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내용이 너무 지루했어요. 책 자체는 괜찮은데 지문이 그렇게 지루할 수 없었어요. 그 책이 당장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당연히 손도 안 대는 법.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며 2권을 더듬더듬 읽었어요.


책을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읽고 있는데 누군가 호스텔에 왔어요. 딱 보아도 얼굴에 '나 파키스탄인'이라고 적어 놓은 사람이었어요. 그냥 보자마자 '저 사람은 인도 아니면 파키스탄이다!'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친구가 주인 누나를 불렀어요. 주인 누나는 파키스탄 아저씨를 보더니 매우 반가워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번에도 왔었고, 이번에는 한 달 머무르기 위해 왔다고 했어요. 주인 누나는 장기 투숙객이므로 1층에 따로 방을 주겠다고 하며 1달이므로 요금을 대폭 깎아 1달에 300마나트라고 했어요. 이래서 장기투숙을 하면 여기에서 1달에 300마나트로 숙박비를 깎아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파키스탄 아저씨가 이 호스텔에 그렇게 오래 머물게 된 원인은 바로 비자. 파키스탄 아저씨는 사업을 하시는데 일이 있어서 몬테네그로에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몬테네그로가 쉥겐 조약에 가입했고, 비자는 한 달 뒤에 나온다고 했어요. 문제는 파키스탄에 몬테네그로 대사관이 없다는 것. 그래서 몬테네그로 대사관이 있는 이곳에 왔다고 하셨어요.


우리와 영어로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 아저씨께서는 저녁에 호스텔에 들어올 거라고 하시며 나가셨어요. 아저씨가 가신 후, 식어서 마시기 딱 좋아진 차를 홀짝이며 2권을 계속 보았어요. 노려본다고 모르는 단어가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미소짓는다고 모르는 단어가 인사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핸드폰에 받아둔 아제르바이잔어 사전으로 검색해가며 읽었지만 진도는 안 나가고 머리만 아팠어요.


"우리 언제 나가?"


친구가 심심하니 나갔다 오자고 했어요. 걷기 싫어하는 네가 걷는다고 할 때도 있구나! 그래서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일단 나와서 이체리 셰헤르 안을 걸었어요.




"여기 예쁘지 않아?"

"예쁘기는...그냥 골목길이잖아."


골목길 사진을 찍으며 친구에게 예쁘지 않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골목길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어요. 지난 여행과 달라진 것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골목길은 언제 보아도 좋아요.


골목길 사진을 찍다 오늘은 헌책방에 가보기로 했어요. 이체리 셰헤르에서 나와서 길을 건너 사힐 반대쪽으로 쭉 올라가면 큰 헌책방이 있어요. 작년에도 갔던 헌책방이었어요. 이 헌책방은 책은 많은데 가격은 약간 비싼 편. 하지만 다른 제가 아는 서점들 모두 아제르바이잔의 미신과 의복에 관련된 책은 팔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서점에 일단 가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할 것도 없었구요.


서점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어요. 작년에 갔던 그대로 따라가니 금방 나왔어요. 숙소가 이체리 셰헤르에 있으면 좋은 점이 이런 점이에요. 볼 것이나 다른 중요한 것이 이체리 셰헤르 및 그 주변 지역에 몰려 있어서 이체리 셰헤르에 숙소가 있으면 조금만 걸으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거든요. 이체리 셰헤르 근처에 지하철역이 2개 있고, 버스도 많이 있구요.


1년 만에 다시 온 서점. 여기서 책을 못 구하면 다른 곳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어요.


"아제르바이잔 미신 관련된 책 있어요?"

"없어요."


역시나 책은 없었어요.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도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에서 없겠어?'라고 생각하며 이런 저런 책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직원은 별 말 없이 이런 저런 책들을 꺼내 보여주었어요.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어요. 원하던 아제르바이잔의 민속과 관련된 책 자체가 없었어요. 제가 이 책 저 책 꺼내며 넘겨 보고 '이건 아니야' 라고 중얼거리며 계속 책을 덮자 직원이 안쪽 창고로 들어갔어요.


"이 책은요?"


두꺼운 책 3권을 제게 건네었어요. 이 책도 아니면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은 Azərbaycan Etnoqrafiyası 였어요. 아제르바이잔 문화인류학. 일단 책이 세 권으로 나왔다면 내용이 많기는 할 거 같았어요.


"이 책 괜찮을 건가?"



책을 넘기다 감탄했어요.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은 많지 않았거든요. 한 개 주제에 관해 두껍게 쓴 책보다야 당연히 부족하지만, 정말 알차고 많은 내용이 들어 있었어요. 아제르바이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의복과 미신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요. 그 외에 아제르바이잔 민족의 문화와 관련된 설명이 매우 알찼어요.


아제르바이잔에 다시 와서 느낀 것은 아제르바이잔어로 된 책이 많이 나왔다는 것. 작년에 비해서도 많아졌어요. 이제 러시아어로 된 책은 정말 서점에서 구색맞추기 수준으로 밀려났어요. 제가 다녀본 구 소련 국가는 총 6개.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이에요. 이 6개 국가 중 자국어로 된 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코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도 자국어로 된 책을 많이 출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것은 정말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할만한 일이었어요.


Azərbaycan Respublikasının Prezidenti

İlham əliyevin

"Azərbaycan dilində latın qrafikası ilə

kütləvi nəşrlərin həyata keçirilməsi haqqında"

12 yanvar 2004-cü il

tarixli sərəncamı ilə nəşr olunur.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재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가 아제르바이잔어 라틴 알파벳으로 된 책 좀 찍어내라고 명령을 해서 아제르바이잔에 아제르바이잔어로 된 책이 많이 나온 거에요. 이것은 분명 높은 점수를 주어야하는 부분. 이 지역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바뀌거든요. 특히 식민지의 잔재인 러시아어를 척결하기 위해서는요.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식민지의 잔재인 일본어를 척결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에서 일본어가 많이 사라진 것이지, 안 그랬다면 우리도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겠죠. 당장 제가 어렸을 때에만 해도 '요지, 와리바시, 다꾸앙' 같은 말은 흔히 쓰던 말이었으니까요. 단지 사투리에서만이 아니라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아제르바이잔에 아제르바이잔어 라틴 알파벳을 정착시키고, 아제르바이잔어로 된 책을 찍어내라고 명령을 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문자 개혁이 이루어진 거에요. 이에 대한 반대되는 상황이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저는 우즈베키스탄을 정말 많이 사랑하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네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라틴 문자로 문자개혁을 단행한지 이제 10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라틴 문자는 제대로 정착을 못했어요. 일반적으로 거의 다 키릴 문자를 쓰고 있어요. 오히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혼란만 가중된 상태.


왜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아제르바이잔어를 많이 사용하고, 라틴 알파벳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어요. 물론 이것은 투르크메니스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 정부의 의지 때문이었어요.


책을 사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어요. 이번에는 이체리 셰헤르 역 쪽으로 가지 않고 뵤육 칼라쪽으로 갔어요. 처녀의 탑 주변에서는 카페트를 널어놓았어요.



호스텔은 스위스 애들이 나간다고 시끄러웠어요. 오늘 드디어 카자흐스탄 가는 배가 뜬다고 했어요.


"음식은 냉장고에 넣었어야지!"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들의 진상은 끝나지 않았어요. 전날 호스텔 안을 양파 냄새로 꽉 채우며 요리한 것이 담긴 냄비를 밖에 그냥 던져 놓았어요. 덥고 습한 바쿠에서 그러면 음식이 바로 상해요. 주인 누나가 냄비를 열자마자 쉰 냄새가 확 났어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 한 명이 냄비를 낚아채더니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음식을 비우고 냄비는 그냥 싱크대에 던져두었어요. 당연히 설겆이 따위는 대가리에 없었어요. 주인 할머니는 바로 쓰레기 봉지를 묶어 밖에 내놓았어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들이 짐을 챙겨 나가자 주인 누나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들이 던지고 간 냄비를 씻었어요. 자기들 냄비도 아니고 호스텔 냄비였어요. 이 정도면 진상 확정. 취사가 자유로운 호스텔에서도 일반적으로 자기가 사용한 식기는 설겆이를 해 놓아요. 이것은 전날 양파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 너무 야생 생활을 많이 해서 머리도 야생 동물이 되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주인 누나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서 머리가 시원하다고 했어요.


슬슬 저녁 먹으러 다시 나왔어요. 저녁을 먹고 이 헌책방이 다른 곳에 또 지점이 있다고 해서 거기를 찾아갔어요.



보이시나요? 바쿠의 교통체증이요. 위로 올라가는 차가 별로 없는 이유는 위쪽은 도로가 막혀 있거든요. 저 차들이 심심하면 빵빵 경적을 울려요. 퇴근 시간만 되면 바쿠는 경적 소리로 꽉 찬 도시가 되요. 사진을 보면 왜 바쿠의 교통 체증이 유명하고, 그것을 해결할 답이 없는지 보여요. 이 길을 넓히려면 건물을 부수는 수밖에 없거든요.


아까 간 헌책방에서 더 올라가면 지점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 돌아왔어요.



할 것도 없어서 해변으로 갔어요.



오늘은 분수를 틀어놓았어요.



그리고 슬슬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돌아가?"


친구가 물어보았어요.


"우리 저기 가 볼까? 벌써 들어가기는 아쉽잖아."


제가 가리킨 곳은 전에 가 보지 못했던 남산 타워처럼 생긴 탑이었어요. 친구는 많이 걸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며 가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었어요.


"우리에게는 버스라는 좋은 것이 있잖아."


버스 요금은 20개픽. 저도 저기까지 걸어갈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서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경찰에게 물어보자 경찰은 바닷가를 따라 쭉 가다보면 전동차가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전동차 운행시간은 밤 10시까지. 우리가 갔을 때는 9시 45분이었어요.


"이거 얼마나 내야 할 건가?"


공짜였어요.


"이게 공짜라니!"


전동차를 타고 올라가며 깜짝 놀랐어요. 전동차 요금은 무료.


우리가 탄 차는 막차였어요. 우리가 내리자 전동차 정거장의 불이 꺼졌어요. 이 점은 여름에 바쿠 야경 구경하기 조금 안 좋은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바쿠는 여름에 9시가 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하거든요. 우리나라와 4시간 시차인데, 이렇게 우리나라와 4시간 시차 나는 지역이 동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서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까지에요. 그러니 당연히 해가 엄청 늦게 지죠. 문제는 어두워져야 야경을 보는데, 전동차는 밤 10시까지만 운행한다는 것. 야경 보기 좋은 시각은 오히려 10시 쯤인데 그때 전동차가 끝나므로 보고 걸어내려가야 했어요.


바쿠의 야경은 정말로 황홀했어요.






지난번에 왔을 때는 걸어다니며 야경을 보았어요. 그때도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보는 야경은 걸어다니며 보는 야경과는 또 다른 야경이었어요. 정말 이 야경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은 '바쿠는 카스피해의 두바이'라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두바이보다 훨씬 낫지만요. 두바이는 아무 것도 없는 것에 돈으로 그냥 처발라 만든 도시일 뿐이에요. 갔을 때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했어요. 아니, 못 했어요. 그냥 특이하게 생긴 새로 지은 건물들이 많은 곳. 그 정도의 감흥 뿐이었어요.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거리와 공항에 넘쳐나던 인도, 파키스탄인들. 하지만 바쿠는 확실히 달랐어요. 원래부터 여기는 큰 도시였어요. 석유가 나오면서 석유로 부자가 된 사람이 외국에서 건축가들을 데려와 건물을 100채 지은 도시가 바로 바쿠에요. 그 건물이 다 남아 있고, 그 건물들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새로 건물을 새로 지어올리고 있는 도시가 바로 바쿠. 게다가 생각 없이 마구 건물을 올린 아슈하바트와는 달리 여기는 다른 건물과의 조화도 생각하며 새로운 건물들을 지어 올리고 있었어요. 물론 두바이와 바쿠의 공통점은 석유로 부유해진 곳이라는 것 외에 하나 더 있어요. 물가가 비싸요. 아제르바이잔과 바쿠는 물가가 비싸다는 것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매우 저평가되는 도시이기도 해요. 무조건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엄청난 바쿠 물가에 기겁하고 도망가는 여행자들이 많거든요. 더욱이 주변 국가가 물가가 저렴한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이구요. 하지만 이 높은 물가 속에서 요령껏 지출을 줄일 수만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여행지이기도 해요. 역사가 깊으면서 현대적이고 화려한 건물들이 많고 잘 정비된 도시는 유럽을 벗어나면 별로 없거든요.


야경을 보고 호스텔까지 걸어 내려오니 11시 반이었어요. 호스텔에 돌아와 씻고 하루 일정을 수첩에 적고 침대에 누웠어요. 잠이 잘 오지 않아 계속 뒤척이다 1시쯤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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