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은 구충제는 알벤다졸 함유 구충제 중 하나인 일영약품 알바콤 구충제에요.
'이제 슬슬 구충제 먹어야겠지?'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제 슬슬 한 해를 정리할 때가 되었어요. 한 해를 정리하려면 몸도 마음도 정리하고 방도 정리해야 해요. 주변에서 치울 수 있는 것은 치우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정리하고 청소할 수 있는 것은 청소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연말에 구충제를 먹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몸 속을 청소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과거처럼 기생충에 쉽게 감염되는 환경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항상 안심할 수는 없어요. 특히 회를 먹는다면 항상 기생충 문제에 신경써야 해요. 회 뿐만이 아니라 초밥을 먹는다면 기생충 문제에 신경써야 하구요. 아무리 위생에 철저한 식당이라 해도 재수없으면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거든요. 애초에 기생충이 이제부터 당신 몸에 기생하겠다고 사이렌 삐융삐융 울리며 들어오는 것 아니잖아요. 어떤 경로로 감염될 지 알 수 없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구충제를 안 먹었어요. 올해는 먹을 때가 되었어요. 인생에서 잘 챙기면 좋은 것 중 두 가지가 파상풍 예방접종과 구충제거든요. 구충제는 1년에 한 번 정도 먹으면 되고 파상풍 예방접종은 10년에 한 번 맞아야 해요. 파상풍 예방접종도 상당히 중요한 예방접종이에요. 어디 찢어지거나 찔려서 병원 가보면 그때 파상풍 예방접종 맞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요. 시골이나 후진국 여행 갈 때는 파상풍 예방접종은 필수에요. 인도 같은 나라 뿐만이 아니라 중국 갈 때도 파상풍 예방접종은 꼭 맞는 것이 좋아요. 파상풍이 진짜 무서운 병이거든요.
'알벤다졸 구충제 한 번 먹어볼까?'
2019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시끄럽게 한 펜벤다졸 열풍.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면서 말기암 환자들이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원본 동영상을 보면 펜벤다졸'만'으로 치료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를 받으며 펜벤다졸 복용을 병행했더니 효과가 매우 좋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이게 이상하게 와전되어서 펜벤다졸'만' 먹어도 된다는 지능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지만요.
중요한 것은 강아지 구충제 따위가 어지간한 암 신약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현재 여러 말기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해보고 있어요. 개그맨 김철민씨도 그렇게 하고 계시죠.
말기암 환자들 사이에서 펜벤다졸 복용 열풍이 불자 정부는 펜벤다졸 입수를 방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알벤다졸이었어요. 알벤다졸도 펜벤다졸과 비슷한 것인데, 알벤다졸은 인간이 복용하는 구충제 성분이라고 해요. 임상실험까지 옛날에 끝나서 매우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구충제구요.
사실 구충제 중 뭐가 좋은지 저도 몰라요. 딱히 선호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적당히 안 먹은 지 오래 되었고 회와 초밥을 조금 자주 먹었다 싶으면 아무 구충제나 사서 먹곤 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았거든요. 제가 흙 파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2016년 중국 여행 다녀온 이후로는 후진국에 가본 일이 없거든요.
이왕 먹는 구충제라면 요즘 매우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인 알벤다졸 구충제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알벤다졸은 원래부터 인간용 구충제였거든요. 여러 사람용 구충제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거에요. 그러므로 구충제 먹을 때가 되어서 구충제 먹는 김에 알벤다졸 들어가 있는 구충제를 골라 먹는 것 정도라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어요.
약국으로 갔어요.
"알벤다졸 있어요?"
"예."
계산대 앞에 알벤다졸이 들어가 있는 구충제가 있었어요. 일영약품 알바콤이었어요.
"얼마에요?"
"천원이에요."
일영약품 알바콤 가격은 1000원이었어요. 일단 돈을 내고 어떻게 복용하는 건지 읽어봤어요. 처음 한 알을 먹은 후 1주일 뒤에 남은 한 알을 먹으라고 되어 있었어요.
"이거 한 번 먹고 다음주에 남은 한 알 먹는 건가요?"
"예, 그렇게 먹는 구충제에요."
지금까지 제가 먹은 구충제는 한 번 먹고 끝나는 구충제였어요. 일영약품 알바콤은 2주일에 걸쳐서 먹는 구충제였어요. 처음 한 알 먹은 후 다음주에 한 알 더 먹으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알벤다졸 함유 구충제인 일영약품 알바콤 상자는 이렇게 생겼어요.
상자에는 '1회 요법 광범위 구충제 알바콤 츄어블 정'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알벤다졸 400mg 들어있다고 강조되어 있었어요.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이 미소짓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디자인은 1990년대 느낌이었어요.
알바콤 제조자는 (주)한국파바스제약 회사래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대요. 제조의뢰자는 일양약품주식회사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해 있대요.
알벤다졸 함유 구충제 - 일영약품 알바콤 후기
알벤다졸 함유 구충제 일영약품 알바콤 성분은 다음과 같아요.
유효성분
알벤다졸(USP) 400mg, 첨가제(타르색소) : 황색5호, 첨가제(동물유래) : 유당수화물(소, 우유)
기타첨가제
유당수화물, 옥수수전분, D-만니톨, 아스파탐, 라우릴황산나트륨, 콜로이드성이산화규소, 스테아르산마그네슘, 전분글리콜산나트륨,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칼슘, 오렌지미크론, 히드록시프로필셀룰로오스, 폴리소르베이트80, 황색5호, 히프로멜로오스, 폴리에틸렌글리콜6000, 탤크
효능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편충, 아메리카 구충, 분선충 감염 및 이들 혼합감염 치료래요.
사용상 주의사항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아요.
먼저 복용하면 안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아요.
1. 알바콤 및 알바콤 구성성분에 과민반응 환자
2. 임부 및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 및 수유부
3. 2세 미만의 소아
4. 갈릭토오스불내성, 유당분해효소 결핍증, 포도당-갈릭토오스흡수장애 등의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
5. 황색5호 성분에 과민하거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
6. 인공감미제 아스파탐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페닐알라닌으로 대사되므로, 페닐알라닌의 섭취를 규제할 필요가 있는 유전성 질환 페닐케톤뇨증 환자
두 번째로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다음과 같은 약은 복용하면 안 된대요.
1. 테오필린 : 테오필린의 대사를 억제할 수 있대요.
2. 시메티딘, 프라지콴텔, 덱사메타손 : 알벤다졸의 혈장농도를 증가시킨대요.
3. 라토나이버, 페니토인, 카르바마제핀, 페노바르비탈 : 알벤다졸의 혈장 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대요.
입에 넣자 저가 오렌지 주스 향이 살짝 났어요. 한 번 혀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어봤어요. 쓴맛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어린이도 먹어야하다보니 쓴맛 나지 말라고 아스파탐 같은 것을 집어넣은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알약이라고 하면 이런 캡슐 아닌 것은 죄다 썼는데 요즘은 어린이들 취향과 기호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약이 달거나 새콤하거나 맛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오렌지 주스향이 약하게 날 뿐이었어요. 안 쓴 게 어디에요.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꼭 맞지 않는 말이 되었어요.
예, 제 후기는 딱 여기까지에요. 왜냐하면 제가 쓸 수 있는 말은 딱 여기까지거든요.
솔직히 구충제 어떤 게 좋은지 내가 어떻게 알아?
사실 구충제 중 어떤 것이 효과 좋은지는 일반인이 전혀 알 수 없어요. 국수 대신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을 집어삼켜서 뱃속이 기생충으로 가득 찬 상태가 아닌 이상 구충제 먹고 갑자기 혈이 뚫려 장풍 쏘고 경공술 쓰는 것처럼 몸이 갑자기 좋아질 수 없죠.
감기약 정도만 해도 잘 듣는 감기약이 있고 안 듣는 감기약이 있어요. 사람에 따라 확실히 빨리 낫는 감기약이 있고 영 효과 없는 감기약이 있어요. 이건 감기 낫는 체감 속도에서 차이가 나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구충제 먹었다고 갑자기 멸치가 돼지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요. 애초에 그렇게 뱃속에 기생충이 꽉 들어차 있는 사람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극소수일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구충제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일반인이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알벤다졸 함유 구충제인 일영약품 알바콤 구충제가 얼마나 효과적인 구충제인지에 대해 말할 수 없어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거든요.
제게 일영약품 알바콤은 그냥 저가 오렌지 주스맛 나고 쓴맛 없는 알약 정도로 기억될 거에요. 다른 구충제와 달리 한 번에 한 알 먹은 후 다음주에 한 알 더 먹어야하는 점이 특징인 구충제였구요.